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권유 서비스 ‘결제 창’ 등장…“팁 문화 고착화 왜 부추기나?”
팁플레이션 우려…‘팁 금액’ 자율적이 아닌 ‘옵션 창’ 있는 것 자체가 웃을 일

지난 7월 ‘카카오T’가 감사 팁 서비스를 도입했다. 택시 이용 후 서비스 평가 시 별점 5점을 주면 팁 결제 창이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차신애 기자] 지난 7월 ‘카카오T’가 감사 팁 서비스를 도입했다. 최근 택시비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팁까지 권유하는 서비스를 접한 소비자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택시 이용 후 서비스 평가 시 별점 5점을 주면 팁 결제 창이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팁은 1000·1500·2000원 등 3가지로 나눠 이용자가 직접 고를 수 있으며, ‘지급 안함’ 창도 있다. 카카오 T의 팁 기능은 일반 호출이 아닌 △카카오블랙 △모범택시 △벤티 △카카오블루 등에만 적용된다.

물론 카카오의 감사 팁 서비스가 국내 첫 도입은 아니다. 아이엠·타다 등 중소업체나 특수목적 차량의 업체 등에 이미 도입됐던 바 있다. 다만 카카오택시는 이용자 규모가 월등히 큰 만큼 파급력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현재 택시 호출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점유율은 95%에 달한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측 가맹점 협의회와 상생방안을 협의한 결과다. 협의회가 해당 기능 도입을 희망해 시범서비스로 운영하게 됐다는 것이다.

팁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한국에서 해당 서비스로 인해 팁 문화가 고착화돼 하나의 추가 수수료처럼 되는 것, 양질의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 등은 시범 도입 기간 내 충분히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 8월 서울시가 발표한 택시 불편신고 현황(지난 1월 1일~6월 30월)에 따르면 총 5819건 중 불친절 민원이 1508건으로 25.9%를 차지했으며, 이어 부당요금·승차거부 등 택시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승객이 여전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시민단체들은 이처럼 택시 서비스가 승객의 입장에서 명확하게 제고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카카오가 감사 팁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현실 인식이 결여된 섣부른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8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택시 호출 플랫폼의 팁 기능 도입에 대한 20~50대 소비자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0명 중 36.7%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팁 기능 도입의 찬성 의견(서비스 질 향상·사용자에게 선택권이 있음)과 반대 의견(제2의 배달비처럼 고착화·강제될 가능성)을 제시한 뒤 의견을 묻자 전체의 71.7%가 “반대에 더 가깝다”고 응답했다.

또 설문조사 업체 THEPOL의 설문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의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 38.09%·‘약간 부정적’이 22.99%로 부정적 대답이 60%를 넘었다.

비교적 팁 문화가 활성화돼 있는 미국에서도 최근 팁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팁플레이션(tipflation) 현상으로 인해 인해 소비자는 같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며 팁을 주는 것이 자발적인 행위가 아닌 강제적인 행위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팁 문화의 본질과 목적이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팁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액을 특정해서 서비스 결제 창에 띄우는 것은 택시 승객에서 심리적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승객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금액을 명시하는 대신 승객 본인이 감사하는 마음에 꼭 팁을 주고 싶다면 금액을 자율적으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가 팁 서비스 시행과 관련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 팁 서비스로 인해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이 때문에 택시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발생 된다면 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카카오가 져야 할 것이며, 즉각 팁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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