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진행됐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 해당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인한 예산관리 소홀 논란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진은 종합감사에 참여한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왼쪽)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사진=국회 인터넷 의사중계 시스템 캡쳐]
지난 24일 오후 진행됐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 해당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인한 예산관리 소홀 논란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진은 종합감사에 참여한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왼쪽)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사진=국회 인터넷 의사중계 시스템 캡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를 둘러싼 논란이 발단이었던 단순한 등급분류 문제를 넘어서 게임위라는 조직 자체의 신뢰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했던 게임 등급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이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예산 관리 소홀 논란이 다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도 해당 문제를 용역업체(이하 업체) 측에 지적하지도 않은 점은 국가 예산을 극단적으로 말해 ‘내 돈 아니니 신경 안썼다’는 의미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시스템 구축을 담당한 업체 측과 개발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를 했다’는 의혹이 들려오고 있지만, 해당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국민들의 혈세로 채워진 나라의 곳간 속 곡식이 빼돌려지는데도 이를 막지도 못하고 사후 해결도 못했다는 것은 국가의 녹을 먹는 공공기관으로서의 큰 수치다. 만약 각서를 썼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공기관으로서의 위치를 망각하고 무능력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했다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

어쩌며 게임위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게임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기관이기 때문에 업체를 선정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관리·감독 최상위기관이다. 시스템 구축 사업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차와 2차에 나누어져서 이루어졌는데, 1차 사업에서 업체는 42%라는 실망스러운 완성률을 보였다. 이 때문에 2차 사업으로 다시 예산을 투입했다면 1차 때는 믿고 맡긴거라 확인하지 않았다고 쳐도 2차 때는 충분히 수시로 업체에 찾아가 제대로 만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만약 업체 측이 확인을 못하게 했다면 게임위가 즉각 항의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확인했어야 하며 도저히 안된다고 판단했다면 조기에 업체를 바꾸거나 법적인 조치를 통해 해결했어야했다. 그런데도 완성될 때까지 그대로 방치했고, 이후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나왔을텐데도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2021년 2월 작성된 마지막 감리보고서에 써진 내용만 덜컥 믿었다는 것은 더더욱 문제다. 해당 감리보고서에서는 시스템 완성률이 96%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미 앞선 2020년 10월 언론보도를 통해 ‘16%가 미완성된 상태고 완료된 항목도 약 8%가 오류가 있어 보완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 상태에서 기획재정부가 남은 예산을 모두 회수하는 등 문제가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업체가 다시 손을 댄 것도 아니고 1·2차 사업을 통틀어 약 3년의 기간에도 제대로 완성이 안됐는데 감리만 다시 한다고 해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했다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이제와서 게임위 직원끼리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힐 뿐이다. 일각에서는 기재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혀서 예산도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문제가 될만한 일들을 그냥 넘어가지 말고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해결했었다면 이제 와서 다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라 괴롭혀지지도 않았을 것이며, 기재부가 예산을 환수하고 다시는 내주지 않는 등의 모습도 없었을 것이다. 게임위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평가도 조금은 달랐을지 모른다. 

결국 이번 사건은 게임위가 방치해 온 일들이 업보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과연 게임위가 이에 대해 자기변명으로 일관할지,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이미 떠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뒤늦게 해결한다고 해도 다른 논란들로 스스로를 깎아먹은 상태이기 때문에 신뢰와 평가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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