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과 같은 고온 환경에서 주기적인 정비가 이어지지않을 경우, 교통사고는 물론이고 주행중 화재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필히 점검하자. [사진=연합뉴스]
여름철과 같은 고온 환경에서 주기적인 차량 정비가 이어지지않을 경우, 교통사고는 물론이고 주행중 화재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필히 점검하자. [사진=연합뉴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6월인데도 벌써 한여름처럼 뜨거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자동차로 먹고사는 필자의 경우 이렇게 더운 날이 지속되면, 브레이크 관련 사고가 염려되곤 한다. 지난주에 SNS에 올라온 영상이 하나 떠오른다. 테슬라 소유자가 트랙에서 마음껏 달려보기 위해 브레이크 시스템을 교체했는데, 브레이크 오일을 기존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결국 대형 사고가 발생한 영상이었다.

필자가 검색을 해보니, 테슬라 모델S의 경우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옵션 구매 시 최대속도를 기존 200마일에서 217마일로 해제시켜준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320km/h에서 350kn/h로 30km/h를 올리는데 들어가는 옵션 비용이 2만 달러다.  필자 생각에는 320km/h 달릴 도로도 없겠지만, 30km/h를 더 빨리 달리고자 2만 달러를 쓰는 것이 합리적인지 고민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옵션의 구성품인데, 카본 세라믹 로터와 일체형 고성능 브레이크 패드가 포함된 단조 캘리퍼, 그리고 고온설계 된 브레이크 오일이라고 한다. DOT3를 DOT4나 5 정도로 올려주는지는 확인 안했지만 중요한 것은 브레이크 부품의 성능개선과 더불어 브레이크 오일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브레이크 오일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과도한 브레이크 열에 의해 끓어오르게 되고, 여름철에 갑자기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게 된다. 혹은 브레이크 페달이 물렁물렁하게 푹 들어가는 느낌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무척 당황하게 되는데, 일단 용어를 정리해 보자. 긴 내리막길에서 짧은 시간에 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하면 두 가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우선 브레이크 오일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오일에 기포가 형성되어 브레이크를 밟아도 스폰지가 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나면서 작동을 전혀 안하는 베이퍼록 현상이 있다. 다른 한 가지는 브레이크를 계속 밟아서 브레이크 패드와 라이닝이 마찰열로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라이닝이 뜨거워지면서 마찰계수가 급격히 떨어져 브레이크가 절반도 안 되게 작동하는 페이드 현상,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앞에서 설명한 테슬라의 경우는 페이드 현상이 발생할까봐 브레이크 부품을 교체한 것인데, 오일을 기존 것을 사용하면서 베이퍼록 현상이 발생해서 즉 브레이크 오일이 끓어서 사고가 발생한 케이스다. 

일단 두 가지 중에서 베이퍼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브레이크오일을 교환하고 1년 정도 지나면 3~3.5%,  2년이 지나면 4~5%의 수분이 발생하게 된다. 브레이크오일은 수분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필자의 경우 비가 오는 날에는 브레이크 오일 교환을 하루 이틀 미루는 경우도 있다. 베이퍼록 현상이 일어나면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게 되므로 저단 기어를 유지하면서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리막길에서 자주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었다를 자주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높고 품질이 우수한 브레이크 오일을 사용하면 베이퍼록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브레이크가 자주 필요한 산악지역내리막 길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조건 쉬었다 가는 것이다. 

페이드 현상은 베이퍼록과 다소 느낌이 다르다. 발로 밟아 봤을 때 정상적인 압력이 발바닥에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고 계속 밀리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브레이크 성능이 시들해 진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브레이크의 타입 중에서 디스크 방식에서는 브레이크 패드, 그리고 드럼 방식에서는 슈의 마찰 능력이 고온으로 올라갈수록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고성능 차량일수록 열 발산이 쉬운 디스크 타입 브레이크를 사용하게 되고, 로터에 구멍을 내서 발열이 잘 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산악지역이 많을 경우, 이러한 브레이크 이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리타더와 같은 유압식 브레이크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필자가 10년도 훨씬 이전에 시내버스 타이어 파열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다가 CNG 버스의 경우 온도가 높게 올라가고, 가스탱크의 무게가 720kg으로 매우 무겁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과열되고 그 원인으로 가까이 있는 휠과 타이어의 림부위가 약해지면서 터지는 현상을 증명한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는 의무화되어 있는 유압식 브레이크의 의무화가 7~8년 미뤄지다가 몇 년 전부터 수출을 이유로 의무화되었다. 리타더와 같은 유압식 브레이크를 장착하게 되면, 30km/h 정도까지는 주 브레이크의 사용 없이도 차량의 속도를 충분히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브레이크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고장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운행이 훨씬 많은 관광버스 보다 시내버스에서 타이어 파열 사고가 잦은 원인도 여기에 있다. 관광버스의 경우 유압식 브레이크 보급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당황하지 말라고 쓰기도 민망하다. 필자라도 당황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기어를 저단으로 내리고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라는 전통적인 해결책이 있는데, 최근 출시된 버튼식 기어장치 소유자는 눈만 껌뻑거리게 된다. 물론 버튼식 변속기가 장착된 최신 차량의 경우는 대부분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앞선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또한 이런 현상이 발생하기 전에, 자동비상제동장치(AEBS)가 먼저 작동하게 된다. 결국은 주기적인 정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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