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M&A] 조폭을 협박한 기업사냥꾼?…국제PJ파 부두목 뒷이야기
[무자본 M&A] 조폭을 협박한 기업사냥꾼?…국제PJ파 부두목 뒷이야기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
"납치협박? 내가 당해!"
무자본 M&A 폐해 주장
해덕파워웨이 얽힌 뒷이야기
  • 이상준 기자
  • 승인 2020.03.25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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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경찰청이 2월 25일 조규석을 체포하자 취재진이 범행동기를 묻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경기북부경찰청이 2월 25일 조규석을 체포하자 취재진이 범행동기를 묻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사람이 개를 물었다면 기사가 된다. 하지만 설마라는 생각에 믿지 않는다. 개가 사람을 무는 일은 흔하다. 조직폭력배가 사업가를 납치해서 폭행하는 일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개를 무는 일은 드물다. 사업가가 조직폭력배를 납치하겠다고 협박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설마라는 생각이 눈과 귀를 막기 마련이다.

조폭은 사업가에게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마치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소문처럼 믿기 어려웠다. 호남 최대 폭력조직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61)은 50대 사업가를 납치해서 살해했다고 알려졌다.(소비자경제신문 2월29일자 보도 참조) 조규석은 과거 건설회사 사장을 납치해서 폭행했던 전력이 있다. 그래서 조규석이 경찰에 체포되자 혀를 차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경찰에 붙잡힌 조폭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취재진이 “납치살해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묻자 조규석은 “이번 사건은 주가조작과 무자본 M&A의 폐해다”며 에둘러 답변했다.


협박은 오히려 깡패가 당했다?

지명수배 사진
지명수배 사진

도피생활 9개월만에 체포된 조규석은 최근 구치소에서 접견한 지인에게 “납치하겠다는 협박은 오히려 내가 박◯◯에게 당했다”고 말했다. 다만 조규석은 2019년 5월 19일 광주에서 피살자 박씨를 만나서 폭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폭행과 납치를 인정했지만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라 우발적인 폭행치사란 이야기다. 조규석은 2018년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했던 박씨가 자신을 회유하면서 약속한 대가를 치르지 않은 것도 모자라서 협박까지 하길래 홧김에 혼낸다는 게 그만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익명의 제보자는 24일 취재진에게 “박◯◯은 평소 주사가 심했다”고 말했다. 주사가 심하다고 한들 깡패를 협박했다는 말을 믿으란 거냐고 묻자 그는 “박◯◯이 과거 술자리에서 전국구 조폭 두목인 조◯◯에게 욕설을 퍼부은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씨는 조규석을 만나기 전 10억원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술자리에서 사고가 났다. 조규석은 살인 동기를 묻는 경찰에게도 “무자본 M&A, 주식투자와 관련된 금전적인 문제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자본 M&A란 돈 없이 빚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행위이다. 기업사냥꾼은 빚을 갚기 위해 주가를 조작해서 시세 차익을 남기거나 회사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횡령하는 불공정거래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금융감독원은 최대주주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기존 업종과 무관한 신규사업을 강조하면 무자본 M&A에 따른 불법행위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업가 정체는 기업사냥꾼

 사망한 박씨도 기업사냥꾼이었다. 금융기관 고문으로도 활동했던 박씨는 기업사냥꾼 고◯◯씨와 함께 코스닥 상장사를 자기자본 없이 인수했다. 무자본 M&A 대상은 선박방향타 시장에서 세계 최고였던 ㈜해덕파워웨이였다. 박씨는 2019년 검찰 수사에서 이지앤성형외과 이종희 원장과 해덕파워웨이 경영권 인수를 위해 경영 실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진술한 적 있다.

고씨와 박씨는 무자본 M&A 공식을 고스란히 답습했다. 일단 고씨와 박씨는 해덕파워웨이 주주 명단에 없었다. 이종희 원장을 최대주주와 대표이사로 앞세우고 실체를 감췄기 때문이다. 각자 맡은 임무에 따라서 박씨는 외부차입금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했고 이종희 원장은 언론에 바이오와 제약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말을 흘렸다. 이들이 최대주주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한 2018년 4월 해덕파워웨이 주가는 3달 전보다 무려 4배 이상 치솟았다. 제보자는 금융감독원의 경고를 비웃듯 의사를 앞세워 주가를 끌어올린 셈이라고 말했다.


무자본 M&A의 폐해?

제보자와 조규석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조규석은 박◯◯과 약속한대로 이◯◯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박◯◯은 약속했던 대가를 주지 않았다. 독촉에 시달리던 박◯◯은 어느날 조규석에게 납치하겠다고 협박까지 했지만 사고가 벌어지기 전날 조규석에게 10억원을 주겠다고 말했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19일 광주에서 만났고,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다 말다툼이 벌어졌다. 화가 치민 조규석은 박◯◯을 폭행한 뒤 차에 싣고 서울로 이동했는데 사고가 났다.

해덕파워웨이를 둘러싼 기업사냥꾼들의 얽히고설킨 뒷이야기가 바로 조규석이 체포되며 언급한 주가조작과 무자본 M&A의 폐해였다.


소비자경제신문 이상준 기자

조규석 일당이 지난해 5월 양주시청 근처 주차장에 시신을 유기하는데 사용했던 자동차. 동영상=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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