카카오는 현재 간담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진=우마무스메 유저 대표단]
카카오는 현재 간담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진=우마무스메 유저 대표단]

끊임없는 사건과 실망의 연속이었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 운영 논란 사태는 간담회 개최가 확정되면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카카오게임즈는 5일 저녁 간담회 진행 계획을 공지하고, 구체적 진행 일정과 방식에 대해 총대진(이하 유저 대표단)과 추가로 협의할 예정임을 밝혔다. 

유저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간담회에 대한 기대를 안고 환영하는 분위기가 그 하나이며, 또 다른 하나는 간담회가 결정되었음에도 카카오게임즈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는 사건 발생 이후 카카오게임즈가 지속적으로 잘못된 대응과 함께 올라온 사과문에 구체적인 개선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았거나, 모순된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기인한다. 

특히 간담회 결정 직전 조계현 대표 명의로 올라온 사과문에서도 대부분의 문제를 개발사인 사이게임즈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내용은 이전 사과문들과 별 차이가 없어 유저들의 복장을 터트렸다. 사건 발생 이후 공지 수정을 시도한다거나, 유저 대표단과의 비공개 미팅을 물밑으로 요청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남들 몰래 무언가를 진행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어 더더욱 ‘제대로된 해결 의지가 없다’는 불신을 심었다. 새로운 업무태만 내용이 발견된 것은 덤이다.

여기에 사건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보면, 얼마나 유저들이 카카오게임즈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우선 지난달 20일과 22일 부실한 공지와 1차 사과문으로 인해 분노가 폭발한 이후 하루만에 마차시위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유저 대표단이 결성되어 모금이 이루어지면서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판 모르는 누군가를 믿고 내 돈을 맡기기란 쉽지 않은데도, 유저들은 ‘적어도 차별없이 다른 국가만큼 운영해달라’는 정당한 요구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내준 것이다. 이후 환불 금액 집계에서도 유저들은 스스로의 영수증과 구매 내역을 기꺼이 공개하면서 유저 대표단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이렇게 집계된 환불 금액은 약 87억원, 참여 인원수만 7800여명의 대규모로 확장됐다.

그 기대를 받은 유저 대표단 역시 옆길로 새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단순히 마차와 트럭에 시위 문구를 달고 도로를 순회한 것이 아니라 직접 성명문을 사측에 전달하고 수많은 언론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게 된 경위와 함께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이와 함께 시위의 진정성을 해치려드는 방해공작이라고 볼 수 있는 행위들과 유저들의 의견이 분열될 수 있는 위기가 몇번 있었는데도 그 때마다 직접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고 유저들이 다시금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유저들의 의지가 하나가 된 것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한데 뭉쳐 게임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주창하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다면 국회의 개입도 힘들었을 것이고 카카오게임즈와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흐지부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가디언테일즈 유저들의 지스타 시위에 카카오게임즈가 무대응으로 나서면서 시위에 대한 동력이 약화되어 버린 것, 메이플스토리 1차 유저 대표단이 무리하게 간담회를 자체적으로 개최했다가 실패한 뒤 유저들의 의견 분열로 사퇴하면서 위기에 빠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우마무스메 유저들은 이를 잘 극복해냈고, 국회의원들의 본격적인 개입을 불러오면서 카카오게임즈가 간담회에 나올 수 있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 실제로 지난 1·2일을 기점으로 이상헌· 하태경· 전용기 의원이 개입한 이후 카카오게임즈의 대응이 확연히 달라진게 느껴진다. 조계현 대표 명의 사과문과 유저 대표단과의 비공개 미팅 요청도 해당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며, 이상헌·하태경 의원이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총대진과 만나 자료를 건네 받았다· 주말까지 유의미한 해답 나오지 않으면 총대진과 접촉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한 후 간담회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회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대규모 소송을 그냥 진행하려고 들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국회의원들을 나서게 만든 유저들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간담회가 결정됐다 하더라도 이제서야 사건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 것일뿐, 유저들이 안심하고 에필로그를 펼칠 수순은 아니다. 지난해 타 게임사처럼 간담회에서 게임에 대한 상식 밖의 이해도를 보여줄 수도 있고, 유저 대표단이 무슨 질문을 하건 간에 ‘검토하겠다’면서 답변을 미루거나 ‘사이게임즈와 협의해야하는 사항이다’고 회피하는 그림도 얼마든지 예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유저들이 대규모 환불 소송이라는 강력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고, 유저 대표단 스스로도 칼을 갈고 질문을 준비하고 있다. 개중에는 정말 예상하지 못할 질문도 있다고 밝힌 만큼 이전과 같은 모습이 재현될지는 지켜봐야할 듯 싶다. 기자 역시 우마무스메 유저 중 한사람이자 국내 게임 업계를 들여다보는 사람으로서 이번 사건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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