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가 충분히 위풍당당하고 남성적, 완전한 독주악기로서 면모 선보여

홍지혜 비올라 독주회 ‘인연(因緣)’ [사진=문화포털]

[소비자경제=김연주 기자] 홍지혜 비올라 독주회: 인연 with 모리스 콰르텟이 지난 6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이번 비올라 독주회 아티스트는 박영성 피아노, 박지선 바이올린, 한혜린 바이올린, 김용식 첼로 홍지혜 비올라 등 참석했다.

먼저 소개할 곡은 루드윙 밴. 베토벤(L. v. Beethoven, 1770-1827)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 3번, Op. 69 (비올라 편곡) 베토벤은 1796년에 첫 번째 첼로 소나타인 Op. 5의 1, 2를 작곡한 후 10년이 지난 1807~1808녀에 걸쳐 3번째 첼로 소나타를 완성했다.

당시 그는 9편의 바이올린 소나타 완성과 더불어 (교향곡 5번 ‘운명’)과 (교향곡 6번 ‘전원’)을 집필하고 있던 시기로 음악적인 구성력과 완성도에 있어서 전작과 확연히 다른 진보를 보이고 있다.

전작인 Op.5의 1, 2와 달리 이 곡은 3악장 구성의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전통적으로 기대되는 느린 2악장은 배제시켰다. 대신 2악장은 빠른 스케르초로 대체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리고 3악장을 느린 템포의 아다지오 칸타빌레로 도입했으며, 서정적이고 풍부한 음색이 돋보인다. 느린 서주는 곧장 경쾌하고 활기찬 알레그로 비바체로 이어져 박진감 넘치는 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오늘은 첼로 대신 비올라로 듣는 이 작품은 베토벤의 5개 첼로 소나타 중 비올라로 연주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곳으로 1악장의 도입에서부터 비올라가 혼자 기품있는 주제를 연주하도록 했고 이후의 악장들에서도 대담하고 역동적인 리듬과 선율을 주도하며 독주 악기로서 넓은 음역을 넘나든다. 덩달아 화려해진 피아노 파트마저도 비올라의 기세를 압도하지 못할 정도로 비올라가 충분히 위풍당당하고 남성적이며 완전한 독주악기로서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알렉산더 보로딘(A. Borodin, 1833-1887) 현악 4중주 D장조 2번 – 3악장. 곡은 브로딘을 포함하고 있던 러시아의 5인조 작곡자들 (발라키레프, 림스키코르사코프, 무스로그스키, 큐이)은 현악 4중주 들의 실내악 장르를 서유럽의 산물로 여겨 이에 대한 작품을 거의 쓰지 않고 러시아 음악의 고유성을 살리는데 집중한 반면 이들 중 유일하게 보로딘은 현악 4중주곡을 2곡씩이나 자신의 주요작품을 넘어 실내악 문헌의 중요한 위치에 올려놓고 있다.

보로딘의 (현악4중주 2번)은 약혼 20주년을 기념해 아내에게 헌정됐고 첼로와 작곡가를 동일시하는 관점에서는 3악장의 첼로를 작곡가로 바이올린을 그의 아내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 악장의 아름다운 선율을 첼로가 주로 바이올린이 뒤따라 담당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또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만큼 아름답고 서정적인데다 보로딘은 애처가였다고도 하니 이런 해석이 과히 거슬리지는 않는다.

보로딘이 다른 악기와 합주를 통해 쌓은 경험과 익숙함 등이 반영된 이 작픔은 총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됐으며 그중 오늘은 3악장만을 연주한다. 이 곡의 애수에 젖은 노래와 같은 서정성 넘치는 주제선율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여러 편곡버전으로도 연주되고 있다.

안톤 루빈스타인(A. Rubinstein, 1829-1894)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단조, Op. 49 곡은 러시아 출신의 독일계 유태인이었던 안톤 루비슈타인은 피아니스트로서는 당대의 프란츠 리스트의 라이벌이었으며 작곡가로서는 독일 낭만파의 양식을 따르면서 러시아 국민악파의 비난을 받고그의 음악 평가이하의 대접을 받기도 했지만 러시아 음악의 아카데미즘 확립이라는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루빈슈타인의 이 작품은 지난 1855년에 작곡돼 2년 뒤에 출판됐으며 당시 오랜 기간 레퍼토리 결여로 목말라하던 많은 비올리스트들의 환영을 받은 작품이었다. 총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됐으며 1악장은 비올라의 고유한 음계를 느낄 수 있는 곡이며 2악장은 매력적인 주제로 이어지는 비올라를 위한 레치타티보로 시작한다.

이 곡에서 매우 흥미로운 3악장은 비올라가 스케르초와 인터메조를 가로지르며 길고 유연한 진행을 선보이고 마지막 악장은 비올라가 지닌 능력치를 한껏 끌어 올리는 마무리가 매우 인상적인 곡이다.

비올라 독주회 음악 콘서트는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가 만나서 서로 대화를 나누듯이 같이 합주를 하는데 공연을 하는 동안 듣는 귀가 즐거웠다. 아울러 소리와 연주자 그리고 악기까지 부족함 없이 깔끔하고 완벽했고 따뜻했던 무대, 이번 음악회 무대는 달콤한 소리에 취할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