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인사들 친박집회 참석, '박근혜 대통령 사수' 

  • 헌재 결정 '무조건 승복, 약속하자'는 제안도 나와

  • 박 대통령 특검조사 보이콧, 헌재 시간끌기 "예사롭지 않다"

  • 3.1절 보수단체, 100만명 광화문집회 계획 중 

  • 민주당 9일 의원총회 소집, 촛불들고 광장으로 나설듯

  • 헌재의 8인체제.. 비정상의 문제도 한몫 

‘새박사’로 유명한 윤부무 경희대학교 명예교수가 4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에서 포착돼 화제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윤 명예교수가 전동 휠체어에 앉은 채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선 모습이 공개됐다. 공개된 사진 속에서 윤 명예교수는 “군대여 일어나라”고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소비자경제=서원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설’, ‘탄핵선고연기설’이 최근 정치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을 거부한데 이어, 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특검수사의 대면조사까지도 보이콧했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에서 지연전략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반성과 쇄신을 하겠다던 새누리당 일부 인사들은 최근 친박 집회에 참석해 ‘박 대통령 사수, 탄핵심판 무효’를 외치는 등 보수진영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조원진·윤상현·원유철·안상수 의원들로 세 불리기 모양새다.

급기야, “모든 정당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승복을 약속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7일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헌재의 결정 이후에도 심각한 대립과 후유증이 예상된다”는 단서를 붙여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또 하나의 헌법 유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소비자경제>이 단독으로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보수단체들은 오는 3.1절을 맞아 광화문과 시청앞, 서울역에서 최소 100만명 이상이 참석하는 ‘구국국민궐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 수호’, ‘헌법수호’,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주요 이슈로 한 이 집회에는 그간 친박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보수단체들이 공개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또 각 단체별로 인원동원까지 적시하고 있다.

◆ 3.1절 보수단체 광화문 총집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300명 중 299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 기권 2로 가결되던 당시만 해도 ‘민심은 천심’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일천만 촛불이 광장을 밝히면서 ‘탄핵심판’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박한철 당시 소장이 지난달 31일자로 퇴임했다. 이어 3월 13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도 끝난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의한 ‘헌재 9인 재판관’이 무너졌고, 헌재는 비정상이 됐다. 2000년 이후 헌법재판관 공석사태는 8일 현재 777일째가 됐다.

헌재는 대통령 측 증인 17명 중 8명을 채택해 22일까지 증인신문을 이어가며, 이 재판관 퇴임전 선고결정을 한다고 하지만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22일 이후 헌재에 출석하게 되면 헌재는 거부하기 어렵다. ‘시간끌기’에 따라 탄핵심판 일정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2말3초에 헌재에서 탄핵결정이 내려지면 4월말경 조기대선을 실시할 것이란 예상도 흔들리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탄핵에서 조기대선’까지 유동적인 상황이 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조기대선’을 위한 ‘지지율 높이기’에 몰입되면서 탄핵국면을 확실하게 마무리 짓는 일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100일 넘게 광장에서 촛불을 밝힌 일천만 민심의 주역인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민심이 천심이란 말은 옛말”이라며 “민심과 천심 위에 역심이 있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돌고 있다. 역심이란 민심과 천심을 거스르고, 지배하는 힘으로서 ‘권력’이 최고란 의미이다. 현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 있는 사람들의 언행은 몰염치의 역심을 실증한다는 분석도 나고 있다.

시작은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기각이다. 특검팀이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혐의가 가장 무겁다고 판단, 구속수사를 펼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그 틈으로 ‘박 대통령 탄핵기각설’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천만의 촛불민심은 당혹했다.

<소비자경제>이 입수한 보수단체 3.1절 집회 문건. 문건에 따르면 보수단체들은 오는 3.1절에 10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구국국민궐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 “민심과 천심 위에 '역심' 있다”는 말 나돌아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탄핵기각설’, ‘탄핵선고연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그에 따르면 탄핵기각설은 헌재 재판관의 정치성향에 근원을 두고 있다. 이를 테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A재판관을 중심으로 B재판관도 기각에 심증을 굳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여권이 안정적인 기각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근 C재판관까지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A재판관의 기각 심증은 확실하고 D재판관이 최근 기각 쪽으로 돌아섰다는 ‘설’이 덧붙여졌다.

한국일보는 “이들 재판관 모두 탄핵을 결정할 정도로 실체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형성했다”며 “3월 중순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면 탄핵찬성 재판관이 5명 이하가 돼 기각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탄핵선고연기설은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증인 추가 신청과 변호인단 사퇴, 대통령 헌재 출석 등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이 재판관 퇴임 이후 후임자 인선이 늦어져 3월말 이후로 자연스럽게 선고가 미뤄질 것이라는 ‘설’이다. 이달 말로 활동이 종결되는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에 부정적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도 연관돼 있다. 시간을 끌다보면 헌재의 ‘9인 체제’가 8인체제로 됐듯이, 8인 체제는 또 7인 체제가 되고, 여기에 신변이상 등으로 결원이 생기게 되면 선고결정 자체가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덧붙여 있다.

◆ ‘뜨악 민주당, 다시 촛불 들자’

“어째 돌아가는 꼴이 심상치 않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발언은 야권에게 ‘각성제’가 됐다. “박근혜 정부가 헌법재판관 한 두 명의 약점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우용 한양대학교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의 주장은 ‘부스터’ 역할을 했다. 전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일당의 죄상이 다 드러나도 탄핵이 인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탄핵이 기각되면, 조기 대선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한꺼번에 ‘탄핵기각설을 탄핵위기론’으로 받아들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11일 대보른날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조기탄핵과 탄핵촉구 총력투쟁을 국민과 함께 하겠다”며 헌재의 판결지연 가능성 차단에 나섰다. 이어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12월부터 2월까지 무려 석 달간 국민의 탄핵찬성 여론은 꾸준히 78% 대를 유지하면서 계속 상승 중”이라며 “광장의 촛불이 일시적으로 줄었을지 몰라도, 탄핵 민심은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음을 헌재는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고 헌재에 경고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대변인인 김경수 의원은 이날 “탄핵이 위태로운 지경이 되었습니다”라며 극한 위기감을 나타냈다. 문 전 대표도 7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2월말 3월초 탄핵 결정 예상이 불투명하게 됐다”며 “정치권은 탄핵정국에 집중하고, 촛불시민들도 촛불을 더 높이 들어 탄핵이 반드시 관철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나가자”고 독려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장 충남지사도 ‘탄핵기각설’에 힘을 보탰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9일(내일)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이 시장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을 끌지 말고 조속히 2월 안으로 탄핵 결정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안 지사도 페이북을 통해 “박 대통령은 시간끌기 전술 등 탄핵기각을 위한 어떠한 시도도 촛불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마셔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8일 헌재의 2월말 선고가 어렵게 된데 대해 “수술을 꼼꼼히 하다가 환자가 죽으면 안 된다”며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에서 판결 시기를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압박했다.

◆ 헌재 공석사태, 비정상 바로 잡아야

탄핵기각설과 탄핵선고연기설이 현실화 될 경우 그 후폭풍은 클 전망이다. 우선 헌재는 탄핵찬성 78%의 국민보다 5%의 박 대통령에 충성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9인 체제’가 무너진 비정상 헌재에 대한 ‘민심·천심에 반하는 역심’ 논란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의 공석사태와 공석인원의 증가는 국민 기본권을 수호해야 하는 헌재기능을 왜곡시킨다. 7인 체제의 헌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 중인 지난 21일 ‘블랙리스트 작성 박 대통령 지시’라는 기사를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와 중앙일보, 허위 내용의 영장청구서 범죄사실을 중앙일보 기자에게 넘겨주었다는 특검관계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피의사실 공표죄로 형사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정규재TV와 인터뷰에서 “누군가에 의해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으로 탄핵정국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보니 탄핵기각설이 현실화 돼 부활하게 되면 고소만 제기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8일 탄핵기각설에 SNS 반응(출처=트위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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