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 시위 후 불매운동서 환불소송으로 확대
2500여명 유저 환불 요금액만 48억원 육박

우마무스메 유저들은 지난 마차시위에 이어 2차로 트럭시위 역시 진행한다. [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디지인사이드 갤러리]
우마무스메 유저들은 지난 마차시위에 이어 2차로 트럭시위 역시 진행한다. [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디지인사이드 갤러리]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우마무스메 유저들의 2차 시위가 31일 오전 10시 판교역 카카오게임즈 본사 앞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번 마차 시위 때와의 분위기는 엄연히 다르다. 마차시위 당시에는 그래도 유저들이 애정어린 충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면, 이번에는 거의 증오에 가까운 상태로 바뀐 상태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 천명의 유저들이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환불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소송 금액만 최소 5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변호사들 역시 큰 사건임을 감지하고 하나둘 우마무스메 커뮤니티에 얼굴을 드러내고 있으며, 흩어져있던 각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역시 지난해 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대란 당시처럼 대규모 연대를 시작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때문에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유저들의 분위기가 일변했는지, 상황은 어떻게 악화되고 있는지 알아본다.

카렌짱 픽업 이후, 한국 우마무스메의 뽑기 일정은 타사와 다른 방향을 걷게 된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카렌짱 픽업 이후, 한국 우마무스메의 뽑기 일정은 타사와 다른 방향을 걷게 된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의  ‘놀금’ 제도 의혹, 유저의 분노에 기름붓다

마차 시위로 연결됐던 트리거가 고루시 위크와 챔피언스 미팅 등 콘텐츠에 대한 늦장 공지였다면, 유저들이 트럭을 이용한 2차 시위와 환불 소송 준비까지 들어가게 만든 것은 카카오게임즈의 내부 구조때문이다.

이는 우마무스메의 BM(사업모델)이자 콘텐츠 중 하나인 픽업뽑기 일정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됐다. 한국 서버는 키타산 블랙 서포트 카드 픽업 이후 3명의 캐릭터인 ‘카렌짱’·‘나리타 타이신’·‘스마트 팔콘’으로 이루어지는 연속 픽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해당 캐릭터들은 출시 초반 기준으로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었으며, 스마트 팔콘까지의 픽업 일정이 끝나면 사실상 몇개월간은 유저들이 투자할만한 픽업 뽑기 일정이 등장하지 않는다. 

카카오게임즈가 돌연 카렌짱 픽업 뽑기부터 타 서버와 다르게 일정을 줄여버리면서  유저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일었다. 어차피 일본 서버를 따라잡으려면 일정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다른 유저들의 기회 비용을 위해 일정을 줄여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4분기 실적 때문에 픽업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카오가 공개한 놀금제도 달력. 노랗게 빛을 발하는 것이 놀금이다. 현재는 몇몇 언론사와 일부 커뮤니티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카카오가 공개한 놀금제도 달력. 노랗게 빛을 발하는 것이 놀금이다. 현재는 몇몇 언론사와 일부 커뮤니티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그런데 마차 시위 이후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바로 우마무스메의 픽업 뽑기 일정이 카카오게임즈의 대표적인 기업문화인 ‘놀금’에 맞춰 설계되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놀금은 카카오그룹이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내제도로서, 격주에 한번 금요일을 쉬는 날로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2주에 한번씩 주 4일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유저들이 게임 클라이언트 파일을 분석해 각 픽업의 날짜를 확인한 결과, 9월 5일에 진행되는 ‘나리타 브라이언’ 픽업을 시작으로 많은 픽업 뽑기 일정이 목요일에 끝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말 공교롭게도 다음날이 놀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이운 스카이’ 캐릭터 픽업 일정의 경우 카렌짱 이후 줄어들었던 일정과 달리 타 캐릭터보다 훨씬 긴 픽업 일정을 가지고 있어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었으나, 한글날과 대체 공휴일(10월 9일~10일)을 마지막으로 일정이 종료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역시 직원의 휴식 때문인 것으로 사람들이 추측하고 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다”면서 “지난번 사과문에 의문으로 제기됐던 ‘한국 사정에 맞춰 무료 재화를 지급한다면 왜 광복절과 같은 날들은 지급이 안됐나’ 같은 물음도 설명이 된다. 카카오게임즈가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고 귀결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허탈감과 조롱을 표출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등에서도 카카오게임즈를 향한 조소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31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환불 요청 금액은 약 48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게시글 번호를 누르면 해당 유저의 구매 내역 혹은 영수증 또한 볼 수 있다.  [사진=Kgame.sucks 페이지 캡쳐]
31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환불 요청 금액은 약 48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게시글 번호를 누르면 해당 유저의 구매 내역 혹은 영수증 또한 볼 수 있다.  [사진=Kgame.sucks 페이지 캡쳐]

내 돈을 돌려줘!! 실시간 신기록 갱신중인 환불 요청 금액과 소송

결국 유저 대표단은 환불 소송을 고려하고 이를 위해 대략적인 금액과 참여 인원들을 파악하고 있다. 유저들은 현재 이 작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으로, 31일 11시 30분 현재 약 4300여명의 인원이 사용한 과금액 48억원 정도가 집계된 상황이다. 

원래 유저 대표단은 불매 운동을 기획하고 이에 대한 서약서를 수 백명의 유저로부터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불매운동 대신 환불 소송으로 선회했다.

자발적으로 환불 액수와 인원을 파악하기 시작한 ‘simon419’ 우마무스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이용자는 “게임 서비스 종료가 1년 내로 진행된다면 돈을 다 돌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대로 1년 이상이면 못받으니 이 참에 해야 한다”면서 “소액도 상관없다. 결국엔 한 사람이고, 1명이라도 소중한 상황이다. 사람들이 단결되어야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고 참여를 호소했다. 

또 다른 갤러리 이용자 ‘꿀밤’은 환불에 나설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환불사태 터져서 내가 쓴 과금 비용 확인하면 꼭지가 돌게 되어있다”면서 “아니 100만원 쓴 줄 알았는데 200만원이네. 200만원인 줄 알았는데 400만원이네. 그런데 소송비가 얼마 안한다니 참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저 대표단 외에도 개인적으로 로펌 등과 접촉하는 유저도 등장하고 있으며, 변호사 등 법조계 관계자들 역시 등장하여 소송에 대해 조언을 주거나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 일부 변호사들은 자신들도 피해를 봤다면서 과금액을 인증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공무원이나 게임 업계인 등 다양한 인물들 역시 등장해 유저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 변호사는 “제가 아는 변호사 친구들 중 몇 명도 피냄새를 맡고 슬슬 갤러리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요즘같은 불황에 소소한 자문만 따내도 좋은거고 진짜 집단 소송 들어가서 칼춤 추면 더 좋다”면서 소송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서 피냄새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피’라는 발음이 전문적인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즉 수임료를 뜻하는 ‘Fee’와 발음이 동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변호사는 환불 액수가 30억이었을 당시 집단 소송 시 필요한 수임료를 계산하면서 “인지액과 승·패소 시 심급당 30억기준 소송비용으로 산입될 수 있는 변호사 보수 계산하고, 항소심까지 가서 유저들이 전부 패소한다고 해도 최악의 경우 1억원이 소모된다”면서 “만약 2500여명(30일 오후 11시 30분 기준 환불액 공개 참여 인원)이 전부 소송에 들어간다고하면 1명당 4만원의 소송비용으로 2년동안 카카오게임즈를 괴롭힐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변호사는 이어서 “정말 소송을 하느냐는 마지막까지 모르는 일이고 막상 소송가면 또 얼마나 참여할지 모른다. 또 계약에 따라 변호사 보수도 승소금의 몇%, 패소 시 변호사 보수 없음 등 그런 계약도 있고 해서 다 다르겠지만 정말 2500명이 진심으로 붙으면 못할 건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은 현재 유저들이 더욱 환불 액수 파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발언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유저 대표단은 자체적으로 로펌과 상의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조금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저 대표단 중 한 명인 ‘종로타마모’는 “전액 환불을 받아내기 위해선 전자상거래법에 위반하는 사실과 다른 광고, 공지를 하였는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카카오의 기망행위가 정확히 있다고 보기 어렵기에 전액 승소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소송 시작하면 이기고자 할 것이고 로펌에서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다만 로펌에서는 실질적으로 청구 금액을 받아내기 위한 소송인지, 유저가 카카오게임즈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과 그 여파에 중점을 두었는지 노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 집단 소송 시 인지액, 선임비 등의 비용에 대해서도 잘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저들은 이를 알고 있음을 인지하고, “소송을 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유저들은 “패소를 한다고 해도 카카오 입장에서는 이미지의 실추와 함께 이같은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에 의미가 있으며, 만약 소송에서 이겨 대규모 환불(리콜)이 확정된다면 초유의 선례를 남기고 앞으로 언론에서 이를 다루는 무게감 역시 달라질 것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덤이다”고 전했다.

환불 소송 시작 여부는 금일 밤이나 사흘 내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며,  소송이 진행되기로 결정되면 현재까지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불 액수 파악에 참여한 인원에게 소송 참여여부를 재확인하고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혁명 시기를 다룬 작품인 레미제라블을 이용한 커뮤니티간 동맹 패러디. 이 밖에도 다양한 창작물이 제작됐다. [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프랑스 대혁명 시기를 다룬 작품인 레미제라블을 이용한 커뮤니티간 동맹 패러디. 이 밖에도 다양한 창작물이 제작됐다. [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FGO 시위 당시 상황 재현? 게임 커뮤니티간 통합 대응 움직임  

한편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항의 시위 및 대응이 타 커뮤니티의 합류로 커질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지난 30일을 기점으로 루리웹과 아카라이브, 인벤 등 우마무스메 게시판이 존재하는 게임 커뮤니티에서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항의에 동참하겠다고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를 통해 소식을 알려왔으며, 서로의 커뮤니티에서 감사의 말과 다양한 패러디 짤방들이 만들어져 공유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유저들은 지난해 넷마블의 페이트/그랜드 오더(이하 FGO) 트럭 시위 사태 당시를 언급하고 있다. 당시에도 디시인사이드와 타입문넷, 루리웹 등을 중심으로 FGO 운영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힘을 합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이번에도 힘을 합쳐 카카오게임즈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커뮤니티 간의 목소리 통합은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망가져버린데 대한 측면이 더 크다. 우마무스메 유저들 외에도 카카오게임즈와 연관이 있는 게임의 유저들은 “우리가 카카오를 지금 안막으면 카카오가 앞으로 들여올 모든 게임을 다 망쳐버릴거다”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도 카카오게임즈는 ‘음양사’ 등의 전례들이 있어, 이러한 인식은 더욱 굳어지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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