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수도권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릴 당시 서울 여의도에서는 도로 위에 아지랑이가 피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수도권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릴 당시 서울 여의도에서는 도로 위에 아지랑이가 피었다. [사진=연합뉴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장마와 폭염이 교대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밤에도 선풍기나 에어컨 없이 잠들기 어려운 날이 늘고 있다. 장마가 완전히 끝난 이후에 닥칠 장마 걱정에 벌써 힘들어진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운전할 경우에는 정신이 멍해지면서 모든 반응이 느려진다.

한여름 무더위에서 운전을 하다보면 시각적인 반응도 느려지고 긴장에 피로까지 겹쳐 운전 부주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시속 72km는 일초에 20m를 달리고, 시속 108km는 약 30m를 주행한다. 국도를 운전 중에 잠시 길가에 걸린 백숙누룽지 집 전화번호를 읽기만 해도, 수십 미터를 눈감고 달리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만약 졸음운전으로 3~4초만 깜빡 졸면 100m를 주인 없이 달리는 것이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운전 중에 조금이라도 피로를 느낀다면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특히 여름철에 길이 막힐 경우 화장실 걱정 때문에 물을 잘 안 마시는 운전자를 보게 된다.

문제는 갈증을 느끼게 되면 집중력이 떨이지게 되고, 결국 안전 운전에 지장이 발생하게 된다. 졸음운전은 일반적인 교통사고 대비 치사율이 3~4배 높다. 심지어 음주운전 보다 위험할 수도 있다. 음주운전의 경우 사고 직전에 본능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있는데, 졸음운전의 경우는 주행속도 그대로 돌진하기 때문에 치사율이 높게 된다.

뜨거운 여름철에는 졸음운전과 같은 운전자 부주의 외에, 차량에 대한 사전점검도 필요하다. 지인 중에 오래된 차량을 소유하고 있던 분이 아침 출근길에 라디에이터 호스가 빠지면서 냉각수가 쏟아져, 엔진룸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결국 견인된 사건이 있었다. 고무가 오래되면서 경화되고, 느슨해지면서 연결부위가 빠진 것이 원인이었다. 결국 여름철엔 차량도 더위를 먹으면 안 되기 때문에, 각종 호스 및 벨트에 대한 점검을 철저히 해줘야 한다.

그리고 여름철 도로 온도가 매우 높게 올라가면서 타이어 파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공기압 점검과 더불어 타이어 마모상태를 체크해 주기 바라며, 2시간 연속운전 후에는 반드시 15분 이상 타이어를 식혀줘야 한다. 파열 사고를 떠나서 고온에 오래 노출될수록 경화되면서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에, 반드시 휴식을 취해줘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오늘 낮에 전화를 받았다. 제주도에 거주하시는 고등학교 선배님께서 6년 동안 2만km도 안 뛰었는데, 정기검사에서 타이어에 실금이 많다고 교체하라고 한다면서, 트레드도 멀쩡하고 고속주행도 안하는데 꼭 바꿔야 하냐고 물으셨다. 제주도는 육지에 비해 자외선 지수가 높고 햇살이 강해 고무가 쉽게 경화될 수 있다. 자글자글 할머니 할아버지 이마 주름처럼 조금씩 갈라진 틈이 보이면 무조건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 칼국수 만들기 위해 반죽해 놓은 밀가루를 비닐로 덮어놓지 않고 1시간만 지나면 겉이 말라서 갈라지고, 쉽게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휴가철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는 이 외에도 스페어타이어 혹은 타이어-모바일-키트, 기본 공구 및 안전삼각대 등을 체크하고, 워셔액의 분사상태 점검과 더불어 여분의 워셔액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물론 기본적인 엔진오일, 변속기 및 브레이크 오일 등을 점검하고, 에어컨 가스를 점검해 시원한 바람이 잘 나오는지 점검하는 것은 기본이다.

에어컨 가스의 경우는 비용이 들어서 고민해야겠지만 기계적인 성능만 고려한다면, 1년에 한 번씩 교체해 주면 도움이 된다. 오염된 에어컨 가스를 깨끗한 새 것으로 교체해 주면 관련 부품의 수명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휴가지에서도 뜨거운 날씨에 많은 주의사항이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세워둔 차량의 실내 온도는 상상 이상으로 높이 올라간다. 실내에 라이터, 부탄가스 및 음료수 캔 등을 방치할 경우 폭발의 위험이 있다. 외부 주차 시엔 이런 물건들을 반드시 빼 주고, 부득이한 경우 트렁크에 별도 보관하는 것이 좋다. 도난의 위험성이 있기는 하지만, 잠시 주차하거나 가까운 곳에서 차량을 관리할 수 있는 경우라면, 창문을 조금 열어놓는 것이 실내온도를 낮추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편의점에 잠시 물건을 구매하러 갈 경우에, 실내가 뜨거워질까봐 에어컨을 켜 놓는 경우가 많다. 도난의 위험이 있어 권하지 않는다.

여름철에 도로 지체가 심한 구간에서 장시간 에어컨을 세게 틀고 있는 경우 엔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저속 주행 시엔 에어컨 구동을 약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더운 여름에 주차해 놓은 차량 내부에서 에어컨을 지속적으로 틀어놓고 잠을 청하는 경우는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산소 부족 이외에도 차량에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주의하기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