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권찬욱 기자]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회는 25일 오후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재석 의원 272명 중 찬성 243명·반대 5명·기권 24명으로 통과시켰다. 이는 법안이 발의된 지 28일, 국회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지 24일 만이다.

법안의 내용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경·공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통과된 안에서는 당초 정부 안보다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특히 막판까지 쟁점이었던 피해 보증금 보전과 관련 내용은 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최우선 변제금만큼 최장 10년간 무이자 대출해주기로 했다.

해당 대출은 근저당 설정 시점이나 전세 계약 횟수와 관계 없이 경·공매가 이뤄지는 시점의 최우선변제금 대출이 가능하며, 최우선변제금 범위를 초과하면 2억 4000만원까지 1.2∼2.1%의 저리로 대출을 지원한다.

최우선변제금이란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최초 임대차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최우선변제권의 소급 적용을 요구했지만 정부 반대로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피해자들과 야당이 요구해온 ‘보증금 채권 매입’도 정부 반대로 내용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경·공매를 대행해주는 ‘경·공매 원스톱 대행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경·공매 비용의 70%를 부담한다.

특별법 적용 요건은 당초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안보다 완화됐다. 지원 대상 피해자의 보증금 범위는 최대 5억 원으로 확대됐으며, 주택 면적 기준이 없어졌다. 또 임차인이 보증금 상당액을 손실하거나 예상되는 경우로 규정한 조항도 삭제됐다.

전세 사기 피해자 외에 ‘무자본 갭투기’로 인한 깡통전세 피해자, 근린생활시설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으며, 이중계약과 신탁 사기 등에 따른 피해도 적용 대상으로 포함됐다. 경·공매가 개시된 경우 외에 임대인의 파산 또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지원 대상에 들어갔다. 

여기에 피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세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위한 신용 회복 프로그램도 가동된다.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면 최장 20년간 전세 대출금 무이자 분할 상환이 가능하게 되며, 상환의무 준수를 전제로 20년간 연체 정보 등록·연체금 부과도 면제된다.

이 밖에도 법안에는 ▲ 조세 채권 안분 ▲ 전세 사기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부여 ▲ LH 공공임대 활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중 조세 채권 안분은 임대인의 세금 체납액이 많아 경·공매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 전체 세금 체납액을 임대인 보유 주택별로 나눠 경매에 부치는 것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면 거주 중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우선매수권을 부여받고, 경매로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만약 피해자가 주택 매수를 원하지 않을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우선매수권을 양도한 뒤 LH가 공공임대로 활용하게 된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며, 여야는 법 시행 후 6개월마다 국토위 보고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 입법하거나 적용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추가로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하 지방세법 개정안)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공인중개사법 개정안도 함께 가결됐다.

이중 지방세법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피해 주택을 구매할 때 지방세를 감면해주는 내용이 담겼으며, ▲취득세가 200만원 한도 내 감면 ▲재산세 3년간 경감(주택 크기 60㎡ 이하 50%·60㎡ 초과 25%) 내용이 담겼다. 또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대여 등 알선 행위에 대한 처벌을 도입하고, 공인중개사가 사기·횡령·배임 등의 죄로 금고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자격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세사기특별법은 내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