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저축은행 인수, 고금리로 ‘돈놀이’... 피해는 소비자 몫

 

[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일본계 ‘사무라이 자본’이 국내 대부업계를 잠식해가고 있다.  자국 내에서 성장 한계점에 도달한 일본계 금융사들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수익원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에 집중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수익만을 쫓는 고금리 ‘이자놀이’에 치중하게 될 경우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금융소비자들이지만 당국은 마땅한 보완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이 12일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에게 제출한 상위 10위 대부업체 총자산 변동현황 자료에 따르면 일본계가 대주주인 아프로파이낸셜과 산와머니, 미즈사랑, KJI 등 4개사의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자산이 4조2836억원을 기록, 4개 대부업체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4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4개 업체의 자산은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들 사이에서의 비중이 2012년 말 35.6%에서 1년 반 만에 7%포인트 가까이 급증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또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일본계 기업들이 국내 부실 저축은행들을 모조리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계 기업 오릭스는 2010년 12월 푸른2저축은행, 2013년 11월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 1조원이 넘는 OSB저축은행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또한 오릭스는 금융권 최고 알짜 매물로 꼽히는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상태여서 인수에 성공할 경우 현대저축은행까지 품에 안게 된다.
 

이밖에도 SBI홀딩스는 2013년 3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SBI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꿨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계열저축은행을 통합, 업계 1위 저축은행으로 올라섰다.

J트러스트는 2012년 미래저축은행(현 친애저축은행)을 인수했으며,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예주, 예나래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OK저축은행으로 다시 태어났다. OK저축은행은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국내 프로배구단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외국 자본의 침투는 글로벌 경제에서 막을 수 없는 흐름이긴 하나 대부업체들을 이용한 일본자금의 유입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일본은 1~4%의 낮은 금리로 돈을 조달해 우리나라에서 10% 이상의 금리를 받으며 일명 ‘돈놀이’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는 국내 가계부채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안심전환대출의 폭발적 인기와 관련, 현재 많은 사람들은 대출부담에 허리를 쪼아 메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마땅한 돌파구가 없기 때문에 결국 고금리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출상담차 한 저축은행 논현지점을 방문한 시민 A씨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게 있는데 이번에 안심전환대출 자격이 안돼 전환신청을 할 수 없었다”며 “우리같은 서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돈이 급하니 일본계 업체든 뭐든 돈을 빌릴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고금리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푸념했다.

문제는 보기좋은 이러한 저축은행들이 은행으로 포장돼있지만 실상은 돈놀이가 주업인 대부업체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은행이라는 타이틀만 바꿔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을 뿐, 대부업체 시절 고금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우리나라 법정최고금리는 연34.9%다. 현재 대부업체 10곳 중 8곳은 30%이상의 고금리를 최저금리로 적용하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저축은행’에도 고금리 정책이 적용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당국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차원에서의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주홍 의원은 “일본계 사금융은 저금리 자금을 들여와 한국 서민금융시장을 잠식하고 금융의 다양한 정책적인 부분을 좌시한 채 이윤 추구에만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당국 차원에서 적절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 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 한 저축은행이 없는 상태라 우리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리한 배당을 실시하게 되면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저축은행들이 일본계 자금이라 해서 무조건 제제만 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업체들이 최근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금리를 유동성 있게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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