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는 태풍 카논으로 인해 시간당 6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차량들이 물에 잠겼다. [사진=연합뉴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태풍이 한반도를 아래에서 위로 훑고 지나갔다. 필자도 어제 오늘 방송출연 및 출장이 열차와 비행기 결항으로 인해 대부분 취소되면서, 강제 휴가를 당하고 있다. 태풍이 몰아치게 되면, 비바람에 각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침수차 피해인데, 보통 침수차라고 하면 여름철 장마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실은 여름 장마 보다 늦여름부터 초가을 태풍으로 인한 침수차 피해가 훨씬 크다.

실제 보험사 통계로도 침수차량 피해 신고는 9월이 가장 많다. 역사적으로도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매우 컸다. 1995년 9월 15~18일 추석을 앞두고 한반도를 덮친 태풍 “사라”는, 849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최근 악명을 떨쳤던 것은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다.

루사는 사망 213명, 실종자 33명에 피해자 8만명, 그리고 5조1419억의 피해금액을 입혔고, 강수량도 898mm를 기록했는데, 참고로 강릉지역 30년 동안의 연평균 강수량이 1,464mm이다. 결국 1년간 내릴 비의 60%가 하루에 내렸으니 폭우로 인한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매미는 직경 1000km 이상이었고, 4조 이상의 피해가 있었다. 이번 태풍의 경우 한반도에 접근하면서 위력이 약해지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갈짓자 행보로 주춤거리면서, 오히려 세력을 키운 후 한반도를 강타했다.

비가 이렇게 심하게 올 경우는, 교통사고 치사율도 평상시 대비 약 15% 증가한다. 또한 태풍의 경우 장마철과는 도로 상황이 또 다르다. 태풍의 경우 집중호우와 더불어 강한 바람이 불게 된다. 간판이나 약한 건축구조물이 바람에 날리면서, 시야를 방해하거나 차량에 충돌하면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강한 바람에 떨어진 낙엽이나 나뭇가지가 여름 장마철 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하수구로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결국 침수피해가 단기간에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도로의 경우도 나뭇가지나 낙엽으로 인해 노면과 타이어 사이의 마찰력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 제동거리가 길어지며 심한 경우 스티어링이 불안정해지면서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물방울이 유리에 맺히면서 시야 확보가 어렵게 되고, 특히 초저녁에 라이트를 켜지 않고 주행하는 차량들의 경우, 사고 위험을 증가시키게 된다.

필자도 강한 비바람에 우산을 절반만 펴고, 머리만 간신히 우산 속으로 넣고, 주차장에서 현관까지 뛰어왔다. 주택가나 횡단보도에서 우산을 내려 쓴 상태로 좌우를 잘 살피지 않고 뛰는 보행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보행자와의 추돌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포트홀로 인한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포트홀을 늦게 발견하고 급제동 혹은 급핸들 조작을 할 경우, 후미 혹은 옆 차선의 차량과 충돌할 위험성이 커진다. 포트홀을 지날 때 과도하게 속도를 낮추는 것이 오히려 타이어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실험에 의하면 포트홀이 작을 경우, 즉 사이즈가 타이어 폭보다 작은 경우에는 그냥 50km 내외로 지나가는 것이 타이어 손상 위험이 가장 적다. 35~40km로 속도를 줄여서 지나갈 경우에 오히려 코드 절상이 발생할 수 있고 타이어가 파열될 위험성이 증가한다.

태풍이 발생했을 경우 가장 효과적인 안전 운행방법은 감속이다. 젖은 노면에서는 ‘제동거리’가 평상시보다 증가하므로 운전자는 주행 시 반드시 속도를 줄여야만 한다. 급제동 대신 여러 번 조금씩 나누어 밟아 주는 펌핑브레이크나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더욱이 비가 내려 뜨거운 아스팔트가 식게 되면서 타이어 온도와 공기압이 낮아진다. 필자의 경우도 이틀 전 41psi였던 타이어 공기압이 태풍이 부는 날에는 36~37psi로 10% 이상 낮아졌다. 타이어 공기압은 기온이 30psi 기준으로 기온이 10℃도 내려가면 약 8.7% 저하된다. 적정공기압이 35psi 내외인 경우는 10% 이상 차이가 난다. 이 정도면 타이어의 고속안전성이 저하될 수 있는 범위이다.

강풍 시에는 바람에 밀리면서 젖은 노면 때문에 접지력이 약해진 차량이 차선이탈, 중앙선 침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대형차량 인접 운행 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시속 120km 주행 시 초속 35m의 강풍일 때, 승용차는 1.2m, 버스는 6.5m 주행 경로를 이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풍으로 인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강한 비와 바람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도에서는 가급적 추월 차선인 1차로 주행은 피하는 것이 좋다. 차량이 미끄러져 정면충돌할 위험성이 평소보다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건설된 고속도로의 경우, 건설비용 때문에 터널 지나 다리, 다리 지나 다시 터널로 구성된 곳이 많다. 높은 교각 위를 달리는 경우 바람의 영향을 더 받게 된다. 핸들을 두 손으로 꽉 잡고, 속도를 낮춰 주행하는 것이 안전하고, 가능하면 대형 화물차 전후 혹은 좌우를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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