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피아노가 독특한 음색으로 그려낸 다감한 음악
비올라가 가진 매력 최대한으로 이끌어낸 빛나는 작품

비올리스트 유리슬 비올라 리사이틀 (V) 비올라의 변주곡 [사진=영산아트홀]
비올리스트 유리슬 비올라 리사이틀 (V) 비올라의 변주곡 [사진=영산아트홀]

비올리스트 유리슬 비올라 리사이틀 (V) 비올라의 변주(Viola Variation)가 지난 18일 저녁 7시 30분 영산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번 비올라 리사이틀 (V) 비올라의 변주곡 아티스트는 유리슬 비올라, 송영민 피아노 등이 참석했다. 

로베르트 슈만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마르첸빌더, Op.113 곡은 슈만의 (피아노와 비올라를 위한 그림 동화 작품 113)은 그의 창작력이 가장 왕성했던 지난 1851년 뒤셀도르프에서 완성됐으며 19세기까지 독주악기로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비올라를 주역으로 기용한 독특한 작품이다.

슈만은 화려한 바이올린과 중후한 첼로의 중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부드럽지만 독특한 음색의 비올라에 주목해 그 온화한 매력을 가장 아름답게 구현할 수 있는 4개의 소품을 완성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비올라와 피아노가 독특한 음색으로 그려내는 다감한 음악이 옛 이야기처럼 그려지는 작품이다. 4개의 소품 모두가 각각의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채로운 표정과 색채를 펼쳐 나간다.

색다른 음색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슈만 특유의 환상적인 세계를 담아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소박하면서도 온화한 느낌을 주지만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  화려한 기교가 펼쳐지기도 한다. 비올라가 가진 매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낸 빛나는 작품이다. 지휘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빌헬름 요제프 폰 바질레프스키에게 헌정됐으며 지난 1853년 본에서 초연됐다.

첫 번째 곡 빠르지 않게는 비올라의 깊은 우수를 담은 선율로 시작해 다채롭게 변화하는 화성 진행과 조성을 통해 긴장감이 고조된 뒤 피아노가 연주하는 오스티나토 베이스 위에서 첫 선율이 반복되면서 고요히 마무리된다.

두 번째 곡 생기 있게는 전형적인 론도형식으로 말발굽소리를 연상시키는 리듬이 마치 모험을 향해 여정을 시작하는 듯한 느낌으로 시작해 뒤이어 비올라가 연주하는 유려한 선율이 긴장감을 해소시키고 첫 번째 선율이 반복된 뒤 다시 당당한 느낌의 세 번째 선율로 이어진다.

세 번째 곡 서둘러서는 격정적으로 화음을 연타하는 피아노 반주 위에서 비올라가 격렬한 셋잇단음표 리듬의 선율을 연주하는데 비올라의 독특한 음색이 강렬한 음악적 전개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인상의 중간부분을 거쳐 비올라가 현란한 기교를 보여주면서 화려하게 마무리된다.

마지막 곡 ‘느리게, 감상적인 표정으로’는 비올라가 더없이 아름다운 주제선율을 여유로운 표정으로 연주하면서 시작되며 피아노 강렬하게 화음을 연타하며 긴장감을 절정으로 몰아가는 클라이맥스에 이어 비올라가 온화하고 차분한 음색으로 앞서 제시된 열정적인 흥분을 가라앉히며 고요하게 음악을 마무리한다.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베르 비올라 솔로를 위한 파사칼리아 c단조 - 알레그로 마포코곡은 체코 출신으로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했던 작곡가 하인리히 이그나츠 폰 비버는 지난 1678년경에 바이올린과 바소콘티누오를 위한 15개 소나타와 1개의 무반주 파사칼리아로 구성된 (미스테리 소나타)를 작곡했는데 이 소나타는 마치 묵주 기도를 드리는 과정과 같다고 해 (묵주 소나타)라고도 불리고 있다.

작곡가이자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던 비버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파격적인 연주기법과 아이디어들을 선보였으며 이 소나타 역시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일반적인 조율에서 벗어나 다른 음정으로 현을 조율하는 변칙적인 방식인 ‘스코르다투라’를 사용한 불가능한 음정 연주로 빚어내는 기묘한 불협화음과 색다른 화성은 물론 마치 두 악기가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더블 스토핑과 같은 난해하고도 다채로운 기법을 사용해 작품에 한층 신비스럽고 종교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입하고 있다.

(묵주 소나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파사칼리아’는 묵주기도의 마침기도 역할을 하는 독립된 악장으로 악보 첫머리에는 천사를 그린 동판화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수호천사 축일 축제를 위해 작곡됐음을 나타내고 있다.

변칙조율을 사용하지 않고 G단조로 작곡됐으며 독주 바이올린은 하행하는 4음으로 이뤄진 베이스 동기를 65번 반복하는 동시에 그 위로 다양한 변주를 이어간다. 비버의 음악성과 바이올린 기교의 극치를 잘 보여주고 있는 이 곡은 반세기가 지난 후 작곡된 바흐의 ‘샤콘느’에 큰 영향을 끼친 곡으로도 평가받는다. 오늘은 바이올린이 아닌 솔로 비올라를 위한 곡으로 듣는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 19 (원래 첼로 소나타 - 유리슬 편곡) 은 라흐마니노프는 20세기를 살았던 작곡가이지만 그의 음악은 19세기 낭만주의에 자리잡는다.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풍부한 선율과 애수를 담은 서정은 러시아 고유의 민족적인 서역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곡은 그가 작곡한 유일하 첼로 소나타로 선율의 성격과 우수함에 있어서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거의 대등한 위치에 서있다. 러시아의 거대한 스케일에 걸맞는 대규모 작품으로 피아노와 첼로가 각기 독자적인 움직임을 갖도록 만들었고 피아노 성부는 대단한 기교를 요구하고 있다.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서정적인 정렬과 따스함이 깃들어있는 이 곡은 스케르초 악장을 느린 악장 이전에 위치시킨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피아니스트로서도 뛰어난 명성을 얻었던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인 만큼 피아노 부분은 협주곡에서처럼 그 장엄한 색채를 드러내는 한편, 첼로는 이 낭만주의 작품을 추진력 있게 이끌어 간다.

첼로의 이런 점은 휘몰아치는 듯한 알렉로 스케르찬도와 승리를 부르짖는 러시아 찬가가 스며있는 대담한 피날레 속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최면적 느낌의 느린 악장은 장조와 단조를 넘나들며 듣는 이를 황홀경에 빠뜨리며 이 악장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중에서도 가장 영감이 넘치는 것으로 뛰어난 가곡 창작가이자 피아노 프렐류드 창조에 정통한 라흐마니노프의 다양한 대가적 면모를 동시에 보여준다.

지난 1892년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2개의 소품)을 작곡한 이후 10년간 친분을 유지해온 첼리스트 브란두코프 (Anatoliy Brandukov30)에게 이 곡을 헌정했으며 1901년 12월 2일 작곡가 자신과 브란두코프의 연주로 초연됐고 미국에서의 첫 연주는 1919년 4월 14일 파블로 카잘스와 라흐마니노프 자신의 연주로 이뤄졌다. 오늘은 첼로가 아닌 비올리스트 유리슬의 편곡으로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연주된다.

1악장은 서주가 있는 소나타 형식으로 피아노와 비올라가 마치 대화를 하듯 진행되다가 마지막 발전부 후반부 주제의 화음을 따르는 피아노의 카덴차를 거쳐 비올라가 가담해 일구는 클라이맥스는 거대한 러시아 대륙을 몰아치는 눈보라와 같이 다가오며 코다의 힘찬 도약은 2악장으로 그대로 이러진다.

2악장은 역시 비올라와 피아노가 대화하는 듯한 진행으로 구성돼 있는데 낮은 음의 피아노가 정중동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일으키고 스타카로 세밀하게 치고 나가는 피아노의 약동이 종횡무진 오선지를 누빈다. 각 성부에서 비올라는 이를 감싸 안으며 어우러진다.

3악장은 한편의 ‘엘레지’이다. 피아노의 분산화음이 러시아의 정조를 읊으며 비올라가 같은 주제를 숙연하게 받는다. 중간부에 피아노가 고조되면서 비올라가 오블리가토로 노래한다. 마지막 피아노의 꺼지는 듯한 소리는 비올라의 도움으로 더욱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4악장에서는 웅대한 주제가 비올라에 의해 제시된다. 악보에는 ‘깊은 표현력을 가지고’라고 적혀 있다. 3악장의 슬픔을 삭이고 결연하게 감정에 맞선다. 자유로운 전개에 이어 비바체의 코다에서 절규하며 곡은 끝을 맺는다.

음악콘서트라고 해서 수 많은 악기와 여러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연주를 해야만 완성되는 콘서트가 아닌 피아노와 비올라 그리고 두 아티스트만 있어도 무대 위가 완성이 된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 점이다.

그리고 유리슬 아티스트 혼자 악기 하나로 과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의문점이 들었지만 떨지 않고 무대 위를 즐기면서 하는 눈빛과 소리의 의미를 전달해 주고자 하는 표정의 섬세함을 읽어볼 수 있었던 매력적인 콘서트를 또 발견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