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국내 12개 부동산신탁사가 사업 주체로 전국에 공급한 아파트 분양계약서 136개를 아파트 표준계약서와 비교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아파트들. [사진=연합뉴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국내 12개 부동산신탁사가 사업 주체로 전국에 공급한 아파트 분양계약서 136개를 아파트 표준계약서와 비교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아파트들. [사진=연합뉴스]
박준용 한국소비자원 시장감시팀장

최근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재건축 아파트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는 사건이 있었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지난해부터 신탁사를 통한 정비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신탁사를 통한 아파트 공급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국내 부동산신탁사 12곳의 아파트 분양계약서 136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내부 구조·마감재 변경 시 통지 의무를 누락하는 등 상당수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136개 계약서를 아파트 표준 공급계약서(이하 ‘표준계약서’)와 비교한 결과, 97개(71.3%)는 세대 내부 구조·마감재 등 경미한 사항의 설계·시공 관련 변경에 대한 통지 의무를 명시하지 않았고, 이 중 48개는 소비자의 이의제기조차 금지하고 있었다. 표준계약서에서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은 6개월 이하의 기간마다 그 내용을 모아서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71개(52.2%)는 사업자가 계약 이행에 착수한 후에는 계약 해제나 해지를 어렵게 하고, 사업자 귀책으로 인한 계약 해제·해지 조항을 포함하지 않아 표준계약서보다 불리했다. 불공정한 계약으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표준계약서의 사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사업자의 의무·강제사항이 아니기에 시장에서 반영률이 높지 않은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부동산신탁사 관련 피해 [자료=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부동산신탁사 관련 피해 [자료=한국소비자원]

한편 조사대상 계약서 모두 신탁계약 종료·해제 시 소비자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시행위탁자에게 면책적으로 포괄 승계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어, 신탁사가 불법행위 등 귀책이 있는 경우에도 신탁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부동산 소유권 이전 시 발생하는 인지세에 대하여 계약당사자가 공동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 이를 연대하여 납부하여야 하지만, 102개(75.0%)는 소비자가 인지세를 전액 부담하도록 하여 개선이 필요했다.

부동산신탁사와 관련한 피해구제 신청은 지난해부터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피해유형별로는 주요 사항에 대한 설명이나 고지가 미흡하거나 계약 당시 설명과 실제 계약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불완전 계약이 절반을 상회하고 있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사업자에게 공유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부동산신탁 관련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향후 신탁사를 통한 주택 공급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사업자는 문제해결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한편, 소비자도 분양계약 체결 시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는 노력을 통해, 공정한 분양거래가 정착되고 소비자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시장을 기대해 본다.

박준용 한국소비자원 시장감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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