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가 10일 게임이용자 소통강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권찬욱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10일 게임이용자 소통강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권찬욱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기자들을 초대해 앞으로 게임이용자와의 소통을 늘려나가겠다고 약속하고, 약 2개월 이상 이슈가 이어지고 있는 모바일게임 재심의와 사행성 게임물 전체이용가 판정 등 게임물 등급분류 관련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해당 발표 이후 현장과 라이브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 사이에서 게임위의 답변이 불충분하거나 일부 개선안과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해명 성격이 강했던 간담회가 오히려 의미가 퇴색되고 게임 유저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게임위는 10일 서대문구 수도권사무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김규철 위원장·박한흠 정책연구소장·최종경 사무국장·이상현 게임물관리본부장·김범주 자율지원본부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해당 간담회는 원래 비공개가 될 예정이었으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의 공식 유튜브 채널 ‘깨쓰통 대폭발’이 게임위의 허가를 받아 생중계했다. 

김진석 경영기획본부장 [사진=권찬욱 기자]
김진석 경영기획본부장 [사진=권찬욱 기자]

우선 게임위는 ‘게임이용자 소통강화 방안’을 공개했다. 김진석 경영기획본부장이 발표한 해당 PPT에서는 등급 분류제도 변천사와 등급분류 주체, 등급분류 절차, 직권등급재분류 절차와 현황 등이 소개되었다. 소통 강화방안으로는 게임이용자에 대한 상시소통 채널 제공과 등급분류의 투명성 강화 방안, 등급재분류 모니터링 및 단계별 전문성 향상 방안, 대민원 서비스 개선 방안이 소개됐다.

특히 등급분류 투명성 강화의 경우 기존에 등급분류신청자 및 신청자의 동의를 구한 자에게 제한이 되어 있던 것을 누구나 원칙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연 1회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모의등급분류 체험 프로그램을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반기에 1회씩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등급재분류 모니터링 및 단계별 전문성 향상 방안의 경우 직권등급재분류 분과위원회 및 전문가 의원을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하고, 분과위원회의 회의록도 미작성되던 것을 필수적으로 작성하고 공개적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학교내 IT·게임학과 출신이 중심이 된 청년모니터링단을 게임업계인과 게임활동경력을 우대하여 선정하기로 하고, 약 200여명의 시간제일자리 모니터링단도 게임관련 경력을 우대해 선정하고 매월 집중교육을 진행하기로했다. 

박동범 직권재분류팀장 [사진=권찬욱 기자]
박동범 직권재분류팀장 [사진=권찬욱 기자]

다음으로는 박동범 직권재분류팀장이 ‘현안게임 직권등급재분류 경위·적용기준·유사사례’를 주제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블루아카이브의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비롯해 바다신2의 전체이용가 판정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박 팀장은 우선 블루아카이브의 청소년이용불가 판정 민원 접수 현황과 주요 경과, 적용 기준이 되는 법령과 규정, 실제로 문제가 된 부분을 공개했다. 

이 중 블루아카이브가 청소년이용불가로 판정·적용되는 선정성 세부기준은 게임산업진흥법 등급분류 규정 8조 4항에 따른 것으로 ‘성기 등이 완전 노출된 것은 아니지만 선정적인 신체노출이 표현되어 있는 경우’와 ‘영상에서 성행위를 표현하였으나 구체적으로 묘사된 경우가 아닌 경우’,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음향이 들어있으나 지나치게 과도하지 않는 경우’, ‘일반적인 사회윤리에 어긋나는 행위표현이 있으나 지나치게 과도하지 아니한 경우’로 확인됐다. 

기존에 블루아카이브가 문제가 된 사항은 게임 내의 캐릭터 ‘시시도우 이즈미(수영복)’의 메모리얼 로비 화면이 잘 알려져 있었다. 게임위는 메모리얼 로비에서 묘사된 이즈미의 몸에 붙은 문어에 대해 이즈미가 자신을 먹으려한다는 음성적 표현 및 암시적인 성행위를 묘사했다면서 문제로 삼았다. 

그런데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추가적인 고려사항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으로 고려된 사항은 ‘아마우 아코’와 ‘카쿠다테 카린’ 2명의 메모리얼 스토리로, 양쪽 모두 일반적인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적절하지 않은 상황의 묘사가 문제가 되었다. 아코의 경우 주인공인 선생과의 내기에서 져서 못줄이 채워지고 개처럼 엎드리게 해 산책까지 시키는 내용이 문제가 되었으며, 카린의 경우 특정 페티시 성애의 표현인 ‘업계포상’ 단어가 나오면서 미성년 캐릭터의 발로 밟아달라는 등의 묘사를 문제 사항으로 제시했다.

게임위는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블루아카이브의 IARC(국제등급분류연합·International Age Rating Coalition) 설문내용과 함께 지난 2019년과 2020년 12세 이용가에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던 게임의 문제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게임들의 등급 상승 이유는 직접적인 신체 노출과 포즈·복장과 이용자 조작에 따른 표현이다.

현재 블루아카이브는 청소년 이용불가로 재심의된 상황에서 게임사의 이의 신청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게임위는 이의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 이용등급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석형 등급서비스팀장 [사진=권찬욱 기자]
송석형 등급서비스팀장 [사진=권찬욱 기자]

마지막으로 게임위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바다신2 등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의 전체이용가 판정 논란 관련된 내용도 함께 밝혔다. 아케이드 게임의 경우 게임위가 전적으로 심의하는 플랫폼으로, 청소년 이용불가와 전체 이용가 두개 등급만이 존재한다. 

발표를 맡은 송석형 등급서비스팀장은 바다신2에 대해 바다이야기와 달리 우연성이 아닌 능력형에 맞추어져 있는 게임이며, 바다 배경의 UI를 갖추고 있으나 이용자의 능력에 따라 게임 1회 플레이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전체 이용가 판정 이유로 들었다. 또 운영정보 표시 장치가 부착되어 있고, 자동진행 장치가 없다는 점도 판정의 이유로 들었다. 

다만 송 팀장은 추후 등급분류를 받은 내용과 다르게 개·변조 되어 사행성 운영사항이 확인된다면 바다신2의 등급분류 결정이 취소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 밖에도 아케이드 게임의 저작권 위반 사례 논란 관련 내용이 공개됐다.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사진=권찬욱 기자]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사진=권찬욱 기자]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질문은 P2E게임와 확률형 아이템, 등급분류 규정 및 기준 문제, 인력충원, 게임물 전문가의 기준, 회의록 공개 관련, 한국게임학회의 게임위 평가 관련, 게임물 사후관리시스템 예산 비위 감사 관련, 블루아카이브의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 늦은 이유, 위법여부 판단, 타 게임들의 등급 상향 조치, 이의제기 시 반영 안되는 문제 등이다. 

게임위는 이같은 질문에 답변하면서 나름대로 업무에서의 답답함과 고충을 밝히고, 전문가들과 언론·게임 유저들에게 지지와 신뢰를 호소했으나, 정작 일부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커다란 논란으로 번졌다. 

논란이 된 발언은 김 경영기획본부장이 등급 분류 기준 설명 중 나온 “99% 정도는 저희 등급 분류 기준에 부합해서 나가지만 발표 내용(현황)처럼 진짜 등급 경계에 있는 게임들이 있다. 그것은 게이머의 눈높이와 사회적인 기준의 눈높이에 갭이 있다. 그런데 그것을 좁혀나가기 위해서 저희 이제 연구원들이나 담당 팀도 굉장히 노력을 해 나가려고 한다”와 김규철 위원장이 PC게임 플랫폼 스팀에 대해 “예전에 삼국지 하다가 마누라한테 혼나고 사무실에서 밤새 하고 이런 아주 올드합니다만, 그러니까 게임에 대한 이해는 (사람마다) 다르긴한데 스팀에 올라오는걸 보면, 제가 꽤 도덕적이진 않으나 역겨운게 있다”는 발언 두가지다. 

해당 발언을 접한 누리꾼과 종합 게임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먼저 게이머와 사회적인 기준과 눈높이가 다르다는 발언에는 “게이머들이 사회인도 아닌데 직장에 취직해서 사회인 행세를 하고 있었단 말이냐”·“게이머는 사회인 비사회인 구분없는데 어디서 이런 워딩을 갖다 쓰는 것이냐”·“사회 눈높이를 왜 니들이 정하냐” 등의 비판이 쏟아졌으며, 스팀에 대한 발언에는 “개인적 역겨움으로 심의를 하는 것이냐”·“본인 스스로 올드한걸 알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가장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곳이 게임인데 왜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개인의 의사나 관점은 아무 상관없다. 그리고 그게 모든 공공사무를 보는 직책에 주어진 의무다”는 강도높은 지적이 나왔다.

이외에도 공통적으로 게임위의 게임에 대한 인식에 대해 “70년대 만화책 검열이냐”·“마치 탈레반을 보는 것 같다”·“대한민국이 늙어간다는 것이 느껴진다. 마인드가 낡았다”·“이딴 발언을 하는데 어떻게 신뢰 회복을 원한다는 거냐”는 의견도 나왔다.

게임위는 해당 발언 직후와 간담회 이후 정정요청을 통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게임위는 눈높이 발언에 대해서는 “게임 이용자들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사회 다른 분야에서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차이가 난다는 취지다”면서 “우리 사회 다른 분야에서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또 스팀 발언에 대해서는 “스팀이 유통하는 게임물이 전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 일부 부적절한 게임물이 있다는 것이다”면서 “스팀 운영사인 밸브가 국내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다”고 해명했다.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던 이상헌 의원실과 한국게임학회는 방송이후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게임위의 태도를 지적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암 수술 해야되는 사람한테 반창고를 붙여놓은 느낌이다”면서 “근본적인 문제가 왜 근본적인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대응책·해결책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고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도경 이상헌의원실 선임비서관은 간담회 마지막에 박종현 유동수의원실 선임비서관이 꺼낸 ‘등급분류와 관련된 법개정에 대해 국회에 게임위가 먼저 제안을 해보았나’는 질문과 게임위에 답변에 대해 “거기에 대해서도 게임위는 생각을 안했다는 것이고,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되는 질문과 답변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한편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분기별로 게임 유저 간담회를 정례화하고 연내 첫 소통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시기는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지스타 2022(G-Star 2022)’이후로, 게임위는 간담회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기자들과 인플루언서,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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