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
이동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

올해 3월 처음으로 전자금융업계의 간편결제 수수료가 공시되었다. 간편결제는 모바일 기기에 결제정보를 미리 저장해 두었다가 비밀번호나 지문인식 등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타 금융업권에서는 공시를 통해 취급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전자금융업은 그렇지 않아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문제를 제기했고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되어 올해부터 반기마다 간편결제 수수료를 공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간편결제 수수료는 여전히 소극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지급결제업의 특성상 간편결제 서비스의 경쟁자는 신용카드다. 신용카드 업계는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가맹점이 납부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공시하는데, 평균결제금액별·신용카드매출액별 가맹점수수료율 구간대 사업자 수 비중, 신용카드 업계 평균가맹점수수료율 등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시하는 간편결제 수수료는 가맹점 규모별 카드결제 수수료율과 선불전자지급수단 결제수수료율이 전부이다. 물론 신용카드 업계는 이 역시 공시하고 있다.

공시 시즌에만 수수료를 낮게 유지하다가 점차 수수료를 올리는 경우도 흔하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업체는 카카오페이를 예로 들자면, 최초 3월 공시와 비교해 8월의 2차 공시에서는 영세규모를 제외한 나머지 가맹점의 카드결제 수수료율이 모두 크게 올랐다. 이뿐 아니라 11월 현재 시점에서는 더욱 올라, 가맹점 규모별로 작게는 최초 공시 때보다 40.5%, 많게는 128.6%나 인상되었다. 과도해도 너무 과도한 인상폭이다.

상품 생산자의 입장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오른다는 것은 생산에 더 큰 비용이 든다는 말이다. 적정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자는 불가피하게 상품가격을 인상하게 되므로, 결국 오른 물건값을 감당하는 것은 소비자다. 인상된 수수료를 가맹점이 아닌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카드업계의 수수료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감독하는 이유다. 카드사는 금융당국이 3년마다 재산정한 적격비용(수수료 원가)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율을 규제받는다. 간편결제 업계는 이러한 규제가 없어 마음대로 결제수수료를 인상하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더욱 오른다.

[자료=한국은행]

결제수수료만 공시되고 기타수수료가 공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작년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가 쟁점이 되었을 때 카드사에 비해 훨씬 높은 수수료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간편결제 업계는 ‘오픈마켓 입점 및 프로모션 수수료, 홈페이지 관련 호스팅 수수료 등이 있어서 카드결제 수수료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같은 ‘기타수수료’를 들어 높은 수수료를 변명했다면, 그 상세 내역에 대해 공시하는 것을 꺼리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기타수수료 공시에 대해 간편결제 업계는 극렬히 반대했으며, 결국 공시대상에서 제외되어 결제수수료만 공시하게 되었다. 간편결제 업체가 눈에 보이는 결제수수료는 그대로 두고 기타수수료만 인상한다면, 최종 수수료는 오르더라도 수수료가 오르지 않았다고 착각하기 쉽다.

간편결제 업체는 카드사에 비해 더이상 특별한 보호나 육성이 필요하지 않다.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건수는 2018년 93억 건에서 2022년 198건으로 두 배 늘었다. 이용금액은 2018년 249조 원에서 2022년 764조 원으로 무려 세 배 이상 늘었다. 간편결제는 금융에서는 새로운 분야로 규제까지 완화해 주며 성장시키고자 하는 서비스였지만, 지금의 간편결제 규모는 엄청난 수준이다. 2023년 우리나라의 예산이 639조 원이었고, 간편결제 이용 규모는 2021년부터 이를 앞질렀다. 경쟁업계에 비해 간편결제 업계에 특혜를 줄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 간편결제 수수료율에 대해서도 적격비용을 산정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상세한 정보를 공시하는 조치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동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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