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최고금리 추가 인하로 인한 두마리 토끼 잡아야

▲ 정부의 대부업법 개정으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의 법정 대출최고금리는 인하됐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에 일본계 금융사는 국내에서의 대출장사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출처=OK저축은행 홈페이지캡처, 친애저축은행·SBI저축은행·OSB저축은행 페이스북)

[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정부가 대부업체 등의 최고금리를 대폭 인하했지만, 여전히 일본 내 최고금리와의 격차로 인해 이들의 ‘돈장사 호황’은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3일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대부업체를 비롯한 카드사, 캐피탈사 등의 여심금융사에서 대출을 할 때 적용하는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연 34.9%에서 7%p 인하한 27.9%로 설정했다.

▲ 금융위는 대부업 등의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로 하향조정하며 최대 약 330만명의 이자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했다. (출처=금융위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법률 시행' 보도자료 캡처)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이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날 즉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대출 최고금리를 27.9%로 낮췄다.

이에 금융소비자들은 대부업 신규대출을 계약하거나 기존 계약의 연장 등을 신청하면 인하된 대출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게됐다.

당시 임종룔 금융위원장은 “대부업법 개정안이 빨리 시행돼야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법안 공포시기를 앞당겼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통 20%를 넘는 최고금리는 여전히 금융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본국에서 적용받는 비교적 낮은 최고금리로 인해 국내에서의 ‘돈장사’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월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카드사 등의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 대출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4년 1분기 49.9% 이후 처음으로 50%가 붕괴된 수치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대출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처럼 대부업체 대출 이용 비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이들의 최고금리를 내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20% 중후반을 육박하는 금리에 서민들의 한숨은 늘어가고 있다.

▲ SBI저축은행은 현재 대출금리를 법정 최고금리인 27.9%로 제공하며, 추가심사를 한다해도 최대 3%p의 인하밖에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다른 대부분의 일본계 저축은행도 마찬가지 였다.  

실제로 일본계 금융사인 SBI저축은행의 대출심사 관계자는 “현재 제공할 수 있는 대출금리는 27.9%로 재직여부와 연소득, 4대보험 등 기타 사항으로 심사가 통과된다 할지라도 최대 3%p 인하만이 가능하다”며 “다른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로 법정 최고금리를 제시할 것이며 인하율도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일본인 대표이사의 이름으로 국내 대부업체로 활동하는 J 대부금융사 역시 대출금리와 연체금리를 현 법정최고금리인 27.9%로 제시하는 등 대부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의 대출금리는 20% 중후반대에 맞춰져있었다.

이는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최저금리와 최고금리를 같게 평가하며 모든 고객들에게 27.9%의 최고금리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전 법정최고 금리인 34.9%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27.9%라는 숫자는 여전히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반대로 이들 금융사의 내부 사정은 전과 크게 다를 바 없거나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태다.

특히 국내 대출시장에서 40%, 대부업체 중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일본계 금융사들은 한국은행의 발표대로 금융소비자들의 저축은행 및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이용이 늘어나면서 여전한 ‘돈장사 호황’을 맞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23개 저축은행의 지난 4월 여신잔액은 전달보다 2668억원 늘어난 21조6395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일본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의 여신규모는 3조 7247억원으로 전달보다 1134억원 증가했고, OK저축은행도 여신잔액 2조4637억원을 기록해 전달과 비교해 781억원이 늘었다. 또 JT친애저축은행의 경우 1조 2012억원으로 전달 1조 1888억원에 비해 123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들 일본계 금융사의 호황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일본 내 초저금리 흐름이 지속되면서 자국내 대출시장에서의 벌이보다 ‘낮춰도 여전히 높은’ 한국의 대출금리로 인한 ‘국내 러쉬’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법정사채이율은 금액에 따라 연 15~20%로 기준금리가 0.10%에서 머물 정도의 초저금리 기류로 인해 각 대부업체들은 자국내에서보다 ‘낮춰도 27.9%’인 한국 내에서의 대출장사가 비교적 이득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일본 대부업체들은 자국의 초저금리로 거액의 자금을 조달해 국내에서 고금리로 대출영업을 하며 이익을 누려왔다.

▲ 일본계 금융사들은 한국내 상대적인 고금리 대출로 이득을 보며 '한국러쉬'를 지속해왔다. JT친애저축은행과 JT캐피탈의 일본 본사인 JT트러스트도 홈페이지 메인에서부터 한국금융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출처=일본 JT트러스트 홈페이지 캡처)

특히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정부 차원에서 사채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자율 상한선을 20%로 낮췄는데, 당시 60%대였던 국내 시장에서 금리 이득의 우위와 낮은 진입장벽으로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지난 2014년 초반 법적으로 보장된 사채이율이 39%였을 때는 보다 높은 수익을 볼 수 있었고, 3월 개정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도 30% 중반의 고금리 대출장사로 배를 불릴 수 있었다.

일본계 금융사들의 국내 대출시장 장악으로 서민들의 대출이자는 일본 자본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내계 저축은행사 한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국내와 외국계 대부업체를 나눠 차별적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축은행사 관계자는 “대부업체에서 유명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대출을 하기로 마음먹은 고객들은 ‘금리’를 보지 ‘광고’를 보지 않는다”며 “마찬가지고 일본계 금융사도 자신들이 영업하는 곳이 어떤 나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금리만을 보게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대부업법 개정을 하면 국내사나 외국사 차별없이 적용되는데 일본계 금융사들은 말그대로 외국계이기 때문에 국내사들보다 비교적 규제에 자유로운 점이 존재한다”며 “대출금리를 내리면 안 된다고 항의까지 하는 사람들인데 일본계에서 더 치고 올라오면 국내 대부업계는 일본계에 잠식될 수 밖에 없어 정부에서의 신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정부 당국이 현 27.9%보다 대출금리를 대폭 낮춰 서민들의 부담도 줄이는 동시에 일본계 금융사의 국내 장악을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를 더욱 낮춰 일본의 수준까지 간다면 무분별한 대부업체 등록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계 대부업체들도 국내에 진출할 메리트(장점)를 잃게된다”며 “물론 금리가 더욱 낮아진다면 저신용자들의 대출심사나 승인이 보다 까다로워질 수 있지만 이 부분도 제대로 보완한다면 서민들의 대출금리로 인한 부담도 줄이는 두 마리 토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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