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피해자 20·30대 청년들…피해 계속 늘어나
전국적으로 피해가 발생한 ‘조직적 범죄’로 인한 인재

28일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주최로 정부 전세사기 특별법안 비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부동산 시장을 크게 뒤집어 놓은 깡통주택·전세 사기 사태는 최근에 와서야 특별법 제정 결정과 발의된 여러 법안들로 피해자 구제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피해자 3명이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또 다른 피해자들이 살던 주거지는 헐값에 경매로 팔려나간 채 그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더더욱 큰 문제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20·30대 청년들이라는 점이다. 안그래도 팍팍하다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초년생으로서 각자의 희망을 품고 열심히 모은 종자돈이 한 순간에 사라졌고, 그 순간 피해자들이 맞이할 수 있었던 미래에 대한 기회비용과 쌓아왔던 시간들은 산산히 부서져 내렸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이번 사태로 한국의 전세 제도에 대해 접하고 ‘어떻게 그렇게 큰 돈을 대뜸 맡길 수 있느냐’고 말한다. 외국에는 한국만큼 전세 제도가 활성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보면 국내 시장에서의 전세 제도는 세입자들이 자신이 모은 목돈을 보존하면서 주거지를 구하는 선택지로서, 모은 돈 대비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뛰어오른 수도권의 집값때문에, 직장을 가지면 왠만해서는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특성 등 소위 ‘전세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전세 제도를 오랫동안 이용해왔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는 주택 금융이 활성화 되어 있었고, 관련된 부동산 정책들도 지속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특히 최근 십수년간 집값이 오를수록 서민들에게는 더욱 더 전세 제도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어 왔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시장 자체의 신뢰 자체에 큰 타격이 갔다. 허점은 명백하고도 치명적으로 작용했고,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단점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심리로 월세로 가겠다는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눈과 귀로 떠돌아다니고 있다. 심지어 공인중개사들까지 공범이라는 인식이 박히면서, 전세 시장을 넘어 부동산 매매가 더 이상 안심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특히 현재와 미래의 주택 매매 수요자들인 20·30대 청년들, 10대의 반응은 더욱 격렬하다. 정부와 국회는 초기에 사태 해결에 나서지 못하고 방관·무시·남탓으로 일관하다 죽음이라는 비극이 발생하고 나서야 행동에 나섰고, 이러한 상황이 젋은 층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책으로 발의된 수많은 법안들은 언제 통과될지도 모르고, 혹은 통과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이번 사태가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면서 피해자들이 요청한 보증금 반환 방안을 재차 거부한 데 대해 과연 정부가 전세 사기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이번 사태는 어느 한 지역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피해가 발생한 ‘조직적 범죄’로 인한 인재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피해자만 최소 수천명이고 계속해서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 대부분이 나라의 미래를 살아갈 젋은이들이다. 이것을 재난으로 정의할 수 없다면 무엇이 재난인가?

게다가 정부는 지난해 영끌을 시도한 청년들의 실패로 인한 피해를 보전해주겠다면서 이들의 빚 724억 원을 탕감했다. 이들은 리스크를 알고서 자의적으로 투자해 입은 손해였고,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기 위해 돈을 모아오다가 뒤통수를 맞은 사람들이었다. 영끌을 시도한 이들이 구제되었다면,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구제 못할 이유는 없다.

결국 이번 전세 사기 사태는 국내 부동산 시장 자체에 새롭고 커다란 변곡점을 만들게 됐다. 그러나 그 변곡점이 부동산 시장에 되돌릴 수 없는 상흔을 남길지,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시대로의 발판이 될지는 관련 업계와 기관, 정부의 노력에 달렸다. 책임과 의무가 있는 이들은 그에 맞는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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