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의 주말엔 무슨 일이?
밀회 시도·기습 사과문 후 받아들여

유저 대표단 중 한명인 '종로타마모' 박대성씨.  지난 판교역 마차시위때 성명문을 직접 카카오게임즈에 전달하기도 했다. [사진=권찬욱 기자]
유저 대표단 중 한명인 '종로타마모' 박대성씨.  지난 판교역 마차시위때 성명문을 직접 카카오게임즈에 전달하기도 했다. [사진=권찬욱 기자]

카카오게임즈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 총대진(이하 유저 대표단)이 요구한 사항 중 하나였던 간담회 개최를 받아들였다. 잘못된 대응으로 일관해 유저들의 분노를 끊임없이 불러오던 상태에서 겨우 한발짝을 떼게 된 것이다. 물론 유저들이 최후통첩문을 발표함과 동시에 이상헌·하태경·전용기 의원 등이 유저 대표단과의 접촉을 진행하거나 시사하면서 카카오게임즈로서는 적지 않은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과정까지 가기도 정말 험난했고, 주말에도 거의 2시간이 멀다하고 사건이 발생했다. 또 그 간담회까지 과정에서도 유저들이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유저대표단은 2일 저녁 카카오게임즈가 총대진과의 미팅을 진행하기위해 접선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사진=우마무스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유저대표단은 2일 저녁 카카오게임즈가 총대진과의 미팅을 진행하기위해 접선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사진=우마무스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유저 대표단과의 밀회시도한 카카오게임즈

지난 2일 저녁 유저 ‘종로타마모’를 비롯한 대표단은 ‘남관현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담당팀장으로부터 유저 대표 3인과의 미팅을 가지자는 제안이 왔다’고 밝혔다. 종로타마모는 해당 자리에서 간담회를 갖자는 것인가 하고 물었으나, 담당 팀장의 질문 사항을 물어볼 수 있는 단순 미팅 자리라고 답변이 나와 ‘모든 유저·소비자의 의견을 전달 될 수 있는 간담회가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하여 협상이 결렬되었음을 알렸다. 

카카오게임즈의 접촉은 이날 오전 유저 대표단이 최후통첩문을 발표하고, 이상헌·하태경·전용기 의원 등이 사건에 대한 관심과 함께 유저 대표단과 접선하거나 접선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유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게임 커뮤니티 루리웹의 한 유저는 “카카오게임즈가 유저 대표단을 돈으로 포섭해서 소비자 권익 활동을 유야무야 만드려고 시도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으며,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이하 우마무스메 갤러리)의 또다른 유저는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2018년 카카오게임즈의 검은사막 운영을 비판한 유저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고 계정을 정지시켜 불만 자체를 무마시킨 선례를 들어 “카카오게임즈가 유저 대표들을 해코지 할 수 있다”면서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또 타 게임사의 법무팀이라고 밝힌 우마무스메 갤러리 이용자는 카카오게임즈의 연락이 있기 전 카카오게임즈가 총대진을 포섭하거나 협박하는 등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러한 예상이 들어맞으면서 다른 유저들의 놀라움을 샀다. 

조계현 대표의 명의로 올라온 사과문. [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다음 공식카페]
조계현 대표의 명의로 올라온 사과문. [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다음 공식카페]

조계현 대표, 늦은 새벽 사과문 게재

이후 카카오게임즈는 3일 새벽 3시경 우마무스메 공식 카페를 통해 조계현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한다. 조계현 대표는 “국내 서비스에 대한 미흡한 운영으로 고객님들께 많은 불편함과 큰 실망감을 안겨 드렸다. 이에 깊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잃어버린 신뢰와 깊어진 실망감을 회복하긴 역부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부족하게나마 사과문을 통해 고객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약속을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과문으로 다루어진 내용은 총 4가지로, 유저와의 소통· 재화 지급이 제 때 주어지지 않은 이유· 업데이트 공지가 늦어진 이유·  현지화 및 알람 등의 기능 개선 등을 언급하고 있다.

소통 쪽으로는 ‘건의· 오류 게시판’의 기능 강화와 개발사로부터의 빠른 확인을 약속했으며, 재화지급에 있어서는 “개발사인 사이게임즈 측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재화의 지급 일정이 일부 조정됐다”면서 “가장 필요한 시점에 적합한 양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공지에 대해서는 “개선된 점을 먼저 적용하고자 하였으나 일본 서비스에서 신경 썼던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면서 “업데이트를 지연시켰어야 했음에도 업데이트 일정을 변경하지 않은 이유를 명확히 조사하고 향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현지화 및 알람 등의 기능 개선도 빠르게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저들은 사실상 명의가 조계현 대표로 바뀐 것일뿐, 이전 사과문들 처럼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있지 않아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카카오게임즈가 개발사인 사이게임즈의 탓으로 끌고 가려고한다면서 비판했다. 우마무스메 갤러리 유저들은 새벽시간에 사과문이 올라온 이유에 대해 조 대표가 사과문을 통해 여론전을 시도하려한다고 주장했으며, 주요 쟁점도 유저들이 전반적인 운영 개혁에서 무료재화 지급과 번역 실수 등 사소한 문제로 바꾸려고 시도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과문 게재 약 40분 후 해당 맥락으로 추정되는 기사들이 일부 포털 사이트를 통해 등장했다. 

유저 대표단은 해당 사과문이 올라온 직후 “정말 간절히 바래왔던 최중요 요구사항 들을 대표가 직접 책임지고 나서 사과 해주신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도 “공지형태의 사과문만으로는 잃어버린 신뢰와 깊어진 실망감을 회복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다”고 반론했다.

다만 유저 대표단은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약속한 만큼, 간담회를 통해 개선점을 논의하실 의향이 당연히 있으시리라 믿는다. 개발사와 운영사, 양사간의 합의에 대해서도 법과 계약사항에 저촉되지 않는 선 안에서 서로 인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운영사 측의 억울함도 해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면서 “조만간 간담회에서 소비자의 의견을 더 자세히 직접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저희도 최대한 신속히 간담회를 준비하겠으며, 카카오게임즈측의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고 답변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간담회 메일 답변 [사진=우마무스메 유저 대표단]

간담회를 받아들인 카카오게임즈?

유저대표단은 4일 저녁 ‘카카오게임즈가 간담회를 진행하자고 연락했다’고 공지를 통해 밝혔다.  함께 공개된 메일 내용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많은 실망감을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기회를 제안해주신 점 감사드린다”면서 “사이게임즈 측으로 간담회 개최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요청하고 있다. 성명문(최후통첩문)에 기재된 시간까지 회신드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저들은 카카오게임즈가 여전히 사이게임즈 탓을 하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카카오게임즈가 당장의 면피와 장기적인 책임회피를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고 있다. 특히 유저들은 ‘사이게임즈에 간담회 개최에 대한 검토를 요청중이다’는 문구에 대해 “모든 것을 사이게임즈가 관리한다면 한국서버는 차별 운영하도록 놔두고, 대만서버는 알아서 하게 놔둔 것이냐”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이슈 등으로 진행된 각 게임사의 운영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유저 대표들이 우마무스메 유저 대표단에게 조언을 하거나 지원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스타 2021 트럭시위에서 카카오게임즈의 무대응으로 큰 아픔을 겪었던 가디언테일즈 유저들은 확답이 오지 않는 즉시 리콜 소송을 실행하라고 조언하는 중이다. 또 많은 유저들이 이제는 일반적인 간담회가 아닌, 공식 유튜브 채널로 진행하는 실시간 간담회를 요구하고 있다. 

유저 대표단은 금일 오후 11시 59분까지 카카오게임즈의 응답이 없을 경우 환불소송에 즉시 돌입한다. 현재 유저들은 환불을 위한 서류를 수집하고 접수받기 시작한 상황으로, 현재 집계된 금액이 약 87억원, 78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유저들과 카카오게임즈와의 대화는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우마무스메의 운명은 파국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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