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진이 왜 거기서 나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피해자는 기자에게 “정치권이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호보다 정치싸움에만 몰두한다”며 푸념했다. 미래통합당은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 설립자인 이혁진(53)씨 행적을 두고 한양대 동문인 임종석 외교안교특보와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김재현과 앙숙인 이혁진 펀드사기와 무관

야당 진상규명보다 청와대 공격에만 집중

이헌재 채동욱 양호 등 고문단 투자까지?

검찰과 금융당국 옵티머스 의혹 무관심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현실

과정도 결과도 불공정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횡령의 온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금융정책특보(2012년)였던 이혁진 전 대표이사는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2018년 3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김재현(50) 현 대표이사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던 펀드 자금을 빼돌려 부동산 사업권과 사모사채를 사들였다. 이들은 임종석 특보와 한양대 동문이었다. 그래서 세간의 관심은 이혁진씨와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을 연결해 권력형 비리를 의심하는 데 모이고 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삼단논법을 써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진실은 사실 뒤에 숨겨졌다. 알려진 사실만 나열하면 ‘한양대 출신인 이혁진씨가 정권의 비호 아래 옵티머스 사건을 일으켰다’고 의심할 만하다. 각각의 사실은 정확했지만 진실과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옵티머스 펀드 사건은 이혁진과 관련이 없다. 사실 뒤에 숨은 진실을 하나씩 짚어보자.

이혁진씨와 김재현씨는 2017년부터 앙숙이었다. 횡령과 성범죄 피의자였던 이혁진씨가 2017년 12월 김재현씨를 검찰에 고소할 정도로 사이가 나빴다. 만약 대통령과 임종석 특보가 이혁진씨를 비호했더라도 이혁진씨를 쫓아낸 옵티머스자산운용 경영진의 비리를 도왔을 리가 없다. 김재현 대표이사는 올해 4월 기자에게 “전임 대표이사 이혁진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에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최대주주인 양호 전 나라은행장도 마찬가지라고 알려줬다.

양호 최대주주는 이헌재 전 부총리와 함께 옵티머스자산운용 자문(고문)으로 활동했다. 모피아 대부로 알려진 이헌재 고문이 버티고 있기에 금융감독원조차 옵티머스자산운용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재현 대표는 2018년 6월 NH투자증권에 “실질적으로 영업은 고문단이 한다”고 말했었다. 이헌재 고문 외에 금융당국 거물에 대한 소문도 있었다. 김재현 대표는 해덕파워웨이를 사실상 인수했던 셉틸리언의 정체를 파헤쳤던 기자에게 “셉틸리언은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해 만들었고 사업자금의 출처는 고문들과 그들의 지인이다”고 말했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옵티머스자산운용 고문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과 김재현 대표는 2017년 성지건설 가장납입 사건에서 72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얻었지만 기소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익명을 요청한 법조인은 “검사에게 기소하지 않을 권한이 있다”며 혀를 찼었다. 채동욱 전 총장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서평은 “옵티머스 문제에 대해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의도 금융계와 서초동 법조계에는 옵티머스 뒷배경이 대단하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채동욱 전 총장 등 고문단은 5월까지만 해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소사를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대형사고는 대부분 징후가 존재한다. 5천억원대 사모펀드 사기사건이 터지기에 앞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지난해 신종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에 휘말렸고 성지건설 가장납입에 개입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옵티머스 펀드 자금과 무자본 인수합병(M&A)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검찰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성지건설 가장납입 사건에 개입됐지만 기소하지 않았다. 덕분에 금융계와 법조계 거물을 등에 업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올해도 대담하게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였다. 정관계를 망라한 고문단의 정체는 비밀이 아니었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건을 겪으면서 배운 게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검찰과 법무부는 서민금융 피해보다 정치싸움에만 신경을 썼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소를 잃어도 외양간조차 고치질 않았다. 야당도 건전한 비판보다 청와대를 물어뜯을 이야기에만 집중한다.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일하던 변호사 아내가 청와대 행정관이란 사실이 드러났지만 청와대는 해당 행정관이 5천억원대 펀드 사기에 개입했는지 해명조차 않는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은 예고된 참사였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로 국민을 감동시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무렵부터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정부 기금으로 펀드 사기를 저질렀다. 계약서도 없이 받은 정부 기금은 결국 성지건설을 인수하는 데 사용됐다. 라임 펀드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올해 2월부터 기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의혹을 하나씩 파헤쳤다. 이 과정에서 고문단의 결정에 따라서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았었다.

옵티머스 펀드사건을 보면 과정은 불공정했고 결과도 정의롭지 않았다. 이혁진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는 진실과 거리가 멀었지만 검찰과 금융당국의 눈과 귀를 가리는 세력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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