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와 에이치엘비, 해덕파워웨이 M&A 추진
해덕파워웨이 이사진 M&A 거부한 최대주주 고소
현 대표 유상증자 추진하자 최대주주 가처분신청으로 맞불
에이치엘비 7월말 반응 “해덕 인수논의했으나 어려운 상황”

호랑이가 사라지자 늑대와 여우가 싸우는 격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 사기로 무너지자 ㈜해덕파워웨이 경영진이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6월 말까지 해덕파워웨이 인수합병(M&A)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매각 주체였던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 대표이사가 7월 7일 펀드 사기 사건으로 구속되자, M&A를 놓고 이해가 엇갈렸던 해덕파워웨이 경영진은 내분에 빠졌다. 해덕파워웨이 최대주주가 M&A를 거부하자 이사진은 7월 13일 횡령 혐의로 고소하며 대표이사를 바꾸었다.  

해덕파워웨이를 무자본 M&A했던 기업사냥꾼은 2018년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부탁해서 인수자금을 빌렸고 그 대가로 해덕파워웨이 회삿돈을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했다.(소비자경제신문 4월 24일자 보도 참조) 이상준 기자
해덕파워웨이를 무자본 M&A했던 기업사냥꾼은 2018년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부탁해서 인수자금을 빌렸고 그 대가로 해덕파워웨이 회삿돈을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했다.(소비자경제신문 4월 24일자 보도 참조) 이상준 기자

133억원 횡령과 대표이사 교체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듯 펀드 돌려막기를 일삼았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2018년 펀드 자금을 기업사냥꾼에게 빌려주었고 2019년부터 사실상 해덕파워웨이를 경영해왔다고 알려졌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5월초 150억원을 펀드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하자, 해덕파워웨이는 5월 19일 국민은행에서 133억원을 빌려서 전달했다.

회삿돈 133억원 옵티머스 전달

해덕 대표이사 “김재현에 속았다”

해덕 이사진 “대표이사 횡령 고소”

서울중앙지검은 7월 5일 펀드 사기와 관련하여 김재현 대표를 체포했다. 이튿날 김재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해덕파워웨이 권태식, 김병삼, 오영근 이사는 대표이사 해임을 시도했다. 해덕파워웨이 이사회는 7월 13일 대표이사를 교체했고, 새로운 경영진은 검찰에 박윤구 전 대표이사를 고소했다.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삿돈 133억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넘겨준 행위가 횡령 및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권을 뺏긴 박윤구씨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박윤구씨는 해덕파워웨이 최대주주인 ㈜화성산업 대표이사로서 지난해 3월 26일 해덕파워웨이 대표이사가 됐다. 박윤구씨는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 대표이사에게 속았다. 3일만 쓰겠다고 하길래 윤석호 변호사에게 차용증을 받고 수표로 133억원을 주었다. 회사에 손해가 없도록 개인돈으로 133억원을 갚겠다”고 말했다. 윤석호 변호사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내이사이자 화성산업 감사다.

133억원 사건은 김재현과 박윤구의 깊은 관계를 보여준다. 옵티머스자산운용과 해덕파워웨이는 그동안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박윤구씨는 6월초 김재현 대표에게 30억원을 주었다. 그 대가로 시세 43억원짜리 김재현 대표 자택인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를 매매예약(가등기)했다. 해덕파워웨이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던 옵티머스자산운용 내부에서는 가등기로 인해 김재현과 박윤구의 관계가 드러났다며 혀를 찼다.

에이치엘비와 M&A 조건

에이치엘비는 최근까지 해덕파워웨이 M&A를 추진했다. 자회사 바다중공업을 통해 6월말까지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하기 위해 옵티머스자산운용과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에이치엘비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4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펀드 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M&A 매각 주체가 사라졌다. 

HLB M&A 거부하다 쫓겨났다? 

“133억원만 받고 나가라고 했다”

HLB 해덕 인수에 부정적 반응

해덕파워웨이 이사회는 대표이사를 교체했던 7월 13일 당시 4인(박윤구, 권태식, 김병삼, 오영근)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모두 김재현 대표이사가 추천한 인물이다. 박윤구씨는 “대표이사가 된 권태식은 김민우가 집어넣은 사람이다”면서 “김병삼 이사는 이동열(옵티머스자산운용 2대 주주) 친구다”고 주장했다. 오영근 사외이사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한양대 법대 출신인 김재현 대표가 추천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김민우는 누굴까? 해덕파워웨이는 대표이사를 교체했던 7월 13일 김민우씨를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했다. 권태식 대표이사는 경영지배인 선임에 대해서 “나는 생산만 했던 사람이라서 경영 관련하여 전문가가 있어야 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해덕파워웨이 경영을 맡은 김민우 경영지배인에 대해 묻자 박윤구씨는 “에이치엘비(HBL)와 M&A를 추진했던 사람이 김민우다”면서 “에이치엘비와 6월말까지 M&A를 마무리하기로 협의했었다”고 대답했다.

박윤구씨는 “에이치엘비 측이 133억원을 줄 테니 회사에서 나가라고 했다”면서 “화성산업이 갖고 있는 주식(1,170만 9,405주)을 모두 포기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해덕파워웨이 대표이사 교체가 에이치엘비 M&A 때문이라는 뜻이다. 박윤구씨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현 경영진인 권태식 대표이사와 김민우 경영지배인이 M&A 조건을 거부한 최대주주를 대표이사 자리에서 쫓아낸 셈이다.

에이치엘비 문정환 부사장은 7월 말 해덕파워웨이 M&A에 대해서 “해덕파워웨이 인수 제안을 받아서 논의를 진행해왔으나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둘러싼 합종연횡

해덕파워웨이는 8월 7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 대상은 경영지배인 김민우가 추천한 ㈜로브이고 총 1,515만 5천주(150억 345만원)가 배정됐다. 신주 발행가는 할인율 10%를 적용한 990원이고 신주 상장 예정일은 9월 25일이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해덕파워웨이 최대주주는 화성산업(15.89%)에서 로브(17.53%)로 바뀐다.

해덕 삼분지계

현 경영진 유상증자 결정하자

최대주주 가처분신청 맞대응

박윤구씨와 소액주주 윤석현 대표는 공동 대응했다. 이들은 지난해 경영권을 놓고 다퉜지만 권태식 대표이사 해임과 신주발행을 막기 위해 힘을 모았다. 화성산업(박윤구)과 ㈜희준씨앤씨(윤석현)는 8월 19일 부산지법 서부지원에 이사 해임을 위한 주주총회소집허가를 신청했고, 해덕파워웨이가 발행을 준비하는 보통주 1,515만 5천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했다. 희준씨앤씨는 7월 23일 부산지법 서부지원에 해덕파워웨이 대표이사(권태식) 및 이사(박윤구, 김병삼, 오영근)의 직무 집행정지를 위한 가처분도 신청했다.

선박 방향타 전문기업인 해덕파워웨이는 2018년 11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주식매매 거래가 정지되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상장폐지를 결정한 뒤 올해 11월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과 관련된 횡령 사건까지 터지면서 해덕파워웨이는 코스닥 시장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오현철)는 7월 22일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 대표이사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8월 10일 코스닥 상장사 ㈜스킨앤스킨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펀드 사기 관련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해덕파워웨이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수사하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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