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나 집중호우가 한번 들이닥쳐 침수된 지역이 다발적으로 발생하면, 다수의 침수차량이 폐차되거나 중고차 시장으로 옮겨지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한번 들이닥쳐 침수된 지역이 다발적으로 발생하면, 다수의 침수차량이 폐차되거나 중고차 시장으로 옮겨지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올여름 폭우와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으로 인해, 제법 많은 침수피해가 발행했다. 이들 침수차량이 가을이면 중고차 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침수도 전문가들은 단계별로 나눠서 구분한다. 타이어 절반까지는 침수와 무관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차종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타이어 절반까지 잠긴 상태에서 주행할 경우 일부 수입차의 경우 엔진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몇몇 국산 차량의 경우 공기흡입구 높이가 80cm 정도라 타이어 절반이 잠긴 상태에서 저속으로 조심스럽게 빠져나오면 안전하다고 할 수 있지만, 수입차 중에서는 공기흡입구가 55cm에 불과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 높이가 70cm 정도이기 때문에, 절반만 잠긴 상태에서 주행할 경우 한 뼘 정도의 여유는 물이 밀려 올라오면서 엔진으로 유입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침수를 단계별로 정의하자면 우선 1단계는, 차량 내부를 기준으로 바닥 매트가 젖은 상태를 말한다. 침수 2단계는 시트 엉덩이 부분까지 물에 잠긴 경우로 거의 타이어 전체가 잠기는 경우를 말한다. 이 상황에서 차량이 전진하게 되면, 앞 범퍼의 경사로 물이 타고 올라와 엔진룸으로 들어가게 된다.

침수 2단계가 되면 퓨즈 박스나 ECU 및 TCU 등은 물에 잠기게 된다. 침수 3단계는 차량 실내 창문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것을 말하며, 쉽게 말해서 앞뒤 유리 등 물에 상관없는 부위를 제외하고, 각종 전자장치, 각종 움직이는 기구 등 주요 장치들은 모두 수면 아래에 있는 상황을 말한다. 엔진룸에 있는 퓨즈 박스를 비롯해서, 운전석 좌측 아래에 위치한 OBD 단자도 물에 잠기게 되며, 무조건 폐차해야 하는 수준이다.

장마나 태풍으로 인한 침수피해가 무서운 것은, 침투된 물이 깨끗하지 않다는데 있다. 모래와 진흙 및 불순물이 잔뜩 섞여 있어서, 아무리 잘 말리고 닦아내도 불순물이 남게 되고, 결국 금속 재질은 부식으로 인해 강도가 약해지고 각종 전자부품의 경우 오작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운행 중 시동이 갑자기 꺼지거나, 엔진 떨림, 급발진이나 에어백의 전개 등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목숨 걸고 타야하는 것이다.

필자가 침수차에 대해 설명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전기차 관련이다. 감전되느냐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내연기관 대비 더 위험하지는 않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 필자는 전기차는 물에 일부가 잠긴 상태에서도 동력이 유지되면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배터리 개발 단계에서부터 침수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충분한 침수 테스트를 통해서 배터리가 만들어지며, 고전압 케이블, 차단기, 제어 시스템 등도 침수를 고려해 개발되기 때문이다.

배터리팩의 경우는 1m 깊이의 물에서 1시간을 견디도록 설계되었으며, 엔진룸의 모터 등 각종 부품들도 최소 30분은 견디도록 되어 있다. 결국 엔진으로 구동되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침수에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실내로 물이 들어오는 경우의 위험성과 피해는 내연기관차와 동일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전기차는 침수에 보다 안전하다고 설명하는 것은 운전자들이 쓸데없이 방심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내연기관 보다 더 위험하지는 않다는 정도로만 설명하고 있다.

차량에 침수가 발생하게 된다면, 우선은 시동을 꺼야 한다. 그리고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운전자가 충분히 대피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경우에는, 엔진룸을 열고 배터리 단자를 분리해 놓으면 매우 좋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차량의 심각한 고장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동차 배터리가 어떤 것인지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과 당황하지 않는 침착함 그리고 적당한 도구가 있을 경우에만 시도해야 한다. 99%의 운전자는 그냥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운전자 및 탑승자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후에는 소방서, 제작사 직영센터 및 보험사에 연락하여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중고차를 구입할 때, 침수차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보험개발원이 무료로 제공하는 카히스토리를 통해 침수차량을 조회할 수 있다. 물론 자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험처리 하지 않은 차량은 조회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 창문을 모두 닫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조작해 차량내부의 악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엔진룸 내에 먼지가 아닌 진흙·녹·부식의 흔적이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안전벨트를 점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 진흙·오물·곰팡이의 흔적 확인하면 된다.

그런데 안전벨트 전체를 교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안전벨트의 제조년월일을 확인해야 한다. 차량의 출고일자와 안전벨트의 제조일자를 비교해봐야 한다. 물론 측면 충돌로 수리하면서 안전밸트를 교체할 수도 있다. 전좌석 안전밸트가 모두 신품이면 침수차로 의심하는게 아니라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잘 마르지 않는 시트 아랫부분의 곰팡이나 얼룩 등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도어 고무 몰딩이나 브라켓을 뜯어 물기나 녹의 유무를 확인해야 하며, 트렁크를 열고 스페어 타이어가 위치한 가장 낮은 부분을 살펴서 모래나 진흙 유무도 체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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