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수정 대상이 된 소녀전선의 캐릭터 PPK. 중상 일러스트가 완전히 삭제된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소녀전선 게임화면 캡쳐]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심의에 대한 논란이 한단계 더 나아간 모양새다. 블루아카이브와 함께 청소년 이용불가를 받았던 소녀전선의 일러스트 수정 내역이 공개됐으며, 블루아카이브 심의에 대한 일부 회의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각종 민원 대응 문제도 유저들의 불만을 불러오면서, 해당 이슈는 현재 진행형으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소녀전선의 일러스트 수정, 일부는 5년만에 또 다시

소녀전선은 블루아카이브와 함께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재조정된 게임 중 하나로, 2017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최초로 등장한 서브컬쳐류 모바일 게임 중 하나다. 소녀전선을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X.D 글로벌 측은 21일 공식 카페를 통해 게임위가 요구한 캐릭터 일러스트 수정 사항들을 공지했다. 

문제가 된 캐릭터는 ‘PPK’· ‘M3’· FNP-9’· ‘VSK-94’· ‘KAC-PDW’· ‘95식’으로, 이중 PPK· M3· FNP-9는 기본 일러스트가,  VSK-94· KAC-PDW· 95식은 스킨 일러스트가 수정 대상에 올랐다. 특히 PPK와 M3의 중상 일러스트와 ‘95식: 여름의 풍류’ 스킨 일러스트는 서비스 초기 게임위의 요청으로 인해 한차례 수정되었던 전적이 있었고, 이 중 PPK와 M3의 중상 일러스트는 이번 공지로 게임 내에서 완전히 삭제되어 앞으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소녀전선 유저들 사이에서는 게임위의 이같은 조치에 “이미 한차례 검열한 게임을 수년이나 지나서 또 검열하다니 말이 되는가”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유저는 이를 게임위의 보복성 행정의 일부라고 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일부 스킨 일러스트의 수위가 더 높았음에도 게임위가 이에 대해 전혀 지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위가 상대적으로 높았었던 일러스트들이 문제가 되었다면 이해하겠지만, 대체 뭘 기준으로 검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게임위는 정말 끝까지 가보겠다는 것인가”· “이번 검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더 멋대로 칼질하려 들 것이다”면서 우려하고 있다. 

2022년 제14차 분과위원회 회의 내 블루 아카이브 권고조정 결과록 2페이지. 해당 문서는 민원 답변에서 회의록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총 3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2022년 제14차 분과위원회 회의 내 블루 아카이브 권고조정 결과록 2페이지. 해당 문서는 민원 답변에서 회의록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총 3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부실한 회의록 내용에 대한 의문

한편 같은 날 블루아카이브 아카라이브 채널에서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통해 게임위에 요청한 블루아카이브 심의 안건을 다룬 ‘2022년 제14차 분과위원회 회의 내 블루 아카이브 권고조정 결과록’이 공개됐다. 해당 문서는 지난 9월 1일 진행한 회의로 총 3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함께 공개된 민원 답변에 따르면 ‘회의록’으로 분류되어 있는 문서다. 문서의 1페이지에는 직권등급분류절차가, 2페이지에는 주요 내용과 결정내용·향후 계획·참고사항 등이 적혔으며 3페이지에는 사후 계획이 짧게 담겼다. 

회의록에 따르면 회의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해당 시간 내에 직권등급 재분류 및 등급 조정 대상 117종과 등급 부적정 시정요청 606종 등 총 723건의 게임물이 심의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총 116건의 직권등급 재분류 및 등급 조정(직권등급 재분류 91건· 등급조정 17건· 등급거부 8건)이 결정되었으며, 1건이 직권등급 재분류 결정이 연기됐다. 등급 부적정 시정요청은 이 자리에서 모두 결정됐다. 

그러나 해당 회의록을 본 게이머들은 “723건이나 되는 안건을 어떻게 1시간 안에 처리하는가? 비상식적이다”면서 “이건 회의록이 아니라 회의를 한 것에 대한 보고서일 뿐이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한 게임이 5초도 안되서 검열당한 것이냐”면서 어이없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블루아카이브 아카라이브 채널의 한 이용자는 “분과회의는 회의를 진행하는게 맞다. 그런데 분과회의는 게임위에서 말하는 회의록인 속기사가 작성하는 회의록이 없다”면서 “지금 민원인들이 받고 있는 회의 내용을 기록한 것은 회의록이 아니다. 게임위 규정에는 ‘회의내용을 상세히 기록할것’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에 전혀 해당되는 부분이 없는 것이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게다가 게임위가 공개한 회의록은 지난 2008년 게임전문언론인 디스이즈게임을 통해 공개된 게임위의 회의록과 블루아카이브 유저가 최근  시민단체를 통해 입수한 회의록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디스이즈게임을 통해 공개된 회의록의 경우 회의중 나온 주요 발언들이 순서대로 기재되어 있고, 시민단체를 통해 입수된 회의록의 경우에는 각 게임의 평가 사유와 결정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위 관계자는 24일 소비자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회의록에 대해 “공식적으로 회의록이 내려와서 민원인들에게 전달해드렸다”면서 “이번 사건이라고 해서 특이하게 회의록이 바뀐 것은 아니고,  계속해서 회의록을 사용하고 있는 것 맞다”고 말했다.

한 유저가 국정감사서 질의가 오간 P2E게임에 대한 민원 답변으로 받은 내용. 파친코를 '국민의 여가 공간'이라고 답변한 부분에서 많은 유저들이 분노했다. [사진=블루아카이브 아카라이브채널
한 유저가 국정감사서 질의가 오간 P2E게임에 대한 민원 답변으로 받은 내용. 파친코를 '국민의 여가 공간'이라고 답변한 부분에서 많은 유저들이 분노했다. [사진=블루아카이브 아카라이브채널, 제보자 제공]

구설수에 다시 오르는 민원 응대

21일부터 블루아카이브 아카라이브 채널 등에서는 유저들이 게임위에 보낸 민원 답변들이 게재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부 답변들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가장 많은 화제를 모았던 내용은 한 유저가 지난 게임위 국정감사에서 P2E게임 허용에 대해 질의가 오간 내용에 대한 문의의 답변이다. 해당 민원 답변에서 가장 눈길을 끈 내용은 ‘일본의 ‘파친코’는 사행업종으로 ‘풍속영업 등의 규제 및 업무의 적정화 등에 관한 법률’에서 별도로 엄격히 규제되고 있고, 일본에서도 점수보상형 아케이드 게임을 활용한 게임센터는 국민의 여가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부분이다. 

특히 도박의 일종인 파친코가 ‘국민의 여가 공간’이라고 불리는 데에서 게이머들은 “일본에서 파친코로 인해 얼마나 많은 폐해가 발생하는지 온갖 작품으로 다루어지는데도 국민의 여가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또 일부 유저들은 “게임위가 멀쩡한 게임은 규제하면서 사행성 게임은 오히려 규제를 풀어주려고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화 민원에 대한 불친절도 구설수에 올랐다. 해당 글을 올린 유저는 “신문고 답변이 올 때마다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는데 ‘그럼 이게 어떤 부분이 18세가 아니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혀 다른 게임으로 민원을 넣었는데도 민원이 오는 사례가 게시판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으며, 매크로 답변 문제라던가 문화체육관광부 측에 넣은 게임위 관련 민원에 대한 답변에서 “민원 폭증에 따라 업무처리가 지연되고 있지만, 성실히 업무를 추진할 것으로 파악된다”는 문구가 논란을 일으키키도 했다. 

게임위 관계자는 민원에 대해 “현재 평일에 700건~800건, 휴일에는 400건~500건씩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각 민원 내용에 따라 여러 팀에 배치가 되는데, 특히 직권재분류팀의 경우 인원이 몇 명 되지 않아 일이 심각하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전에 왔던 민원이 같은 내용으로 계속 오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이 때문에 다른 게임 민원을 블루아카이브 관련 답변으로 준 것은 밀리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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