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회 홈페이지]

지난 13일 진행됐던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국정감사 이후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모바일 게임 이용등급 재심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지부진했던 게임 사전심의제도 폐지에 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국정감사 이후 단숨에 5만명을 찍으면서 국회의원들이 다시 다룰 예정인 것은 물론이고, 국정감사에서 게임마켓 ‘스팀’의 자체 등급 분류에 대한 내용이 나온 이후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서 판매중인 성인용 게임이 우후죽순 판매가 정지되면서, 보복행정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국민동의청원 5만명 돌파

‘온라인, 패키지, 콘솔, 모바일 등 게임물에 대한 사전심의의무 폐지에 관한 청원’은 지난 7일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시작된 청원으로, 14일 5만명을 달성해 소관 위원회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해당 청원은 지난 4일 발생한 블루아카이브 등 여러 모바일게임에 대한 게임위의 이용등급 재심의 논란으로 게재되었으며, 청원인은 헌법 21조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를 이유로 게임물의 심의를 해외 선진국처럼 완전히 민간에 이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시작부터 게이머들의 동의를 받아 빠르게 동의수가 상승했으나, 11일 게임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과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생중계되면서 게임위의 답변에 분노한 누리꾼들에 의해 더욱 가파르게 동의 인원이 늘어나면서 1주일만에 문체위 회부조건을 만족했다. 

해당 청원은 향후 국회 문체위 내 청원심사소위원회(이하 청원심사소위) 안건으로 상정해 소속 의원과 전문위원들의 심사를 받을 예정으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청원심사소위 위원장)·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심사할 예정이다. 

14일 스팀에서 한국 판매가 차단된 성인게임들. 지난 6월에도 일부 성인게임의 한국 판매가 금지됐다. [사진=루리웹]
14일 스팀에서 한국 판매가 차단된 성인게임들. 지난 6월에도 일부 성인게임의 한국 판매가 금지됐다. [사진=루리웹]

스팀을 통한 보복행정 의혹

게이머들은 이번 청원이 빠르게 진행된 이유에 대해 게임위의 사전 심의 범위가 스팀으로까지 번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스팀에서 일부 성인게임이 차단된 이후 청원동의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게이머들은 14일 스팀에서 판매되고 있는 총 49종의 성인용 게임이 한국에서 판매가 금지된 것을 확인했다. 해당 게임을 이미 구매한 스팀 이용자는 제약 없이 설치와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용자들은 아예 상점 페이지에서 게임이 보이지 않고 구매도 불가능하게 됐다.

게이머들은 이같은 판매금지 배경에 게임위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게임위는 지난 6월에도 스팀 측에 공문을 보내 복수의 성인용 게임 페이지를 한국에서 접속할 수 없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스팀측은 이를 받아들여 ‘오크 마사지’· ‘인큐버스’ 등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외산 게임을 한국에서 플레이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당시 ‘오크 마사지’ 제작진은 차단 하루 전인 13일 스팀에 공지사항을 올리고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슬픈 소식을 전하게 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스팀에 오크 마사지를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이 조치를) 우리가 어찌할 수는 없지만, 한국어 지원은 계속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인큐버스’ 개발팀도 “아마 한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성인 게임에 대한 제재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당시 게임위는 “심의를 받지 않고 유통되는 게임 중 한국어를 지원하는 경우, 명백히 국내에 유통하려는 목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문제의 게임들은) 심의를 받더라도 등급 자체를 받기 어려운 만큼, 연구원 모니터링과 위원들의 결정을 거쳐 차단을 요청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게이머들은 게임위가 국정감사 이후 2차 게임 차단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심각한 우려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스팀은 게임위의 사전심의가 아닌 자율 심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미 성인게임으로 판정된 게임을 판매 금지 조치시키는 것은 민원과 청원에 대한 보복행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스팀은 현재 전세계 PC 패키지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며, 게이머들에게는 스팀을 통해 다양한 게임을 접할 수 있는 기회로서 게임업계에서는 중요한 판매창구로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판매 차단이 지속된다면 국내에서 개발되는 게임들의 다양성이 소실될 뿐만 아니라 한국 게임 소비자의 선택을 정부기관이 강제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종합 게임커뮤니티 루리웹의 한 이용자는 “국정감사에서 블루아카이브·페이트 그랜드 오더·소녀전선 등에 스팀까지 규제할 것이라는 공식적인 언급으로  게이머들이 모두 참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이용자는 “내가 성인인데 왜 성인게임을 못하게 하느냐? 청소년들 문제는 부모가 해결해야지, 비건 선언한 사람이 다른 사람 고기먹는거 불편하다고 식당마다 찾아가서 채소만 팔게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의 한 유저는 “국회나 국회의원이 도울 수 있는 건 게임위를 국정감사장에 부르는 것 뿐이다”면서 “게임위는 이번 풍파만 지나가면 멋대로 심사 기준을 바꿀 것이 뻔하니 직접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게임위에 직접 따져야한다”고 밝혔다. 

위정현 게임학회장(한국저작권보호원 심의위원)도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영상을 통해 게임위의 국정감사 내용을 비판했다.  특히 위 학회장은 ‘회의록은 꽤 공개하고 있는 편이다’는 게임위에 답변에 대해 “3년간 공개된 게임위의 회의록은 단 1건 뿐이다”면서 같은 문체부 산하의 기관인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는 모든 회의록을 공개한다. 이를 따로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고 반박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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