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 [사진=권찬욱 기자]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 [사진=권찬욱 기자]

13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국정감사에서 블루아카이브 등 모바일 게임의 등급 재분류로 인한 논란이 안건으로 올랐다. 그러나 같은 안건으로 질의를 건넨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정의당 모두 의견이 다른데다 이에 대한 게임위의 답변으로 방송을 지켜본 게이머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규철 게임위원장은 오전 10시에 시작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게임은 한류를 주도한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산업이자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면서 “우리 위원회는 적정한 등급 분류 수행으로 청소년 등 선의의 이용자를 위해 콘텐츠를 보호하고 불법 사행성 게임물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여 건강한 게임 생태계 조성이라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적정한 등급 분류 수행으로 청소년 등 선의의 이용자를 위해 콘텐츠를 보호하고 불법 사행성 게임물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여 건강한 게임 생태계 조성이라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권찬욱 기자]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권찬욱 기자]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먼저 질문을 건넸다. 이 의원은 이번 논란으로 민원이 수만건씩 게임위로 쏟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고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블루아카이브가 15세로 서비스하다가 현재 청소년 이용 불가로 등급 상향이 됐다. 그로 인해 지난 1주일간 10년치 민원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면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약간 오해도 있으나 이 의원님이 지적한 대로 게임의 등급은 상향되기도 하고 또 하향되기도 하는데 이번 같은 경우는 특이한 상황으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이어서 “이번 사안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모든 불만에는 공통점이 있다. 게임위의 심의 기준부터 사후 관리와 감독 체계까지 등급 분류 과정에 대해서 이용자들이 전혀 납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원회의 등급 분류 시스템에 대해서 위원장님 어떻게 생각하는가”하고 질문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아시다시피 게임법의 등급분류위원 선정 기준이 있는데, 8개 분야 중 문화예술·정보통신·법률 쪽에 계신 분들도 있고 그런 의미에서 게임 관련 전공자는 몇 분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면서 “의원님 지적대로 전문가가 아니나 게임의 등급을 심의함에 있어 게임이라는 게 꼭 게임을 개발해 보고 저처럼 20~30년간 하는 것만 전문가인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의원님 지적 사항도 있고 또 대부분의 민원이 그런 의견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개선방향을 문화체육관광부와 같이 고민해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같은 답변에 “게임위의 밀실 심사도 이번 논란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벌써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위원회가 계속해서 심의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고, 이러니 위원들의 전문성까지 의심을 받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 의원은 “실제로는 심의 과정에서 각 위원이 의견을 내는 사례보다도 연구원이 검토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는 케이스가 훨씬 더 많지 않나. 위원회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면서 “위원회 스스로의 편의를 위한 등급 기준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분류 과정도 마찬가지다. 회의록 공개는 물론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고, 종합감사 전까지 새로운 안을 짜서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회의록 공개는 절차에 따라서 저희가 꽤 공개하고 있는 편입니다만은 부족하다면 다른 방법도 검토해서 보고드리겠다”고 답변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사진=권찬욱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 [사진=권찬욱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등급 분류와 관련된 사업자 교육에 대해 질문했다. 우선 류 의원은 “게임 민원이 폭주하고 있던데, 사실 가위바위보 해서 여성 옷을 벗기고 모으는 그런 게임이 실제 존재한다는 게 놀랍다. 그런 게임이라도 게임위 입장에서는 등급 조정하는 정도가 한계라 민원이 폭주할 때면 조금 답답하실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류 의원은 “그런데 요즘처럼 자체 등급 분류 관련해서 이슈 터질 때마다 게임에서 반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사업자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겠다’인데,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 교육의 경우에 오히려 2020년부터는 교육 횟수가 줄었고 교육 시간도 반 넘게 확 줄었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게임물 관련 사업자 교육의 경우 일괄적으로 교육 코스가 같은데, A에서 F코스 중 하나를 골라서 들으면 된다. 그런데 지금 같은 내용이면 실무자들 입장에서도 그냥 시간 줄여주는 게 낫겠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크게 실효성이 있는가 의문이 든다”면서 “PC방 사업자와 대규모 개발사 담당자들이 해당 강의를 듣는 거지 않나. 그러면 게임물 관련 사업자도 업체 성격에 따라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교육 필요로 하는 교육이 좀 다르지 않겠나”고 의문을 표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내부에서 다 의논한 바 있는데 아시다시피 게임 제작자가 있고 유통업자가 있는데 양쪽을 같이 겸하는 경우도 있어 스트레스가 좀 다를 수 있다. 다만 팬더믹 상황에서 대면 교육을 못 하니까 온라인화된 부분도 있다. 지금은 10개의 자체 사업자한테 계속 끊임없이 설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김 위원장의 답변에 대해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는가?’는 물론 그분들은 교육을 싫어하니까 교육 횟수가 늘어나는 건 원치 않을 것이다. 지금 같은 내용이면 싫어하실 것 같다”면서 “그런데 필요한 교육이면 와서 들으실 것이다. 비대면으로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이는 사실 만나서 하는 것도 좀 번거로운 일이다. 그러나 필요한 교육을 적절하게 공급해야 하는 것도 게임위가 해야 할 일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재차 질문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최근에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의 등급 분류 문제가 많아지고 있다. 아시다시피 지난달부터 일반 게임을 또 자체 등급 분류를 하게되면 사업자 본인이 의도적이든 아니면 실수든 간에 등급 표기를 잘못해서 저희 게임위가 다시 재등급 분류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이 부분은 교육의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말씀하신 부분은 좋은 지적이라고 믿는다. 저희도 내부적으로 각 맞춤형 교육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권찬욱 기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권찬욱 기자]

문체위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율 심의가 무의미하다면서 게임위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다른 게임인 ‘어몽어스’의 플랫폼별 등급 분류를 지적하면서 “자체등급분류 제도라는 게 지금 5년 전에 도입이 됐다. 그래서 11개 업체가 자율적으로 하고 있는데, 어몽어스가 보기에는 상당히 폭력적이기는 한데 (심의등급이) 플랫폼에 따라서 다 다르다”면서 “구글 플레이는 만 7세 이상, 애플 앱스토어는 9세 이상, 닌텐도는 15세 이상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해서는 사전에 자체 등급이라는 게 이게 무의미한 거 아닌가”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어몽어스 말고도 저런 사례가 꽤 많이 있다. 자치 등급 분류의 기본 취지가 물론 국가마다 등급 분류 규정에 (따르는 것)”이라고 답변하자, 이 의원은 “이건 위법 사항 아닌가. 결국은 나중에 보면 폭력성이 있다, 선정성 있다 이렇게 해서 청소년 불가 등급으로 대부분 많이 가더라”고 말하면서 “이래서 자율 등급 체계라고 해서 그냥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철저히 사후 관리를 해야 되겠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자꾸 잦아지는 데 대해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100%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이에 이어서 “우선은 지금까지는 한 5년 동안 시험적으로 했다고 보고 자체 등급 기준을 더 명확히,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후에 (기준에서) 벗어난 것이 발각이 되면 지정 업체에 대한 패널티를 부과하도록 하는 그런 대책을 세우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블루아카이브에 대해서는 “블루아카이브도 그렇고 ‘와이푸’라는 게임도 그렇고, 이런 것들이 결국은 나중에 선정성 문제 때문에 청소년 불가로 지정이 됐는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앞으로 엄격하게 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의원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게임물관리위원회 회의록 자료 [자료=이상헌 의원실]
이상헌 의원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게임물관리위원회 회의록 자료 [자료=이상헌 의원실]

국정감사를 지켜본 누리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분통을 터트렸다. 블루아카이브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의 한 유저는 “게임위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이해가 하나도 없다. 게임업계를 마음대로 할수 있는 위치랑 권한인데 점심시간 맛집  정할 때만큼 심각성이 없다”면서 “국가 공인 기관에서 정하는 맛집 랭킹이면 최소한 전문성은 갖추고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블루아카이브 아카라이브 채널의 한 유저는 “이젠 등급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의원들 말대로 심의받은 게임도 모니터링해서 검열한다하면 이제 멀쩡히 청소년 이용불가로 서비스하던 게임도 갑자기 등급거부 때리고 검열안하면 문닫으라고 협박할수 있는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게임위는 업무보고를 통해 2022년 주요 업무 현황을 공개했다. 이 중 등급 분류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 및 체계적 연구로 합리적인 등급 분류 기준을 마련하고 설문형 등급 분류 및 간소화를 통해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온라인 및 자체 등급 분류 게임물 관리에 있어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하여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게임물의 사후 관리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등급분류연합 자체등급분류사업자와의 협력으로 신속한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오후 국정감사에서 한국의 게임 등급분류에 응하지 않고 별도의 규제 없이 게임을 유통하고 있는데 미국의 게임 서비스 플랫폼 ‘스팀(steam)’을 한국의 게임 규제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공개 비판하고 “스팀은 골칫거리다”면서 “수년째 한국 등급분류를 받으라고 권유하고 있지만 외국 사이트고,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스팀이 그래도 ‘이런 게임은 (한국에서 유통하기엔) 과하다’고 요청하면 (게임을 판매 리스트에서) 내려 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의원은 이날 추가로 의원실을 통해 이번 등급재분류 대상인 된 게임들의 등급 조정안에 대해 게재하고, 회의록 분석 결과와 어떤 게임의 민원이 들어왔는지 공개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이번 사태 관련 민원 접수 건수는 ▲블루 아카이브 1만 4628건 ▲앙상블 스타즈 2829건 ▲명일방주 888건 ▲페이트 그랜드 오더 393건 ▲백야극광 98건 ▲카니발 61건 ▲소녀전선 21건이다. 이 중 앙상블 스타즈를 제외하고는 모두 선정성을 이유로  등급이 상향 조정된 상태로, 게임위는 앙상블 스타즈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이상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위의 회의록 관련 문제를 꼬집었다. [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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