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지난해 전기차 시장은 악몽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속적인 우상향 성장발전을 기대했던, 전기차 보급이 덜커덕 돌부리에 발이 걸려 고꾸라진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비교하자면 2022년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22.8% 정도였다. 전기차 판매가 2021년 대비 67.4%나 증가한 영향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기차 대중화의 초입에 와 있다는 판단이었고, 2023년부터 폭발(?)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될 것으로 낙관했다. 결국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작사는 배터리 제조사에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202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일몰제로 이미 예고된 일정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매년 축소해서 2023년은 최대 68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왔고, 2024년은 그보다 100만원 축소된 보조금 지급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전기차 정부보조금을 이야기할 경우, 늘 비교되는 것이 중국의 보조금 정책이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너무도 노골적으로 수입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불가능하도록 정책을 펴 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해외 전기차 제작사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받아들이거나 울며겨자 먹기로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해 판매해 왔다. 우리 정부도 티 안 나는 선에서 국내 제작사 보호를 위한 정책을 조금씩 추가해 왔으나, 그 효과는 전체 판매량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23년 보조금 개선안에는 단순히 보조금 액수뿐 아니라 새로운 기준들이 대폭 신설됐다. 기존 보조금 지급 기준이었던 차량 성능뿐 아니라 정비·충전 인프라 구축 상태와 안전성 테스트 여부, 배터리 에너지효율 등 소비자 편의 향상과 기술개발을 촉진 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새 기준으로 대폭 추가된 것이다.

항목들을 살펴보면 직영 정비센터 운영 및 정비이력 전산관리시스템 구축 여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화하고, 급속충전기 100기 이상 설치 브랜드에는 추가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등 결국 소비자의 편의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한 정책을 펼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2023년 전기차 보급은 크게 뒷걸음질 치면서 급격히 위축되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새로운 제품에 열광하는 얼리어댑터 혹은 얼리버드는 이미 모두 구매했고, 이런 소비자들은 실은 보조금과 무관하게 본인들의 소비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대상으로 전기차를 선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소비자들 내연기관차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구매가격, 충전요금 및 A/S 비용과 인프라의 편의성 등 총체적인 비용분석을 통해 구매의사를 결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면밀히 살펴보면 아직은 전기차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전기차 보급은 빠른 속도로 증가 했지만, 전기차A/S망·전문인력·충전 인프라는 차량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고 있다. 제대로 된 정비시스템과 충전인프라도 갖추지 않은 채 보조금을 등에 업고 판매에만 급급한 일부 업체들의 소비자 사후 관리도 뒷전일 수밖에 없다. 중고전기차에 대한 평가 툴이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중고전기차 가격대가 정상적으로 형성될 수 없고, 전기차 보급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중고전기차가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전기차 시장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견인으로 옮겨 갈 시점이라고 소비자들이 경고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덜한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은 소비자 안전과 시장 선진화에 초점을 맞췄다. 승객 안전을 위해 ‘구동축전지 안전성 시험’에 대해 국내 공인 시험기관 성적서를 제출 할 경우 300만 원을 지원하고, 첨단 배터리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에너지효율이 높은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배터리 효율 계수를 신설했다. 전기버스는 승용 전기차에 비해 3~4배 이상 많은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기 때문에 배터리 에너지밀도가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차량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전기버스의 근원적인 성능향상을 위해서는 고밀도 배터리 개발이 필수적이다.

보조금은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의 판매 부진에 대한 해결책으로 반값 전기차 출시만을 바라보고 있다면, 큰 착각이다. 반값 전기차라는 것은 성능과 크기 등이 떨어지는 전기차를 반값에 판매한다는 것이지, 지금과 동일한 스팩과 크기의 전기차를 대형마트 저녁 9시 할인행사처럼 반값에 준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또 따질게 분명하다.

결국 친환경자동차 시장의 활성화와 우수한 제품 개발 및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분야라면, 보다 과감한 보조금 지급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고, 소비자 중심에서 생각하며 부족한 부분을 손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2023년 새로 신설된 기준들은 전기차 브랜드들이 A/S 및 충전 인프라 확대와 기술개발에 나서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결과는 다소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 역시 전기차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개선 시키고 시장의 질적 발전을 위해 관련 투자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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