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국내 1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차가 중고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불신이 많았던 중고차 시장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대기업이 골목 상점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의 규모는 신차 시장의 1.4배인 238만 대로 상당한 시장 규모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는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신차 시장의 2.7배 이상으로 우리나라의 2배 가까이 된다.

결론은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은 아직도 2배가량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작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중에는 그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허위 매물 및 미끼 매물’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손꼽힌다. 소비자의 54.4%가 대기업 진출을 환영하고 있고, 72% 이상이 중고차 거래에서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2차례 총 6년의 기간을 거치는 동안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결론적으로 대기업 진출의 길을 열어준 치명타로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톱 3의 위엄을 달성한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까지 넘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30조 매출에 매년 5%씩 성장하고 있다. 눈독 들일 만한 시장이다. 더욱이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정보 비대칭’만 해결된다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낮은 허들을 제공한 빌미가 된다.

현대‧기아차의 명분은 겉으로는 늘어나는 자동차 수명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생산부터 폐차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사명감을 꼽는다. 이런 이유로 필자도 초기에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진출을 환영했고, 소비자들에게 가져다주는 장점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펼쳐지는 여러 가지 구도를 살펴보니, 허점이 너무 많아 보여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은 200가지 이상을 검사한 후에 이상이 없도록 보장하면서 판매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5년 10만km 미만의 차량이 대상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고장이 날 이유가 거의 없는 차량이고, 또한 보증수리 기간 내의 차량들이다. 주요 부위에 문제가 발생해도 어차피 제조사에서 책임지고 보증수리를 해 준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 인증중고차 판매회사는 신차 판매시에 보장된 보증수리를 무기 삼아 본인들이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여기에 200가지 이상의 검사를 하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필자가 작년에 우려했었던 중고차 가격 인상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당시에 현대자동차 중고 담당 임원은 분명히 차량 가격 인상은 절대 없다고 장담했었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 보겠다. 필자 주변에 제네시스 GV70과 GV80을 몇 개월 차이로 구매한 지인이 있다. 김포에서 양양까지 고속도로 위주로 한 달에 2회 정도 왕복하는 수준이라 차량 상태 매우 좋다.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두 차량 모두 중고로 내놓은 상태이다. 작년에 구매했던 GV70의 경우 새 차 가격인 5400만 원 보다 1000만 원 정도 낮게 4400만 원에 매매상에게 판매했고, 매매상은 150만원 정도를 붙여서 최종 소비자 가격은 4550만 원 정도에 거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최종 소비자는 1년 미만의 신차급 중고차를 신차 가격보다 850만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이제 동일한 차량을 현대자동차에서 인증 중고로 매입 후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구매 후 1년도 안 된 차량이고 세차도 5회 미만만 했을 정도로 손댄 곳이 전혀 없다. 물론 무사고다. 그래도 현대자동차에서는 회사의 이름을 걸고 매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200가지가 훨씬 넘는 검사를 한 후에 판매할 것이다. 검사 비용과 중계 수수료 등의 비용이 붙게 되면, 과연 4550만 원에 거래가 가능할까?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최소한 4800만 원 이상으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제 최종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해 보자. 1년 정도 된 중고차를 500~600만 원 저렴한 가격에 흔쾌히 구매할 것인가?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차라리 새 차를 사겠다고 결정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이 이 부분이고, 현대‧기아차가 노린 것이 이 부분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중고차는 해외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극단적으로 현대·기아차가 매입한 신차급 혹은 특 A급 중고차를 해외로 빼돌려 판매한다고 해도, 막을 법적 방법이 없다. 결국 해외로 빼돌린 물량만큼 신차 판매가 늘 것이고, 현대‧기아차는 이래저래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고급 음식점에 가서 요리 솜씨가 좋은 유명 쉐프가 조리해 준 음식을 비싼 돈을 주고 먹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날달걀에 참기름하고 소금 뿌려서 후루룩 마시려고 주문했는데, 유명 쉐프가 전달해준다고 비용이 따따블이 된다면 이해가 되겠는지 궁금하다.

예전에 아는 후배가 압구정동 유명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른 적이 있다. 다른 친구들은 3만 원(아주 오래 전 가격이다. 요즘 가격은 모른다)을 내는데, 이 친구한테는 5만 원을 내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원장이 컷트하면 무조건 5만 원이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친구는 입대를 위해 그날 삭발을 했다. 입대 전에 광분할 일이 생긴 것이다. 원장이 바리깡 들고 밀면 최종 결과물은 어차피 빠박이로 동일한데도, 1.7배를 요구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쌈박질 후에 3만원을 내고 나왔다고 하는데, 3만 원을 냈어도 화가 난다고 두고두고 이야기한 것이 기억난다.

5년에 10만 km 미만의 A급 중고차를 검증하고 인증하는데 그렇게 어려운 노하우가 필요한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혹시 10년 이상 20만 km 이상 폐차 직전의 중고차를 제법 쓸만한 상태로 손봐서, 5년간 문제없이 탈 수 있도록 현대‧기아차가 제작사의 노하우를 쏟아부어, 자원절약과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면 이해가 200% 된다. 지금 현대·기아차가 꿈꾸고 있는 중고차 사업이, 압구정 미용실 원장이 바리깡으로 밀어주고 웃돈을 받는 아이템이 아니길 필자는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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