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김민진 기자] 한국게임산업협회(협회장 강신철)에서 ‘게임 인식개선을 위한 게임 리터러시 교육 안내서’를 5일 발간해 화제다. 협회는 게임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가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유아부터 노년층까지 게임 이용군이 확장됨에 따라 보다 체계화된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안내서 발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게임 리터러시는 게임의 순기능을 극대화해 건강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고자 하는 게임 중심의 교육을 일컫는 말이다. 게임을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임 기반 학습과는 분명히 다른 개념으로 게임 자체의 재미와 순기능을 긍정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폭넓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교육이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한 안내서의 발간을 축하하며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게임 리터러시의 개념과 그동안 게임이 받아온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부정적인 인식이 대다수였던 게임
게임은 대중화되기 시작할 때부터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얻은 매체 중 하나다. 부모들은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할 것’, ‘하면 몸과 정신에 좋지 않은 것’으로 처음부터 인식했고, 이런 사회적 인식은 고스란히 규제와 처벌로 이어져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했다.
2011년 심야에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막는 ‘게임 셧다운제’가 도입되었으며 2019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학부모를 비롯해 게임을 자주 접하지 못한 기성세대들은 게임이 폭력적이고 중독적이라는 이유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곤 한다. 최근에는 의료업계에서 게임을 정신 질환의 하나로 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디어들의 보도 역시 이런 사회적 인식에 불을 붙인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MBC 뉴스데스크의 실험이었다. 당시 기자는 실험의 일환이므로 한창 게임이 진행 중인 PC방의 전체 전원을 내려버렸고 게임에 몰입한 학생과 이용자들이 갑작스러운 정전에 당황하고 분노하며 욕설을 내뱉는 장면을 고스란히 방송에 내보냈다.
마치 게이머들이 게임 중독에 걸려 금단현상을 겪는다는 뉘앙스의 보도였다. 더불어 기자는 이런 분노와 폭력성이 게임만의 특징이라는 듯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여가생활이나 예술 분야에 도입해도 다를 바가 없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즐기는 중에 갑자기 정전이 발생한다면 한창 연기에 몰입한 배우 앞에서 큰 소리가 난다면 악기 연주에 심취한 연주자가 갑자기 정전을 마주한다면. 누구라도 화가 나고 욕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유독 기성 사회는 게임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사람을 죽인 살인마가 게임을 했기 때문이라는 자극적인 보도도 있었고 청소년들의 게임 플레이가 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추측성 연구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모두 영화나 드라마, 만화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영화, 드라마, 만화는 K-문화라는 이름으로 자랑스러운 취급을 받지만 여전히 게임은 폭력적이고 중독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실제로 2020년에 조사한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인식하는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은 100명 중 1.6명에 불과하다. 이는 다른 분야의 중독 퍼센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잊을만 하면 강력 범죄의 원인이 게임이라는 보도가 등장하고 게임 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 바라보며 진료를 하는 정신과 의원도 생겨나고 있다.
부정적인 사회 인식과 반대로 한국의 게임산업은 꾸준히 증가하며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보급과 손쉬운 활용 덕에 게임을 접하는 인구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며 어릴 때부터 게임을 친근하게 접한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게임을 하나의 ‘스포츠’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되어 올림픽 대회에 종목이 신설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게임을 접하는 인구 자체가 늘어나면서 인식에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한국게임산업협회의 ‘게임인식개선을 위한 게임 리터러시 교육 안내서’ 발간 역시 이처럼 게임 인구의 다변화를 고려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게임 리터러시의 필요성
서두에 언급했듯 게임 리터러시는 게임의 본질을 이해하고 게임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교육이다. 게임은 영화나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콘텐츠다. 스토리와 음악, 그래픽으로 그려내는 미적인 아름다움까지. 모든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콘텐츠이기에 이를 제대로 알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게임의 주요 이용자군인 청소년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게임 리터러시는 필요하다. 게임을 단순히 일탈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닌 자녀의 취미생활이자 또래 집단과 소통의 매개체임을 명확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의 중독을 걱정해서 게임을 금지하는 건 오히려 게임 중독을 부추기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게임 중독이 되기 전에 올바르고 명확한 방법으로 어떤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 건강한 경험이 될 수 있는가를 알려줘야 중독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불어 게임은 온전히 재미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지만 그 안에 다양한 문화와 교육 요소들이 섞여 있어 교육 목적에서도 좋다.
올바른 게임 플레이는 다양한 규칙과 스토리, 체험 등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창의적 능력을 향상 시키고 또래 집단의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게임 리터러시, 즉 안전한 게임 이용을 위한 선별 능력과 게임을 문화로 이해하는 열린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게임은 이제 하나의 문화이자 산업이 된 지 오래다. 지금은 온전히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영화, 드라마, 만화 역시 한때 불건전한 콘텐츠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게임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게임의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게임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게임 리터러시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