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민속의 명절인 구정 연휴가 곧 시작이다. 최근에는 교통량이 분산되고, 고속도로 통행량 분석이 잘 되어 있지만, 그래도 길은 답답하고 막히는 현상은 여전하다. 필자는 본가가 서울이라 오갈 때 편하게 다닐 거라고 예상하는 분들도 있는데, 올라갈 때는 시간을 잘 선택하면 조금 여유롭지만 연휴 끝날 무렵 서울에서 대전으로 오는 길은 늘 어려운 상황이다. 중간 중간 사고 차량이라도 만나게 되면 더더욱 정체가 심해진다.

겨울철 장거리 운전에 대비해서 점검할 사항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배터리, 냉각수를 비롯한 각종 오일류, 그리고 타이어다.

먼저 배터리의 경우 겨울철에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배터리의 특성상, 그동안 아무 문제 없었다고 하더라도 점검이 필요하다. 도심에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던 차량의 경우 배터리 저하를 눈치채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시골집에 지하주차장이 없는 경우라면, 그리고 고향에 도착해서 며칠 차량을 움직이지 않는 경우라면 한파가 아니더라도 배터리 이상으로 시동이 안 걸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회사 지하주차장을 왕복하는 차량은 시동이 걸린 이후에 야외로 나오기 때문에, 배터리가 약해진다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블랙박스 주차모드 설정이 보통은 10.8V 미만에서 자동으로 장비가 꺼지도록 되어 있는데, 고향에 가서 2일~3일 이상 운행없이 정차해 둘 경우는 시동불량을 경험할 수 있다. 필자는 보통 11.2V를 기준으로 셋팅을 해 놓는다.

냉각수를 비롯한 각종 오일류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필자의 경우는 오일교환 등의 정비작업은 고향으로 출발 하루 이틀 전에 마무리한다. 당일 혹은 바로 전날 교환할 경우,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이상 유무에 대처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연휴 하루 전날 오일교환 후 서울에 도착했는데, 다음날 주차장 바닥에 엔진오일이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다음날은 오일이 조금 더 번진 것이 확인되었는데, 연휴 기간이라 조치 취하기도 어려웠고, 불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기억이 난다.

차량 운행이 불가능한 고장의 가장 큰 원인은 타이어가 차지한다. 특히 고속도로 사망 사고 중 차량 결함 사고의 63%가 타이어 관련이다. 공기압과 마모 등 여러 가지를 체크해서 이상이 없는지, 특히 시골길을 지나오면서 못이나 기타 날카로운 물체가 박히거나, 타이어 고무가 일부 찢어지는 등의 손상이 없는지 자세히 살피고 운행해야 한다.

특히 공기압은 절대 눈으로만 확인하면 안 된다. 운전 중에는 무리한 스티어링과 급가속 급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노면과 타이어가 마찰력으로 발생하는 소리가 날정도의 급발진이나, 급정거 급회전 등은 당연히 타이어뿐 아니라 자동차 현가장치 전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이 밖에도 운전 중에 지방이나 시골길 앞에서 비포장 도로 등의 요철이 심한 곳에서는 감속하는 것이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타이어 사이드월 즉 옆면의 코드절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주행 중 핸들쏠림 등 이상을 느끼면 반드시 안전한 장소에 정차 후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장거리 운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주의할 사항은 또 있다. 아침 출근길에 워밍업 안 돼 있을 경우 차를 조금 조심해서 몰듯이 타이어도 내부 온도가 어느 정도 정상으로 올라갈 때까지는 조금 조심스럽게 운전해 주는 것이 좋다.

고속도로에 보면 50분 운전에 10분 휴식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운전자가 피로해지고 엔진도 힘들까봐 운전자와 차량을 쉬라는 개념에서 나온 표어다. 가끔 운전자가 교대로 운전하면서 쉬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타이어를 생각하면 내부 온도가 올라간 상태가 오래 운행할 경우 노화가 촉진된다. 따라서 최대 주행거리 200㎞ 혹은 2시간 운행에 한 번씩은 타이어가 식을 정도로 충분히 휴식해 주는 것이 차량 및 타이어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장거리 운전 시 실내모드로 놓고 운전하면, CO2 농도 증가로 졸리게 되고, 집중력이 저하된다. 최소 15분~20분에 한 번씩은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할 필요가 있다. 가능한 외부 모드로 놓고 운전하길 부탁드린다. 블랙아이스의 경우 겨울철에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이 더욱 위험하다. 겨울철에 눈이 내리면 다들 조심하는데 낮 기온이 상온이어서 비가 내릴 경우는 방심하는 운전자가 많다. 그런데 터널 시작과 끝지점 그리고 고속도로 교각 부분은 대기온도 보다 2~3℃ 낮아서, 상온에서도 얼음이 있을 수 있다. 명절에도 주의 운전을 당부드린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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