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만화 '드래곤볼'을 이용해 이번 사건을 풍자한 유저들의 패러디. [사진=블루아카이브 아카라이브 채널]
유명 만화 '드래곤볼'을 이용해 이번 사건을 풍자한 유저들의 패러디. [사진=블루아카이브 아카라이브 채널]

블루아카이브 및 다수의 모바일게임 등급 재설정을 시작으로 민원에 대한 대응까지 물의를 일으켜 온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유저들은 국회 국민 동의청원을 통해 게임에 대한 사전 심의 제도 폐지를 요청하고 있으며, 추가로 기존에 발단이 되었던 악성 민원에 대해 유저들이 해당 글이 작성된 커뮤니티를 일시적으로 폐쇄시키기까지 했다. 여기에 사건이 확대되면서 게임강국으로 알려진 일본과 미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기간내로 5만명이 넘으면 국회 동의 청원을 넣을 수 있게 된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기간내로 5만명이 넘으면 국회 동의 청원을 넣을 수 있게 된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 확대

모바일게임 유저들은 현재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게임물의 사전심의 의무를 폐지해 달라고 청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해당 청원은 ‘온라인, 패키지, 콘솔, 모바일 등 게임물에 대한 사전심의의무 폐지에 관한 청원’이라는 명칭으로 시작되었으며 12일 기준 오후 6시 기준 3만 9000여명을 돌파했다. 만약 해당 청원이 종료되는 11월 6일까지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법 개정에 대해 논의하는 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청원인은 해당 청원을 게재한 이유에 대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출범 이후 게임업계 종사자가 심의에서 배제되는 등 전문성 논란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게임의 사전심의가 헌법 21조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법 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규정하는 조항으로 2항에서 저작물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고 있다.

2017년 발생한 ‘뉴 단간론파 V3: 모두의 살인 신학기’의 심의등급분류 거부와 이번에 발생한 수많은 모바일 게임의 편파적인 심의 재설정도 문제라고 밝혔다.

또 청원인은 이 같은 폐해가 드러난 사례로 주전자 닷컴을 언급했다. 주전자닷컴은 초·중·고등학생 게임개발자 꿈나무들이 자신이 만든 플래시 게임을 게재하는 사이트였는데, 당시 게임위가 심의를 받지 않은 불법게임물로 간주해 폐쇄됐다. 당시 주전자닷컴 외에도 다수의 플래시 게임 사이트가 폐쇄되었는데, 당시 누리꾼들은 해당 조치에 대해 게임 업계의 미래 동력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의 꿈을 꺾어버렸다면서 비판한 바 있다. 

이후 주전자닷컴 폐쇄 사건 이후 비영리 게임에 대한 심의가 간소화 되었으나, 여전히 상업목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영세 개발자들에게는 사전심의제도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재 게이머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위의 게임업계 관계자 심의위원 배제 규정이 오히려 게임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외에도 청원인은 미국 ESRB(오락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나 일본은 CERO(컴퓨터 오락 등급 기구) 등의 사례를 들어 게임에 대한 사전심의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지 않다며 한국 역시 게임물 심의를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저들은 게임위의 심의 부실과 예산 낭비를 의심하면서 게임위가 가진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지난 8일 언론을 통해 게임위의 한 직원이 사무실의 컴퓨터로 비트코인을 채굴한 사실이 알려졌으며, 12일에는 한 아카라이브 유저가 게임위가 게임 모니터링을 외주로 맡기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수의계약이 의심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접한 일본 유저들은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일본 정치인과 업계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쿠리시타 젠코 전 일본 참의원의 트윗. [사진=트위터]
해당 사건에 대해 접한 일본 유저들은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일본 정치인과 업계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쿠리시타 젠코 전 일본 참의원의 트윗. [사진=트위터]

국제적으로 확대되는 관심

일본과 미국 등에서도 이번 심의 등급 재분류 결정이 알려지면서 블루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토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우선 일본에서는 언론에서 이를 다루면서 트위터와 5ch 등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사건을 들여다 본 일부 일본 누리꾼에 의해 전말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해졌고, 곧 한국 게임위에서 이같은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일본 CERO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과 게임 업계인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전 참의원인 쿠리시타 젠코(栗下 善行)는 “한국의 아청법은 유명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설치된 공적윤리심사기관인 게임위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므로 일본의 CERO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본건에서도 그 일단을 엿볼 수 있습니다. 향후도 동향을 주시하고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유명 RPG게임 이스 시리즈의 초기작 개발자인 이와사키 히로마사도 트위터를 통해 한국에서 일해본 경험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이런 규제는 골치 아픈 게 장난이 아닌데다 조항이 너무 모호해서 쉽게 확대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지옥 같은 이야기가 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추가로 쓰자면 한국에서 일을 하면 규제는 아무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의 블루아카이브 팬덤의 경우 지난해 미국 당국이 게임 스토리에 등장하는 일러스트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검열당한 사건이 있어 한바탕 큰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 사건이 발생하면서 레딧을 중심으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초기에는 기존의 버전이 검열 버전이고 드디어 검열 해제 버전이 나오는 것이냐는 오해가 있었으나, 논란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일본처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레딧의 한 유저는 “거시적 측면에서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개발진들은 사람들이 실수로 다운로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할 다른 앱에 리소스를 할당해야 하고, 이제부터는 검열법에 맞지 않는 것을 만드는 것조차 주저하게 될 것이다”는 의견을 냈고, 또 다른 유저는 젠더갈등으로 시작된 중국 당국의 모바일 게임 무차별 검열 사건을 언급하면서 “민원을 제기한 유저집단의 근거 없는 주장을 지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인터넷 공급망(서버) 업계에 종사한다고 밝힌 유저가 확인한 해연갤의 IP. 서버가 미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법을 적용받는다. [사진=블루아카이브 아카라이브 채널]

발단이 되었던 커뮤니티의 일시 폐쇄와 범죄사실 확인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유저집단 ‘셧다운祭’가 소속된 커뮤니티인 해연갤은 이 사건으로 인해 사이트가 아예 폐쇄되었다가 게임관련 게시물을 모두 삭제한 채 복구된 모양새다.

본래 해당 사이트는 서버의 IP(주소)가 노출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인터넷 공급망(서버) 업계에 종사하던 블루아카라이브 채널의 한 유저를 통해 IP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공공연히 해당 사이트를 통해 유저들 사이에서 미국 법에 저촉될만한 음란물이 다수 공유된 사실도 알려졌다. 

이에 유저들이 해연갤을 국내 통신사들과 미국 수사기관에 신고했고, 이에 해연갤 관리자가 급히 사이트를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서 IP를 알아낸 유저는 이들의 사이트 데이터가 삭제되지 않도록 국내외 인터넷 공급업체들에게 연락해 데이터를 보존하는 크롤링 조치를 취했고, 증거 인멸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해당 유저는 “서버 측에서 모든 데이터를 지웠어도 서버에 회선을 제공하는 ISP가 데이터를 안 넘기면 그만이다. 또 클라우드플레어 가입 시 인적 사항이 기록된다”면서 “해연갤은 미국 법에 저촉되는 극악무도한 성인물 등을 공유하는 악질 사이트이므로 미국 정부도 협조할 것이다”고 밝혔다. 

해연갤이 과거부터 메일을 이용해 성인물 파일을 직접 공유까지 한 정황도 발견되었다. 해당 내용을 해연갤 사이트 검색을 통해 확인하고 게시물로 올린 디시인사이드 유저는 “적어도 청소년이 접근하지 못하게 실명인증 기능이 필요해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해연갤은 1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된 뒤 여러 기관에 이송되어 처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연갤 사이트 자체는 9일부터 다시 개방되어 다시 커뮤니티 기능을 이어가고 있으나 문제의 발단이 된 게임탭에 위치한 관련 글은 볼 수도, 작성할 수도 없게 되어있는 상태로 오로지 회원이 스스로 작성했던 글을 삭제할 수 있는 기능만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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