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가입자 3978만명 중 70% 한번도 보험금 수령안해
지난 6월까지 1년간 4세대 실손 전환율도 ‘1.2%’ 미미
업계 관계자 “금융 당국이 비급여 진료비 기준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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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가입자 70%는 1년에 단 한 차례도 보험금을 수령해가지 않는 가운데, 0.27%에 해당하는 약 10만 7000명이 연간 1000만원을 상회하는 실손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년에 실손보험이 10% 내외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70%에 해당하는 가입자만 피해가 늘고 있다는 비난이 일면서,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전체 3978만명 중 약 70%에 달하는 2665만명이 보험금을 한 번도 수령하지 않은 반면 가입자 가운데 약 0.27%(보험금 수령자 가운데 0.8%)에 해당하는 10만 7000명이 연간 1000만원이 넘는 실손 보험금을 수령하여 매년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일부 고액 실손 보험금 수령자로 인해 전체가 피해를 보는 구조이기에 보험료 인상으로 애꿎은 70%가 손해를 보는 게 아닌 연간 1000만원 넘는 실손 보험금을 타는 10만 7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책 조정이 시급해 보인다.

보험가입자 3900만명 ‘제2의 건강보험’

실손의료보험은 1999년 처음 설계·판매된 이래 2021년 6월 기준 가입자 수 3900만명을 기록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자리잡았다.

실손 의료보험은 가입시기에 따라 총 4세대로 나누어진다. 1세대는 1999년부터 2009년 9월, 2세대는 2009년 9월부터 2017년 3월, 3세대는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 4세대는 2021년 7월부터 현재까지 가입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적은 1~2세대 실손 보험료는 지난 1월 평균 16%, 3세대는 8.9% 인상했다. 2022년 갱신 주기를 맞는 가입자는 그간 누적 인상률에 나이별 위험률까지 더해져 보험료가 한 자리 대에서 10만원대로  오를 수 있다.

실손보험은 최근 4년간 보험료가 연속으로 오르며 가입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있다. 보험료 인상 사유는 보험사 적자가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 폭이 커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진료 탓이라는 지적이다.

기존 보험에 손을 댈 수단이 없어서 환자들의 과도한 의료 기관 이용과 돈을 벌려는 병원 의료진의 과잉 진료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현 상황이다. 비급여 진료비는 급여 진료비와 달리 병원에서 임의적으로 정할 수 있어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보험업계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의료 서비스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매년 할증되는 4세대 보험을 2021년 7월부터 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1~3세대 실손 보험 가입자들 입장에서는 이점이 그다지 크지 않아서인지 4세대로 전환을 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

지난 8월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손해보험사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계약 전환 건수는 37만건으로 지난해 12월 말 전체 실손보험 보유계약 2950만건 대비 비중은 1.2%다.

비급여 과잉진료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로 인해 비급여 과잉진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 통화 중 “백내장 수술과 도수치료처럼 과잉진료·청구 들어오는 항목들의 경우 대부분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해서 소소하게 받는 게 아니라 일부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다수 반복적으로 고액을 청구하다 보니 병원에 잘 안 가고 보험료를 내는 선량한 사람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에 따라 보험사도 “보험사 고유 업무인 손해사정 측면에서 보험금 누수, 청구 과잉에 대해서 지급 심사가 강화되고 있고 고객들이 청구하는 보험금 대비 보험료가 낮기 때문에 보험료를 현실화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백내장 수술의 경우 단초점 렌즈를 급여화 했으나 안과에서는 급여화 되지 않은 다초점렌즈를 삽입하는 수술을 대부분 시행하면서 급여화 시켜서 치료 비용을 낮추려고 했던 부분을 무력화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비급여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개선이 되지 않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실손 보험 가입자 가운데 일부 가입자들만 많이 보상을 받는 문제에 대해 “일부 가입자의 과잉치료가 문제가 된다”며 “근본적인 해결이 되려면 꼭 필요한 치료에 대해서 치료할 수 있는 문화나 제도 개선이 수반이 되어야 할 거 같다”고 응답했다.

이어 “보험사 입장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아픈 지 안 아픈 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 느낄 수 없다”며 그러나 “최근 사례로 나오는 것처럼 하루 8차례 도수 치료 받는 건 누가 봐도 과하기에 이런 건 줄어들어야 하는 게 맞다. 단, 제도적으로 단칼에 무 썰 듯 결정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 통화 중 과잉진료로 실손보험 보험금이 많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소비자 자정작용 있으면 좋겠으나 제도적 기반이 먼저 마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급여는 지급기준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있는 게 아니어서 도수치료가 병원별로 1000원부터 1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며 “병원에서 비급여 치료 받으면 실손보험 상품 판매사에서 다 배상을 한다. 일단 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진료비를 발생·책정에 있어서 지급 기준,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소비자도 이런 증상이 있을 때 이 정도가 적정한 치료구나 하고 인지할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 마련은 금융당국 차원에서 해야 하는 문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경제신문 문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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