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9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출처=청와대)

[소비자경제=서원호 기자] 3월 13일 이전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3월 13일은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된다. 3월 13일이 지나면 ‘7인 재판관’으로 줄어들어 헌재는 비정상 상태에서 탄핵선고를 해야 한다. 지금의 ‘8인 헌재’도 정상이 아닌데, ‘7인 헌재는 중환자’가 된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최근 JTBC뉴스룸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에서 “7인이 되면 헌재가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8인이 있을 때 선고하려고 애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걸음 나가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에 “헌재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데, 무서워할 리가 있나요? 대통령직 연장돼 봐야 몇 개월밖에 없고, 선거 정국인 데다 아무 힘이 없다”며 “득 볼 일 없고 탄핵 기각시킨 재판관이란 꼬리표만 평생 따라다닐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23일까지 그동안 주장한 내용을 정리한 최종의견서를 제출하라고 국회 소추위원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 양측에 요구했다. 또 헌재는 앞으로 추가 증인을 채택하지 않고, 이미 채택된 증인이라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아예 증인을 취소하겠고 했다. 앞서 헌재는 22일까지 증인신문을 하겠다고 했다. 때문에 헌재는 22일 증인신문을 끝내고 23일까지 양측 의견이 정리된 서면을 검토한 뒤 최종변론을 열고 변론종결을 선언, 평결을 거쳐 선고하는 수준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박 대통령, 헌재 출석 최후진술하나

박 대통령은 탄핵사유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 전부터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것으로 박 대통령은 보고 있다. 그렇다보니 박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해 변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통령이 헌재의 최후진술로 직접 변론에 나서면 탄핵심판 일정과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시간 끌기’는 물론 ‘보수층 결집’을 통한 여론전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경제>이 보수단체 문건을 단독 입수해 8일 보도한 ‘3.1절 보수단체 광화문 총집결’에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9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애국단체총협의회, 자유총연맹, 고엽제전우회, 재향경우회 등 강경보수층이 헌재의 선고시기가 다가오면서 100만명 집회동원으로 총력전’을 펴는 모양새다.

그 전조로서 ‘태극기 민심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친박계 새누리당 윤상원의원은 9일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토론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를 위한 길거리 투쟁을 선동하는 목소리로 넘쳐났다”며 “아스팔트 위 애국시민 대열에 합류하자”는 주장이 잇따랐다고 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정규재TV와 인터뷰에서 ‘태극기 집회가 촛불집회의 두 배’라며 ‘그분들이 추운날씨에 고생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해 최후진술을 하면 ‘해 볼만 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자 국회 소추위원단 황정근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변론에 출석할 계획이 있는지, 있다면 소추위원단의 신문을 받을 것인지 등에 대해 오는 14일까지 명백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서면을 헌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헌재 직접 출석(여부)를 대통령과 상의하겠다”고 답변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12차 변론기일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청구인, 피청구인 변호인단 출석을 확인하고 있다.(출처=포커스뉴스)

◆ 비정상 헌재에 국가명운 달렸다

헌법에 따르면 헌재는 ‘9인 재판관’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 하지만 헌재는 2년 넘는 기간동안 ‘완전제’가 아닌 ‘불완전체’로 운영되는 재판관 공석사태가 잦았다. 특히 소장은 3기 윤영철 전 소장 퇴임후 매번 임기가 만료될 때마다 공석사태를 겪어야 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서도 소장 공석사태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헌재 소장에다 재판관까지 공석상태가 되면 헌재는 8인에서 7인이 되고, 공석인 재판관은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나는 초유의 상황을 앞두고 있다.

헌재의 사회적 영향이 갈수록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불완전한 비정상 헌재’의 결정에 무조건 승복하라고 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국가명운이 달린 중대사안, 특히 국민 기본권 수호문제와 관련 된 경우 ‘비정상 헌재’의 결정은 그 이후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공석에 대비한 제도를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페인·포루투칼처럼 임기가 만료된 재판관은 후임이 취임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게 하거나, 오스트리아처럼 예비 재판관을 둬 공석이 되면 승계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회의원 비례대표의 경우는 비례대표 의원이 자격을 상실하면 순위에 따라 의원직을 승계하도록 돼 있다.

조선일보의 사설은 이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박한철 후임 空席, 내일부터 헌재도 비정상이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국가의 핵심 위치들이 공석(空席), 권한대행으로 하나둘씩 바뀌고 있는 것 자체가 이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설마' 하는 요행수를 바라고 나라의 기둥에 생긴 커다란 구멍조차 못 본 척 그냥 가자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디서 또 큰 구멍이 날지 모른다. 나라 전체를 좌우할지도 모를 도박이 별일 아닌 듯 진행되고 있다”며 “국민이라도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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