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날짜 확정에도 불구 유저 요구 대부분 거부· 변경
“뒤늦게 추가 답변서 통해 요구 수용했지만 신뢰 못 얻어”

우마무스메 유저 대표단은 13일 판교역 주변에서 2차 마차 시위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우마무스메 유저 대표단은 13일 판교역 주변에서 2차 마차 시위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카카오게임즈와 우마무스메 유저 총대진(유저 대표단)과의 간담회 날짜가 17일로 확정됐다. 그러나 날짜가 확정되기 이전 카카오게임즈가 공지를 통해 간담회에 대한 유저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변경하거나 거절해 유저들의 분노를 다시 지피고 있다. 이로 인해 카카오게임즈는 두번째 마차 시위를 맞이하고, 뒤늦게 유저들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여전히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추석 연휴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저들은 왜 이렇게 분노하는지, 왜 마차시위가 다시 진행되는지 알아본다.

[사진=우마무스메 다음 공식카페]
[사진=우마무스메 다음 공식카페]

추석 패키지 판매와 간담회 일정 확정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8일 추석을 맞이하여 3만 1000원짜리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기존 유료 재화인 주얼 1500개에 무료 재화 60만 골드·서포트 카드 포인트 30만pt로 구성된 상품으로, 오는 10월 17일까지 판매된다. 

그러나 해당 패키지 발매와 관련해  소비자들은 조소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전까지 무료재화 지급 지연 등 유저들이 제기한 운영 문제들에 대해 ‘개발사인 사이게임즈와의 협의를 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이번 패키지의 발매는 일본 서버에서도 판매하지 않았던 상품이었는데 이마저도 사이게임즈가 관여한 것이냐는 것이다.

또 유저들은 “챔피언스 미팅 공지가 그렇게 성의가 없었는데 패키지 판매 공지는 공을 들였다”·“이 타이밍에 돈 벌고 싶냐”고 카카오게임즈를 비판했다. 그러나 일부 유저들은 타이밍이 안좋았던 것은 사실이나, 운영 문제들이 없었다면 그냥 평범한 상품 판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은 상품의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평가하고 “구매하는 것은 자유지만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저 대표단은 9일 저녁 카카오게임즈에 요구한대로 9월 17일 오전 10시에 카카오게임즈 본사에서 간담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당시 유저 대표단은 “카카오게임즈는 대부분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졌으나 사이게임즈 측의 간담회 참석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유저들이 사이게임즈 측의 간담회 참석을 요청한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카카오게임즈가 ‘개발사인 사이게임즈와의 협의를 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사이게임즈의 참석이 불발되면서 일부에서는 간담회가 제대로 진행될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한편 유저 대표단은 카카오게임즈로 간담회 개최시 요구사항을 메일로 전달했고, 각 우마무스메 커뮤니티들은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성토는 잠깐 접어두고 추석 시기에 맞춰 업데이트되어 한창 진행되고 있는 PVP 콘텐츠 ‘챔피언스 미팅 -타우러스배-’를 즐기면서 이에 대한 이야기로 열띤 토론과 분석을 벌였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다음 공식카페]
[사진=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다음 공식카페]

사실상의 유저 요구안 거부

그러나 카카오게임즈는 2일 뒤인 11일 유저 대표단에게 보내는 답변을 통해 유저들의 분노를 다시금 점화시키고 만다. 유저 대표단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유저 대표단의 요구 사항 중 ‘사이게임즈 측의 불참 사유를 알려 달라’는 요구에 대해 “사이게임즈 측에서 알려주지 않았다”고 전했고, 유저 대표단의 방송 송출에 대해서는 “초상권· 녹취·회사시설 노출 등의 이유로 유저 측의 방송 송출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추후 이런 일(운영 문제·이슈)이 재발할 경우에 대비한 조치 약속은 기준이 애매하여 답하기 어렵다”는 답변도 있었다. 

해당 내용을 확인한 유저들은 그야말로 대폭발했다. 일단 문제 재발 방지 약속이 사실상 거부 당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었음은 물론이고,  시설 노출을 이유로 유저 측의 송출을 막은 것은 여차하면 방송 자체를 차단하거나 음소거 등을 통해 시청을 방해하거나 후일 아카이브를 남기지 않도록 원본 영상을 비공개·삭제하거나 편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카오게임즈는 예능 방송 프로그램인 ‘집사부일체’에서 회사 곳곳을 공개한 적이 있어, 시철 노출에 대한 우려는 역으로 ‘간담회에서 무언가 속이려 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았다. 

특히 지난해 간담회를 개최했던 타사와 비교하면 카카오게임즈의 행보는 너무나도 비교된다. 넷마블은 지난해 FGO 운영으로 인한 트럭시위 이후 간담회에서 유저와 직접 정면으로 마주 앉아 해결의 실마를 찾고자 했고, 넥슨은 마비노기와 메이플 스토리의 간담회를 사옥 내에서 대대적으로 개최하면서 유저 대표단과 유저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다루었다. 여기에 두 게임사는 게임 핵심 개발·운영진은 물론이고, 고위 임원까지 나서기도 했다. 

해당 간담회들은 공식 채널 송출 이외에도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 TV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유저 스스로가 송출하거나 다른 크리에이터들이 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굉장히 많은 이들이 간담회를 지켜봤다. 또 크리에이터들은 저마다 다른 해석과 분석을 함께 내놓았기 때문에 이를 비교하는 것도 하나의 콘텐츠로 취급됐다. 

[사진=우마무스메 유저 대표단]
[사진=우마무스메 유저 대표단]

마차, 다시 판교로

유저 대표단은  “최소한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즉각 대응에 나서겠다”면서 카카오게임즈의 이같은 답변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또 “사측에서 가능한 빨리 진정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함께 공개된 공식 답변서 내용에 따르면, 유저 대표단은 “사측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수용을 하는 방향의 건토는 하겠으나, 공식채널만으로 송출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사전에 보호가 필요한 시설의 보호조치를 끝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답변서에서는 “이는 카카오게임즈의 요구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다”면서 “카카오게임즈가 자사 고객을 상대로 싸움에 나서지 말고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유저 대표단은 2차 마차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시위는 지난번 마차 시위 당시 모금했던 금액 중 남은 돈으로 진행하여 별도의 모금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마차는 13일 오전 9시부터 카카오게임즈 사옥을 중심으로 판교역을 돌았으며, 오후 2시쯤 종료됐다. 현장에서는 많은 관심과 함께, KBS 등이 마차를 옆에서 밀착 촬영하는 등 취재가 이어졌다. 또 일부 유저는 태국 언론에 마차 시위가 보도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늦어버린 요구 수용

유저 대표단은 이날 카카오게임즈가 자정쯤 보내온 메일 답변을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답변서에서 “사이게임즈 측에 별도의 서한을 보내는 것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면서 “간담회 시작 전까지 사전 공유한 질문 리스트에 대해 사이게임즈와 모두 협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또 “운영에 대한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해 담당자 재교육과 심각한 경우 징계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사내 프로세스 및 규정을 확립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카카오게임즈는 해당 답변서에서 “영상 송출도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영상 송출의 경우 양쪽의 개인정보 및 초상이 담겨있어 간담회 송출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유저 대표단은 답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유저들은 카카오게임즈의 행보에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최근 업데이트된 공지에서도 드러난다. 카카오게임즈는 12일 오후 업데이트 예고 공지를 다음 공식카페에 게재했으나, 유저들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트리거이자 주요 요구 중 하나인 공지 내용 개선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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