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프트웨어 결함 비중 2016년 11.4%에서 올해 42%로 급증
벤츠 E클래스, 작년 실시한 사후조치 52%가 소프트웨어 관련 사항
완성차 업체, 엄격한 테스트 및 문제 발생 시 빠른 대응 필수적

현 시대의 차량에서 소프트웨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역은 바로 자율주행이다. 각 글로벌 브랜드들은 자율주행 차량을 연구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시범운행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가 지난해 도입한 자율차다. 해당 차량은 지난달 20일 기준 탑승객 누적 2만명을 돌파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권찬욱 기자]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이 최근 신차에 탑재된 소프트웨어들의 결함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차량 탑승자의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자주권은 “자동차 결함 사례에서 소프트웨어(이하 SW)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일부 차종은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운전자 및 동승자 안전에 위협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완성차 업체는 소프트웨어 개발도 중요하지만, 차량 출시 전 엄격한 테스트와 문제 발생 시 빠른 대응으로 운전자가 안전한 차량 주행에 나서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빌리티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동차는 가장 첨단의 기술을 달리는 영역 중 하나로,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적 제조업에서는 주행·제동 등 기계 제어 분야에 SW 활용이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은 엔진 출력, 조향,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 인포테인먼트 등 많은 부분을 SW로 작동·조정되고 있다.

특히 테슬라·현대자동차 등 주요 글로벌 전기차 생산 브랜드들은 LTE 통신망을 통해 SW업데이트(OTA)를 실시해 배터리 성능향상 및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은 물론, 자율주행 SW를 두고 있기도 하다. 또 SW는 자동차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영역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으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 약 18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주권은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완성차 업체의 투자도 적극적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면에는 SW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해 소비자 불안과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은 지난달 자동차 SW의 결함이 늘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해 10년 전까지만 해도 10건의 결함 중 SW 문제는 1건 이하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4~5건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 내용에 따르면, 최근 10년 SW 관련 사후조치 건수는 2012년 6건에서 지난해 277건으로 46배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전체 사후조치 건수 중 SW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7.5%에서 38.3%로 크게 늘었다. 또 올해 1~5월에는 총 320건의 사후조치가 취해졌는데, 이 가운데 SW 관련 조치는 135건(42.2%)으로 집계됐다.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여기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의 리콜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수입 완성차 업체의 SW 결함에 대한 시정조치가 최근 3개월간 7차례(23개 차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테슬라의 모델S 등 일부 차종은 배터리관리장치 SW의 오류로 배터리 상태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주행 중 동력이 차단돼 차량이 멈추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이러한 SW 관련 문제는 국내와 해외차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주권은 국내차 중 기아 ‘그랜저(GN7) 하이브리드’에 대해 “전자식 브레이크 SW의 설정 오류로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기능 주행 중 오르막 경사로에서 앞 차량의 정차로 인한 차량 정차 시 후방 밀림 현상이 발생해 사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랜저(GN7)은 지난 5월까지 누적 14건의 사후조치가 취해졌는데, 이 가운데 10건(71%)이 SW 문제로 확인됐다. 당시 기아는 그랜저 외에도 레이 등 6개 차종이 계기판 SW 문제로 차량의 계기판 화면이 표시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 약 4만 8025대의 차량을 자발적 시정조치(리콜)에 들어갔다.

수입차 업체 중 지난해 실시한 SW 관련 사후조치를 진행한 업체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59건(전체 사후조치의 44%) ▲BMW 코리아 42건(44%) ▲폭스바겐그룹 코리아 30건(53%)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2년 수입차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벤츠 E클래스’는 작년 실시한 사후조치 52%가 SW 관련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은 “차량 SW 기술력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편의 기능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리콜 및 보증 처리 등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SW 결함(잔고장)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완성차 업체에 대한 불신감과 차량수리에 따른 피로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완성차 업체는 각 자동차 업체에 지속적인 차량 SW 개발도 중요하지만 차량 출고 전 엄격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문제 발생 시 빠른 사후 대처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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