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표 대 29표” 큰 차이로 사우디 리야드에 패배
홍보 실패·잼버리 사태 등 여러 원인이 겹치며 영향

[김성지의 지그재그]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오일머니가 없었다면 이겼을까? [사진=스토리셋]
[김성지의 지그재그]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오일머니가 없었다면 이겼을까? [사진=스토리셋]

[소비자경제=김성지 기자] 2030 세계박람회(이하 엑스포) 개최지가 지난 29일(한국시간 새벽 1시) 발표됐다. 부산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 173회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9표를 획득하며, 119표를 받은 리야드에게 패했다. 이로써 2030 엑스포 개최지는 2차 투표 없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로 확정됐다.

이번 BIE 총회에는 182개 회원국 중 165개국이 투표에 참석했다. 보통 개최지 투표는 1차 투표(예선 투표)와 2차 투표(결선 투표)로 나눠서 진행되나,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국가 있는 경우는 2차 투표 없이 진행된다. 이번 투표는 ‘80대 80 백중세’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이번 투표로 인해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의 509일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위원회는 지구 495바퀴 거리를 돌아다니며 세계 각국 정상과 관계자를 만나 부산을 알렸다. 여기에 삼성·LG·SK·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도 부산 유치를 지원했다. 결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순 없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부산은 리야드에게 참패를 당했다. 정부는 패배의 원인으로 ‘오일 머니’만을 언급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2030년 이후에도 엑스포는 진행된다. 정부는 이번 유치 실패에 굴하지 않고 2035년 유치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일 머니 탓만 하기보다는 119대 29라는 성적표를 받은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원인으로는 차별화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부산을 세계적 관광도시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는 다른 도시의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외의 특징을 어필하지 못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변화와 혁신을 알려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이끌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8월 새만금에서 개최된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새만금 잼버리의 대실패는 한국의 대회 유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만들었고, 영국의 매체인 디아티클은 “4만 3000명의 청소년도 관리하지 못하는 나라가 평균 2800만 명이 모이는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할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나라가 많다”고 언급했다.

엑스포는 규모나 기간이 잼버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 잼버리는 부산과 리야드를 고민하던 나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최종 발표 영상의 일부분이 공개됐다. 투표 전 마지막 발표를 앞두고 정부는 “더 이상 잘 할 수 없을 정도로 준비했다”며 말했지만, 전문가와 대중의 평가는 달랐다. 공개된 영상은 10년 전 유행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배경음악으로 깔렸고 이정재와 여러 K-POP 스타가 등장했다. 문제는 공개된 영상에는 이것이 전부였다. 부산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는 없었고, 한국의 유명 스타들만 등장했다. 반면 사우디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통해 리야드가 지니고 있는 엑스포 역량을 어필했다.

이번 유치 도전을 통해 얻은 것들도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3개국을 돌면서 12곳과 자매 도시 관계를 맺으며, 여러 나라의 도시와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또한 부산시는 부산항 북항 재개발·신공항·급행철도 등 여러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했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노력과 투자를 생각하면, 단순히 오일 머니 탓만 하기보다는 이번 실패라는 오답노트를 통해 엑스포 개최지로서 역량을 끌어올린다면, 부산은 2035 엑스포 개최지에 한 층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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