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에서 작성된 '을질' 발언에 일침을 날린 트위터 이용자. [사진=트위처]
블라인드에서 작성된 '을질' 발언에 일침을 날린 트위터 이용자. [사진=트위터]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와 관련된 환불 소송으로 게임 소비자의 권익이 사회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게임 업계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부당함에 항의하는 소비자, 우마무스메 유저들을 ‘을질’이라면서 조소했다.

을질이란 무엇인가. 의미는 갑질의 반댓말로, 갑을관계에서 자신의 약자 지위를 역이용해서 횡포를 부리는 것을 뜻한다. 때로는 ‘역갑질’이라고 불리는 이 말은 갑의 정당한 권리의 행사를 방해하고 갑을 곤경에 빠뜨리는 경우에나 쓰이는 말인 것이다. 

그런데 우마무스메 유저들은 ‘을질’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첫 시작이 어땠는지 생각해보자. 유저들은 불만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카카오게임즈에게 해명을 요구했고, 두 차레의 만족스럽지 못한 사과문 이후 한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유저들은 대답을 듣기 위해 마차와 트럭을 이용해 온건한 시위를 벌이고, 성명문을 발표하는 등 카카오게임즈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카카오게임즈는 만족스럽지 못한 사과문과 추가대응, 여기에 모든 문제를 개발사인 사이게임즈로 돌리는 행위를 지속해 결국 유저들이 스스로 과금액 실태를 파악하고 실제 환불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최후 통첩문’을 내놓게 된 것이다. 즉 잘못을 저지른 원인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일을 계속 키운 카카오게임즈에 있는 것이다.

물론 최후통첩문에는 카카오게임즈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 일정 부분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는 그만큼 회사에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유저들의 분노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성명문을 작성한 유저 대표들이 대화 여지를 마지막까지 남겨둔 만큼 유저와 회사간의 의견 조율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데, 을질 발언자는 해당 내용을 꼼꼼히 살폈는지, 전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내뱉은 한마디인지 의문이다. 

그리고 을질 발언자는 자신이 어디에서 그 글을 타이핑하고 있었는지 똑똑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해당 커뮤니티는 익명성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블라인드’로 소속회사가 노출된다. 물론 재직·퇴직 여부는 알 수는 없으나, 만약 재직중이라면 스스로의 행위로 인해 회사와 업계의 이미지 제고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애초에 그런 말을 하고 싶다면 믿을 수 있는 사람끼리 가진 모임에서 하든지, 자신의 발언을 그 자리에서 수습해 정상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도 보유해야 되는데, 사고는 본인이 저지르고 그로 인한 후폭풍과 뒷수습은 회사 동료들과 업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어리석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을질 발언은 개인의 부주의로 인해 그 자신이 소속되거나 소속된 회사와 같은 업계인들, 업계와 회사의 게임을 플레이해주는 유저들이 모두 상처를 입고, 인식마저 더욱 나빠지게 만들었다. 게임 업계에서는 입사자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를 조기부터 교육해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사람은 교육 내용을 까먹었거나, 아니면 교육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받아야 됨이 분명하다.

기억하라. 익명이 보장된다고 해도 말과 단어 그 자체의 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당신이 익명성에 가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도가 넘는 발언은 자신에게 되돌아와 스스로를 사정없이 내려치게 만들 것이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사진=명언웹]
[사진=명언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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