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거짓 메인 이미지 [사진=네오위즈]
P의 거짓 메인 이미지 [사진=네오위즈]

[소비자경제신문=권찬욱 기자] 올해 국내 게임사가 출시하는 게임중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게임이 있다면 누구나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을 꼽을 것이다. 소울라이크 게임인 P의 거짓은 지난해 게임스컴에서 첫 공개된 이후 지스타 2022에서 게이머들 앞에서 첫 시연에 나섰고, 이후 공식 유튜브를 통한 정보 공개를 통해 ‘출시되면 꼭 해봐야할 게임’으로 각인이 새겨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오위즈는 지난 9일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9월 19일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P의 거짓의 데모판이 플레이스테이션 5(PS5)와 Xbox X|S, 그리고 스팀을 통해 각각 콘솔과 PC로 공개됐다. 당연히 현재 많은 게이머들과 소울라이크 장르 팬들이 데모판을 붙잡고 플레이하거나 연구에 나서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P의 거짓 PS5 데모판을 플레이해보고, 여러 요소를 들여다본다. 

엉망이 된 크라트 거리. 이곳이 한때 매우 크게 번영했던 도시라는 것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사진=P의거짓 데모판 인게임 캡쳐]
엉망이 된 크라트 거리. 이곳이 한때 매우 크게 번영했던 도시라는 것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사진=P의거짓 데모판 인게임 캡쳐]

역사적 배경이 녹아 있는 세계관 속 번영과 몰락

기본적으로 P의 거짓은 19세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유럽의 ‘벨 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벨 에포크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며, 대개 1815년 나폴레옹 전쟁 종결 이후 1915년 세계 1차대전이 발생하기 직전까지를 일컫는다. 이 시대는 ‘태평성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유럽에서 다양한 문화·과학적 부흥이 진행되었으며, 새로운 체계가 자리잡고 민주주의 등 여러 사상이 발전한 시대다. 

특히 과학적인 혁신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수세식 화장실·전화·무선통신·철도·자가용·여객선·비행기까지 현대 사회의 초석을 닦은 주요 인프라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보는 낙관적인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주의는 전혀 사회적 안전 장치가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반대로 독이 되기도 했다. 

P의 거짓의 배경이되는 ‘크라트’ 시는 인형 기술로 번영을 이룩한 도시다. 주인공인 ‘피노키오’의 제작자 ‘제페토’를 비롯해 장인들이 자동 인형을 만들어 냈다. 게임 상에 나오는 적의 대부분이 이러한 자동인형인 것을 보았을 때, 자동인형 기술은 일상에서도 통용될 정도로 성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종의 사건으로 이러한 자동인형은 모두 사람을 공격하는 살인 기계로 돌변한 상태다. 자동 인형이라는 혁신의 산물로 부흥한 도시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으로 몰락해버린 것이다.

그래도 분명 조력자는 존재한다. 크라트 호텔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소피아'라던가,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떠돌이 상인'이라던가. [사진=P의 거짓 데모판 인게임 캡쳐]
그래도 분명 조력자는 존재한다. 크라트 호텔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소피아'라던가,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떠돌이 상인'이라던가. [사진=P의 거짓 데모판 인게임 캡쳐]

이러한 몰락의 잔향은 시작부터 데모가 끝날 때까지 느낄 수 있다. 듬성듬성 들어오는 불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시가지에, 적들인 자동 인형들은 동체에 스크래치 혹은 페인트 칠이 벗겨져있고, 바닥과 벽에는 곳곳에 핏자국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자는 플레이하는 내내 크라트라는 공간을 ‘관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버려지고 쓸쓸함만이 가득한’ 장소로 인식했으며, 주인공인 피노키오가 제페토를 찾기 위한 여정을 ‘마주치는 이들이 있음에도 인형과 인간의 중간에서 고독할 수 밖에 없는 주인공’으로 정의하고 플레이를 이어나가게 되었다. 사운드 역시 이런 쓸쓸함을 적재적소에 잘 채워준다.

특히 게임의 주요 엔딩 분기를 가르는 핵심 시스템인 ‘거짓말 시스템’은 피노키오의 고뇌를 한층 더 부각 시킴과 동시에 톱니바퀴가 서서히 움직이는 연출을 보여줌으로서 ‘한 번 선택한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를로 콜로디의 원작을 포함해 여러 피노키오를 접해보긴 했지만 ‘선택’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다룬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에 따라 정식 출시 이후의 전개가 기대되는데, 오래된 톱니바퀴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모되고, 결국엔 제멋대로 움직이다 고장나버리기 때문이다. 기자는 추후 정식 출시가 된다면 피노키오가 더욱 급박하고 돌이킬 수 없는 스토리 전개를 겪을 것인지, 만약에 겪는다면 정신 상태나 성격의 변화가 스토리에 묘사될 것인지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결말을 맞게 될 것인지도 기대하고 있다.   

초반에는 막고 휘두르는게 대부분인데, 나중가면 온갖 무기 조합을 실험해볼 수 있다.  [사진=P의 거짓 데모판 인게임 캡쳐]
초반에는 기본무기로 막고 휘두르는게 대부분인데, 나중가면 여러 무기 조합을 실험해볼 수 있다.  [사진=P의 거짓 데모판 인게임 캡쳐]

어딘가 본 것 같은데 정작 해보면 독특한 전투 시스템

P의 거짓의 전투 시스템은 여타 소울라이크와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향기를 가지고 있다. 사실 지난해 지스타에서 플레이 해보았을 때는 ‘블러드본’과 같은 인상을 받았었으나, 이번 데모 버전에서 좀 더 제대로 플레이를 진행하게 되면서 이러한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P의 거짓의 전투 시스템은 한마디로 말해 여러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필요한 점을 뽑아 교집합을 만들고 이를 한층 상향시켰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우선 전투 시스템의 핵심은 소위 ‘패링’으로 불리는 퍼펙트 가드다. 해당 개념은 타 소울라이크 게임에서도 있었으나, P의 거짓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 시스템적으로도 이러한 패링을 적극 권장하는 느낌이다. 먼저 적의 공격을 가드해도 체력이 깎이긴 하지만 가드로 깎인 체력은 ‘가드 리게인’으로 분류되어 적을 공격하면 회복할 수 있으며, 적에게 데미지를 누적시키면서 체력을 일정치 아래로 떨어뜨리면 몹들을 화려한 공격을 시전해 처치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쏙 들었다.

이런 점에서만 본다면 전투 자체는 ‘세키로’에 가까워 보이지만, 또 다른 부분인 무기는 블러드 본을 닮았다. 기본적으로 무기는 날과 손잡이로 구분되어 있으며, 게임을 진행하면 얻을 수 있는 각종 재료들로 독특한 무기들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개조의 자유도도 높으니 자신에게 가장 잘맞는 조합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보통 ‘에스트’로 불리는 체력 회복 포션은 여기서는 ‘펄스 전지’로 불리며, 다른 소울라이크와 달리 적을 공격하면 게이지 회복이 된다. 이는 초보자들을 배려한 장치로 보이며, 초보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만든다.

초보자들의 벽은 단연 이놈이 아닐까 싶다. 이후에도 간간히 등장한다. [사진=P의 거짓 데모판 인게임 캡쳐]
초보자들의 벽은 단연 이놈이 아닐까 싶다. 이후에도 간간히 등장한다. [사진=P의 거짓 데모판 인게임 캡쳐]

이것은 잡몹도 보스도 ‘기계’라서 가능한 악랄함

그러나 초보자 친화적일 수도 있는 이러한 요소는 무려 ‘잡몹’에서부터 한층 골치 썩는 상태가 이어진다. 특히 크라트 기차역을 진행하다보면 첫 등장하는 곤봉을 든 경찰 인형은 많은 초보자들이 골치를 썩는 적 중 하나다. 

이 경찰 인형의 문제점은 초보자들이 공격 타이밍을 보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으로, 대개 3연타 내지 1타 공격을 날리는데 공격하려고 가드를 풀면 어느샌가 이 경찰 인형도 곤봉으로 내머리를 내리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패링 방법이나 컨트롤이 어느 정도되는 유저라면 별거 아니겠지만, 초보자 입장에서 보면 이만큼 스트레스 받는 적이 없다. 거의 1년 만에 소울라이크 게임을 잡은 기자도 감을 못잡아서 2시간씩이나 고생했으니 아예 소울라이크가 처음인 유저는 오죽할까.

보스는 한층 더 악랄하다. 이는  챕터 1의 ‘축제 인도자’와 챕터2의 ‘버려진 파수꾼’ 모두를 포함하는 말로, 말 그대로 기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축제 인도자는 ‘다크소울 시리즈’의 군다에 해당하는 듀토리얼 보스 포지션인데,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게 1페이즈 때는 어느정도 할만하지만 때로는 ‘팔이 그 쪽으로 왜 돌아가’는 식의 생각하지도 못한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여기에 2페이즈에 들어서면 무려 자신의 머리를 뽑아들고 주인공을 두들기러 달려오는데, 이 머리를 뽑는 장면이 상당히 기괴해서 순간적으로 식겁할 정도였다. 게다가 기계의 폭주상태 마냥 공격 속도까지 빨라져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수십번의 도전 끝에 고생해서 쓰러뜨리고 난 뒤에는 스스로를 괴롭혔던 스트레스가 충분히 풀리다 못해 성취감이 충분히 느껴지며, 이런 점에서 재미 하나는 제대로 잡았구나 싶었다. 물론 또 다음 챕터로 진행하면 스트레스 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죽어가면서도 어느샌가 ‘여기는 애네가 이렇게 튀어나오지’·‘이쯤이면 등장해서 뒷통수 때리겠지’하는 마인드로 해나가다보면 어느새 다음 보스인 버려진 파수꾼도 기분좋게 때려잡고 있었다.  

이 밖에도 P의 거짓 데모판이  다른 게임의 데모와는 차별화된 요소가 나오는데, 바로 데모판 자체의 길이다. 보통 데모·체험판이 공개될 경우에 상당히 짧은 길이를 보여주는데, P의 거짓은 데모판 자체의 분량도 상당한지라 ‘정식 출시이후 나올 적들을 생각하며 연습을 해본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 그와 함께 기본적인 시스템과 스토리의 길이·깊이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어 벌써부터 정식 출시가 기대된다.  

첫번째 보스 축제 인도자. 분명 튜토리얼 보스일텐데 쉽지 않다. 2페이즈때 머리를 뽑아들고 달려드는것만 봐도... 기계라서 나타낼 수 있는 기괴함과 공포심, 그리고 악랄함을 유저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 [사진=P의 거짓 데모판 인게임 캡쳐]
첫번째 보스 축제 인도자. 원작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서커스 단장을 컨셉으로 하는 보스다. 1페이즈부터 2페이즈까지 기계라서 나타낼 수 있는 기괴함과 공포심, 그리고 악랄함을 유저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 [사진=P의 거짓 데모판 인게임 캡쳐]

K-게임의 새지평을 열어줄것인가

현재 P의 거짓의 데모는 정식으로 공개된지 10일 정도 됐으나 벌써부터 유튜브와 트위치 등을 통해 스피드런 챌린지·노데미지 클리어 챌린지·모드를 사용해 주인공의 모습을 변경하기 등 여러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게임 크리에이터들의 리뷰와 반응은 놀라울 정도다. 

국내에서도 “과연 이것이 국산 게임인가 하는 인지부조화가 올 지경이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블러드본의 정신적 후계작’으로 불리면서 온갖 토론과 찬양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3개월을 도저히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공통적이다. 그만큼 데모판 하나가 파급력을 크게 던져준 것이다. 

기자 역시 P의 거짓이 수작으로 나올 것은 자명하다고 본다. 분위기있는 그래픽과 사운드, 전투 시스템, 매력적인 캐릭터들, 스토리, 적 모두가 하나하나 강렬한 인상을 풍기고 있고, 유저가 기꺼이 이 게임에 도전할만한 가치를 배포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마 데모판의 인상이 후반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과연 더 게임 어워드(TGA)로부터 GOTY(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을 수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묻는다면 섣불리 대답할 수는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P의 거짓이 정식 출시가 된 이후 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게임 업계에서 가장 빛나는 게임들 중 하나로서, 한국 게임의 위상을 새롭게 드높일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톱니바퀴는 돌면 돌수록 마모되고, 마모되면 점점 돌이킬 수 없어진다. 피노키오의 심장에 달린 톱니바퀴는 그를 어떤 엔딩으로 데려갈까 심히 궁금해진다. [사진=P의 거짓 데모판 인게임 캡쳐]
톱니바퀴는 돌면 돌수록 마모되고, 마모되면 점점 돌이킬 수 없어진다. 피노키오의 심장에 달린 톱니바퀴는 그를 어떤 엔딩으로 데려갈까 심히 궁금해진다. [사진=P의 거짓 데모판 인게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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