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옵티머스 약점 잡아서 협박한 기업사냥꾼 일당 수사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 조폭자금 동원한 M&A 펀드자금 투입인정
기업사냥꾼 고○○ 옵티머스 약점 협박한 뒤 펀드자금 갈취 의혹
조직폭력배와 손잡고 회삿돈 횡령해 M&A·주가조작 정황 드러나

옵티머스 펀드자금이 투입된 코스닥 상장사 해덕파워웨이가 조직폭력배와 기업사냥꾼의 기업 인수합병(M&A)을 도왔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해덕파워웨이를 무자본 인수합병(M&A)한 일당이 옵티머스 약점을 잡고 협박해 펀드자금을 갈취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해덕파워웨이 무자본 M&A를 성사시킨 기업사냥꾼 고○○(61)씨와 박○○(58)씨는 2018년 해덕파워웨이와 자회사 ㈜세보테크를 장악했다. 세보테크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알려진 고씨는 M&A 계약금 일부를 빌려준 조직폭력배 오○○(55)씨와 함께 2019년 5월 ㈜샘코를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해덕파워웨이 대표이사는 옵티머스 대리인이었던 박윤구씨였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옵티머스 펀드자금이 조폭과 기업사냥꾼의 횡령에 도움을 준 셈이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고씨와 오씨 등을 조사하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 대표이사가 펀드자금 230억원을 해덕파워웨이에 투입했다고 자백하자 반부패수사2부는 범죄수익을 환수하려고 해덕파워웨이와 자회사 세보테크 횡령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고씨가 세보테크 회삿돈을 횡령했고 옵티머스를 협박해 수억원대 금액을 갈취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아울러 횡령자금이 ㈜샘코 인수자금으로 사용된 정황과 샘코 주가조작 의혹도 드러났다. 반부패수사2부는 해당 의혹 관계자를 불러 수사하고 있다.

조폭자금 동원 M&A

고씨와 박씨는 코스닥 히든챔피언 해덕파워웨이를 사실상 지배했다. 이들은 2018년 무자본 M&A를 통해 이지앤성형외과 원장 이종희(54)씨 명의로 해덕파워웨이 경영권을 차지했다. 기업사냥꾼으로 소문난 고씨는 2010년부터 남성 속옷 빅맨으로 유명했던 케이비물산(옛 태창) 사내이사로 일했다. 조직폭력배가 경영권을 장악했던 케이비물산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회삿돈이 빠져나간 끝에 2012년 코스닥에서 상장 폐지됐다. 조폭 자금으로 인수한 회사에서 돈을 빼돌리는 수법이었다.

호남지역 폭력조직 월드컵파 자금은 해덕파워웨이 무자본 M&A에 사용됐다. 해덕파워웨이 인수대금을 댔던 기업사냥꾼 이○○씨는 2018년 8월 이종희씨와 박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제출된 고소장을 살펴보면 기업사냥꾼 고씨 일당은 전주지역 폭력조직 월드컵파 오○○씨와 광주지역 폭력조직 콜박스파 이○○씨에게서 46억원을 받아서 계약금에 보탰다는 내용이 있다. 케이비물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무자본 M&A에 필요한 자금은 폭력조직이나 사채업자에게 빌리는 경우가 많다.

무자본 M&A로 악명이 높아 개미 도살자로 불리는 기업사냥꾼 이씨가 2018년 8월 서울중앙지검에 해덕파워웨이 무자본 M&A 일당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상준 기자
무자본 M&A로 악명이 높아 개미 도살자로 불리는 기업사냥꾼 이씨가 2018년 8월 서울중앙지검에 해덕파워웨이 무자본 M&A 일당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상준 기자

고씨와 박씨는 동업자 이씨를 배신하면서 옵티머스에 손을 벌렸다.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이사는 펀드자금 230억원을 빼돌려 특수목적법인 트러스트올을 거쳐서 기업사냥꾼에게 빌려줬다.(본지 4월 24일자 보도 참조) 고씨 일당이 트러스트올에서 빌린 돈을 제 때 갚지 못하자 펀드자금으로 돈놀이를 하려던 옵티머스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옵티머스는 2019년 2월 특수목적법인 셉틸리언과 화성산업(대표 박윤구)을 통해 이씨에게서 해덕파워웨이 경영권을 인수했다.

협박으로 뜯긴 펀드자금

고씨와 가까운 인사는 옵티머스를 협박해 돈을 갈취했다고 알려졌다. 옵티머스 관계자는 “거래가 정지된 해덕파워웨이 주식매매를 재개해야 했었다”면서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해덕파워웨이 사주 노릇을 했던 부회장 고씨는 2019년 2월 옵티머스가 경영권을 장악하자 해덕파워웨이 경영에서 배제되었다. 그러나 고씨는 해덕파워웨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진아 변호사가 옵티머스 윤석호 이사의 아내라는 사실을 파악한 뒤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와 해덕파워웨이 박윤구 대표를 협박했다. 특히 이진아 사외이사가 2019년 10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일하게 되자 고씨 일당의 협박은 거셌다.

펀드자금을 용도 외에 사용했던 옵티머스는 청와대 행정관을 들먹이는 기업사냥꾼의 협박에 약했다. 금융기관인 옵티머스가 무자본 M&A에 개입했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게다가 펀드사기 핵심인물인 윤석호 이사의 아내가 청와대 행정관이란 사실이 드러나면 정관계 스캔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본지 7월 3일자 보도 참조) 고씨 일당은 해덕파워웨이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할 때마다 이진아 행정관이 이사회에서 찬성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옵티머스를 협박했다.

횡령 주가조작 M&A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한 기업사냥꾼은 역할을 분담했다. 명목상 최대주주는 의사인 이종희 원장이었지만 고씨는 해덕파워웨이 경영을 틀어쥐었고 박씨는 자금조달과 대외관계를 맡았다. 특히 고씨는 해덕파워웨이 자회사 세보테크에 심복을 심어서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는 올해 5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고○○가 빼돌린 돈이 세 차례에 걸쳐 총 10억원 정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해덕파워웨이 관계자도 “세보테크에서 고○○가 얼마나 횡령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세보테크가 갖고 있던 시재와 자산 등을 고려하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세보테크 횡령자금은 2019년 5월 ㈜샘코 인수에 사용된 정황이 있다. 검찰은 고씨와 박씨, 월드컵파 조폭 오씨가 세보테크 횡령과 샘코 인수를 주도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사하고 있다. 당시 5천원대였던 샘코 주가는 한달 만에 3만원대까지 치솟기에 주가 조작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오씨 소유로 알려진 페이퍼컴퍼니 ㈜마래는 지난해 9월 세보테크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한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옵티머스가 경영권을 장악했던 당시 헐값 매각이란 말이 떠돌았다. 이밖에 고씨와 오씨는 코스닥 상장사도 인수했다고 알려졌다.

자료=소비자경제

옵티머스 펀드자금이 M&A에 악용되면서 기업사냥꾼과 조직폭력배는 살판이 났다. 옵티머스 약점을 협박해 회삿돈을 빼돌린 뒤 다른 회사를 인수하고 주가조작으로 번 돈으로 또다른 회사를 인수했다는 의혹은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샘코는 상장이 폐지됐고 해덕파워웨이도 상장폐지가 의결된 상황이다. 샘코와 해덕파워웨이 소액주주도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의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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