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이브는 최근 업데이트들을 통해 한창 인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사진=넥슨]
블루아카이브는 최근 업데이트들을 통해 한창 인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사진=넥슨]

갑작스러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심의로 인해 여러 게임의 유저들이 들고 일어났다. 하루 아침에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 딱지를 달게 된 게임 유저들은 분노하고 있으며,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쪽으로 현재 수천통의 민원이 쏟아졌다.

여기에 더해 게임위 측에서 쏟아지는 민원에 대해 잘못된 대응을 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상위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대체 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갑작스러운 블루아카이브 등의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

사건의 발단은 넥슨의 인기 모바일게임이자 자회사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블루아카이브에서 시작됐다. 김용하 블루아카이브 총괄 PD는 4일 공지를 통해 게임위의 권고를 받아 틴 버전 앱과 성인 버전 앱이 분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PD는 틴 버전 앱 분리 경위에 대해 “지난달 게임위로부터 게임의 리소스를 수정하거나 연령 등급을 올리라는 권고를 받았다”면서 “리소스를 수정하는 쪽이 당장은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방향이겠으나 수정 내용이 모든 선생님들을 만족시켜 드리기 어려울 수 있고 이후에 다시 유사한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 반복해서 선생님들께 불편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염려스러웠다. 이에 개발팀은 수정된 리소스가 담긴 틴 버전의 앱을 하나 더 새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존 게임 앱은 연령등급을 상향 시킬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해당 공지가 나오자 블루아카이브 유저들 사이에서는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블루아카이브는 지난해 출시 당시 국내에서는 15세 이용가로 출시되었는데, 출시 초기도 아닌 1년이 다 되어서 갑작스럽게 심의 조정 권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15세 이용가와 달리 18세 이용가 게임은 규제로 인해 마케팅 자체가 불가능하고 여러 제한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저들은 별도의 틴 버전 개발로 인한 개발 리소스 및 역량의 분산 역시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넷마블이 서비스하고 있는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도 공지를 통해 등급 재분류 결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모바일 게임 전반으로 확대될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원 폭주가 시작된 계기는 블루아카이브가 청소년 이용 불가 권고를 받아 틴버전을 따로 제작한다는 공지였다. [사진=블루아카이브 공식 포럼] 
민원 폭주가 시작된 계기는 블루아카이브가 청소년 이용 불가 권고를 받아 틴버전을 따로 제작한다는 공지였다. [사진=블루아카이브 공식 포럼] 

원인으로 특정되고 있는 ‘해연갤’의 보복성 민원

블루아카이브 유저들은 원인을 찾던 도중 커뮤니티 사이트인 ‘해연갤’에서 블루아카이브를 비롯해 소녀전선· 명일방주· 원신· 백야극광· 페이트 그랜드 오더· 에픽세븐 등 모바일 게임 다수에 대해 선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등급 재심의 신청 민원을 넣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발견했다. 해연갤은 ‘해외 연예인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의 약자이며, 해당 커뮤니티에 상주하던 이용자들이 이탈하면서 조성된 사이트다.

민원이 들어간 모바일 게임의 유저들은 해당 민원을 제기한 원인으로 지난 6월 발생했던 리듬 게임 ‘프로젝트 세카이’의 다이쇼 로망 논란이 배경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프로젝트 세카이 운영진은 해당 게임 유저의 의견이 아닌 한 트위터 이용자가 문제를 제기한 의상과 곡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고, 이에 유저들이 대규모 환불에 나서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해당 사건 이후 프로젝트 세카이는 12세 이용가에서 18세 이용가로 조정됐었다가 최근에서야 15세 이용가로 재조정됐다.

이 때문에 모바일 게임 유저들은 민원을 넣었다고 밝힌 해연갤의 유저집단 ‘셧다운祭’가 보복차원에서 타 모바일 게임에 무차별적으로 신고를 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 유저들은 해당 유저 집단에 대해 프로젝트 세카이는 핑계고 그냥 민원으로 신고한 게임들에 대한 혐오나 적대심을 게임위에 민원을 넣는 방식으로 풀어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여기에 블루아카이브 등의 등급을 상향시킨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다시 공격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해연갤의 글 등을 증거로 “‘셧다운祭’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바일 게임들의 서비스 중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추가 정황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아카이브 유저들은 현재 게임위에 블루아카이브의 등급 상향에 대한 항의 및 철회와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민원과 함께 ‘앙상블 스타즈’에 대한 등급적정성 문제를 함께 민원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앙상블 스타즈가 선정된 이유는 모바일 게임으로 해연갤 유저집단이 할만한 게임이라는 것과 선정성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기 쉽다는 것으로, 앙상블 스타즈 유저들은 “우리는 관련도 없는데 또다른 보복성 민원을 블루아카이브 유저들이 하고 있다”면서 분노하고 있다.

게임 유저들은 해연갤쪽을 통해 게임위에 등급재심의 요청 민원이 들어간 사실을 알게된다. 블루아카이브 외에도 다수의 게임이 민원에 포함됐다. [사진=해연갤]
게임 유저들은 해연갤쪽을 통해 게임위에 등급재심의 요청 민원이 들어간 사실을 알게된다. 블루아카이브 외에도 다수의 게임이 민원에 포함됐다. [사진=해연갤]

민원 폭탄 막으려다가 논란 생긴 게임위

현재 모바일 게임 유저들은 이번 사건을 그냥 넘겨버릴 경우 앞으로도 특정 집단의 민원을 통해 자신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이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도 있다고 보고, 필사적으로 민원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즉 ‘이번 사건을 방치할 경우 다음은 우리가 될 것이다’는 의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게임위의 대응이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게임위는 지난 5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블루아카이브와 앙상블 스타즈와 관련된 수천통의 반복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면서  “진정·건의 및 질의 내용에 대해 충분한 검토후 답변드릴 예정으로, 원활한 민원 처리를 위해 반복 민원 접수를 자제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긴급하게 안내문을 공지했다. 그러나 유저들은 이에 대해 “우리 보고 민원을 넣지 말라는 소리냐”면서 상위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위의 소극행정 등에 대한 직접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6일 게임위를 직접 방문한 유저들에 대한 공무원들의 태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유저는 “오전에 게임위에 방문했다가 점심이후 다시 들르니  1층과 2층에 있는 민원실이 모두 닫혔다”면서 닫힌 문 앞에 붙여진 ‘직원이 상주하지 않으니 직통번호로 연락부탁 드립니다’· ‘제한 구역: 관계자외 출입금지’ 문구 사진을 게재했다. 또 게임위 홈페이지에서 직통전화 번호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제보가 스크린샷과 함께 게재되기도 했다.

해당 사진들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게재되어 화제를 낳았다. 해당 글을 본 이용자들은 “저래도 되는 건인가”·“저게 가능하냐”· “감사원에 제보하는 것이 좋겠다”고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도 직접 방문했다고 밝힌 블루아카이브 유저들이 담당자와 나눈 대화라고 공개한 내용들도 화제가 되면서 분노가 한층 더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위가 게재한 공지문.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위가 게재한 공지문.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위정현 게임학회장 “게임위, 전문성 가진 기구로 바뀌어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6일 소비자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우선 위 학회장은 사건에 대해 “우선은 양비론적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우리나라는 사행성보다 선정성에 대해 훨씬 더 엄격한데, 서구 사회의 경우에서 보자면 한쪽을 차별하지말고 두 개 모두 관대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이에 대한 유저들의 반발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위 학회장은 “또 하나는 게임위의 역량 문제인데, 심의 과정에서 위원들이 게임에 대해서 전문적이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소속되어 있다”면서 “게임의 특성과 흐름, 전후관계 등을 보지 않고 특정 부분만을 보고 전문 위원이 의견을 올리면 승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마구 심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계속 문제가 되어 왔던 사안으로, 게임위가 좀 전문성을 가진 기구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위 학회장은 절차상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위 학회장은 “원인이 된 유저집단이 문제 제기를 해 게임위가 수용했다고 추론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수용하지 않는 유저 집단도 얼마든지 있다”면서 “이들이 문제 제기를 할 경우 어떻게 수용할 거냐는 이슈가 있는데, 과연 이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절차상의 과정에서 외부적으로 논의를 한다던지, 토론회를 한다던지, 게임 업계인이나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해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논란이 된 게임위를 방문한 블루아카이브 유저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는 “게임위는 정부 기관인데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가 잘못된 것이다. 민원인들이 민원을 넣는 것은 몇 만 건을 하든 자유다”면서 “문을 걸어 잠그고 쪽지 붙여놓고 ‘우리 없어요’와 직통번호를 지워버리는 것은 정말 잘못된 태도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게임위가 잘못된 대응을 하게된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게임위가 이런 이슈에 휩싸인 적이 없었고 워낙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개방형 커뮤니케이션을 할 능력이 안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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