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작곡가를 만난 건 행운…간절한 소망 이뤄져
작사 작업 앞두고 곡의 분위기 파악 캐릭터 설정 단계서 많은 시간 공 들여

‘김이나 작사법’ 표지 [사진=교보문고 홈페이지]
‘김이나 작사법’ 표지 [사진=교보문고 홈페이지]

이번에 소개할 책은 ‘김이나의 작사법’이다. 이 책은 노래 작사가 취미시거나 좋아하는 분께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철저히 나의 작사법이다. 작사의 정석도 아니고, 이대로만 하면 기본은 할 수 있다는 정답도 아니다. 사실 세워둔 계획보다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쏟아져서 본인의 이야기를 쓴다는 사실이 부담스럽지만, 작사를 하는 이곳에서의 생존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는 게 저자가 전하는 바이다.

저자는 작사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다만 음악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싶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공연기획사에 이력서를 넣어보고 작곡가가 되고 싶어서 화성학 책을 보고 남은 월급으로 전자키보드를 사서 작곡을 해보고기도 했다. 이 모든 일들은 평범한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아등바등 벌였다.

이런저런 직장을 옮겨 다니다가 모바일콘텐츠 회사에 취직했다. 모바일콘텐츠라 해봐야 당시만 해도 벨소리가 다였다고 한다. 저자는 벨소리 차트 페이지에 올릴 추천곡을 고르고 벨소리를 더 많이 팔기 위해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들을 맡았고 마치 음반 기획사에 입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니 믿을 수 없을 만큼 재밌고 흥미로웠다며 “음악 일을 하고 싶은데 고작 벨소리 차트나 만들고 있다니?” 따위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가 하는 생각하는 간절함은 그런 것이었다. 음악 관련 일이면 밤샘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그 일을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음악에 닿을 수 있을 같았다고 바로 그 쯤에 김형석 작곡가를 만나게 됐다.

그 대단한 작곡가에게 대뜸 “작곡을 배우고 싶다”고 말할 용기가 있었다니 사인이나 받을 법도 한데 어려서 그랬을까? 낯짝이 굉장히 두꺼웠다며 그때는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김형석 작곡가가 희망의 빛덩어리로 보였을 뿐 다른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고 한다.

김형석 작곡가는 “재능이 있어야 가르칠 수 있어요. 작업실 한번 놀러 오세요”라고 말했고, 저자는 며칠 지나지 않아 진짜 찾아갔다고 한다. 그렇게 작곡가 테스트를 받고 김형석 작곡가는 다소 난감했던 표정을 지었다고 저자가 말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김형석 작곡가의 특징은 한마디로 마음이 약해도 너무 약한 분이라는 거다. 거절을 잘 못하는 스타일, 그조차 저자에겐 행운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작곡가는 안 되는 모양이구나 그래도 감사한 마음에 김형석 with friends 콘서트에서 찍은 사진을 보러 오라고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드렸다고 한다. 사진을 구경하던 김형석 작곡가는 저자가 쓴 일기 게시판을 둘러보고는 글을 재밌게 쓰는데 작사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저자는 “언제든지 기회만 주세요!”라고 이토록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 이어져 이뤄졌다. 간절한 소망은 일상 속에서 작은 우연이 돼 훗날 큰 기회가 왔을 때 폭죽이 돼 터진다.

그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프로 작사가들과 살벌한 경쟁을 치루며 자리를 잡고 발음을 다루는 법, 포인트를 주는 법, 서사를 끌어가는 법, 리듬을 살리는 법 등 눈이 틔면서 진짜 작사라는 걸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한다.

저자의 작사법은 작사 작업을 앞두고 가장 먼저 곡의 분위기를 파악한 뒤 이 캐릭터 설정 단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이번 주인공은 소심한가?”, “순정파인가 하는 굵직한 성격에서부터 경험은 많은가?”, “연애 당시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는가?” 등의 세밀한 요소까지 스케치한다. 그래야만 가사 전체를 통해 나타나는 인물이 실제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다른 사랑노래들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작사가란 익숙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새 그릇을 담아내는 일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

대중들은 멜로디로 곡을 인지하고 반복해서 듣다가 그제야 가사에 귀 기울인다. 가사가 좋으면 곡은 무조건 롱런한다. 음악을 많이 듣고 분석하면서 마음에 드는 가사만 보지 말고 히트치고 오래가는 곡이 있다면 왜 그 가사가 좋은 건지 작곡가가 왜 선택했을까 파고드는 게 중요하다.

출판사 : 문학동네
저자 : 김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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