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 “HUG나 신용보증기금처럼 신용보증제도 마련 필요”
인상계획 즉각 철회·대출취약계층 제도적 지원방안 수립 강력 촉구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붙어있는 대출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붙어있는 대출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대출 법정최고금리 27.9% 인상 관련 법 개정 추진은 대출취약계층을 빚더미로 몰아넣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민사회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은 10일 “대출취약계층이 대출을 못 받는 것이 걱정이라면 법정최고금리를 올릴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신용보증기금이나 HUG 주택도시보증처럼 정부가 대출취약계층의 신용보증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20%대인 법정최고금리를 최고 27.9%까지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대출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사·저축은행·대부업체 등이 조달금리 상승으로 ‘대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정최고금리 인상은 대출취약계층의 채무불이행과 서민경제 파탄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주권은 “일례로 삼성전자가 받는 세액공제 4조 7000억원에 비하면, 정부 신용보증에 따른 손실 규모는 최대 몇 백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서민경제의 파탄을 막기 위해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만 부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서민 지원’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이번 주부터 법정최고금리 인상을 위해 국회 설득 작업에 들어간다. 법 개정 사항이 아니지만,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회 동의를 얻어 추진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두 가지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20%의 법정최고금리를 규정한 대부업법 시행령 5조와 9조를 개정해 직전 최고금리였던 24%까지 올린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하게 하는 것이다. 최고 27.9%와 최저 20.0%를 상·하한선으로 하고 특정 지표금리를 설정해 시장금리와 자동으로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소비자주권은 두 방안 중 무엇이 됐든 서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서민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하했던 법정최고금리를 다시 인상하는 것으로는 대출취약계층의 생계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가계부채에 허덕이는 대출취약계층을 정부가 직접 고금리 대출로 내몰아 채무불이행을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비자주권은 “정부가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은 대출취약계층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정책 안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면서  “법정최고금리를 올리지 않고서도 대출취약계층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정부의 신용보증이다. 대출취약계층은 신용도가 낮고, 채무불이행의 우려가 커서 금융기관에서의 대출이 쉽지 않다. 중소기업에 각종 채무를 보증하는 ‘신용보증기금’이나, 각종 주택보증업무를 통해 서민주거안정에 나서고 있는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처럼 정부가 신용보증지원제도를 마련하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출금액의 1% 등 일정 금액을 보증료로 받고 보증서를 발급해준다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게다가 정부의 신용보증을 통한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규모는 최대 몇 백억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주권은 “법인세 인하(25%→24%)와 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8%)에 대한 추가 세액공제 등으로 삼성전자가 받는 4조 7000억원(나라살림연구소 추산)의 세액감면액에 비하면 1~2%도 안 되는 돈이다”면서 “지금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의 ‘재벌 감세’가 아닌 고금리·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 지원’이 시급한 때다. 정부는 법정최고금리 인상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대출취약계층에 대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문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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