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1.75%p 그대로…경기위축·금융불안 부담 관측
경제 성장률, 기존 전망 밑도는 1.4%…하반기도 불확실성 커
[소비자경제신문=권찬욱 기자]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3번째다. 이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기의 최종금리를 3.50%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하반기에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5일 오전 개최된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동결 배경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서 금통위는 “물가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갈 것이다”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리스크(위험)·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금통위는 국내 경기와 관련해 당분간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하반기부터 IT관련 경기부진 완화 등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통위는 올해 성장률을 1.4%로 지난 2월 전망치(1.6%)보다 낮게 예상하고 하반기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통위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 0.50%p 낮춰 당시 1.25%p였던 금리를 075%로 대폭 낮췄고, 같은 해 5월에는 0.50%p로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금통위는 2021년 8월에서야 금리를 0.25%p올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기준 금리는 2021년 11월과 2022년 1월·4월·5월·7월·8월·10월·11월, 올해 1월까지 0.25%p씩 8번, 0.50%p씩 두 차례 올라갔으며, 총합 3.00%p 높아졌다. 그러나 이같은 기조는 2월부터 진행된 3차례의 동결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동결 결정에 대해 불안한 경기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0.3%)은 민간소비 덕에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한 상황이며, 3월 경상수지도 국내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배당에 기대 힘겹게 석 달 연속 적자를 모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4월(-26억 2000만달러)까지 여전히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속 금리 인상으로 압박할 경우 취약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에서부터 부실 문제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일각에서는 금통위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1.75%P(한국 3.50%·미국 5.00∼5.25%)로 유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