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최고수준…한미양국 금리차도 1.75%P로 최대
파월 의장 “인플레 여전히 높고 빠르게 안 내려갈 것…금리 인하는 부적절”
[소비자경제신문=권찬욱 기자] 계속되는 글로벌 금융시장 여파 속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Fed, 이하 연준)는 3일 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여전히 꺾이고 있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3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이전에도 두 번 연속 기준금리 0.25%p를 올렸었다.
연준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5.00∼5.25%가 되었으며, 이같은 수치는 지난 2007년 이후 16년만에 최고수준이다. 금리인상은 이날 FOMC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경제 활동은 1분기에 완만한 속도로 확대됐다”면서 “최근 몇 달간 일자리 증가는 견고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가계와 기업에 대한 엄격한 신용 상황은 경제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고, 그 영향의 정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상당히 주의하고 있다”고 금리인상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일부 은행 파산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다”면서 신뢰를 보냈다.
연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서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지한 제로 금리 시대를 마감했는데,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붕괴 여파 등으로 물가가 급상승하면서 2개월 뒤인 지난해 5월 0.5%p 인상을 시작으로 6월·7월·9월·11월에 매번 0.75%p씩 급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후 지난해 12월에는 0.5%p, 올해 2월·3월에는 0.25%p를 인상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추가 금리인상 발표는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도 인플레이션 대응이 최우선 과제라는 연준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3월 전년 동월보다 4.2%, 전월보다 0.1% 각각 오르면서 둔화세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연준 물가 목표치(2%)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를 보였다. 올해 1분기 고용비용지수(ECI) 역시 전 분기보다 1.2% 상승했고, 3월 말 기준 미국 노동자의 전년 동월 대비 임금 상승폭도 5.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인) 2%로 되돌리기 위한 추가 정책 강화가 적절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연준은 통화정책의 누적 긴축·통화정책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경제적·재정적 상황의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동결에 관한 결정은 오늘 내려지지 않았다”면서 만약의 경우 금리 동결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시장 기대에 확답을 주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오히려 “우리 (FOMC)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해소에)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러한 관측이 대체로 맞는다면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다”고 금리 인하에는 선을 그었다.
연준도 성명에서 “우린 목표 달성을 방해할 위험이 나타날 경우 적절하게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노동시장 상황, 인플레이션 압력 및 기대 인플레이션, 금융 및 국제상황 등 광범위한 정보를 고려할 것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의 기준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한국과의 금리 차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더 커졌다.
현재 한미 양국의 금리차는 최고 1.75%으로, 자본 유출 등에 따른 한국 경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은 4일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오전 진행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이 부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향후 경제 지표에 따라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연내 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 등에 대한 연준의 스탠스(입장)와 시장 기대 간 괴리가 지속되는 등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미국 은행 불안에 대한 시장의 경계도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연준, ECB(유럽중앙은행) 등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와 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와 한은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우리 금융시스템의 취약 부문을 철저히 점검하고 필요시 이미 마련된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