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중대재해 여전히 속출… 시민들 시선 ‘싸늘’
레고랜드 발 후폭풍, 유찰·대출연장 실패 건설업체 ‘휘청’
2023년 사우디 ‘네옴시티’ 기대감…건설사들 ‘활로 모색’
엔데믹으로 하늘길이 열리고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경제가 활력을 찾은 듯 했지만, 돈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전세계 경제주체들이 악전고투하고 있다. 특히 국내경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라는 ‘3고(高) 위기’에 경제 엔진인 수출마저 흔들리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라는 불확실성까지 가중되면서 2023년에 경제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2023년 한국경제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을 파고를 넘어 경제안정을 되찾을 대안은 무엇인가? 이에 소비자경제는 신년기획 ‘소비자경제 2022년 결산 및 2023년 전망’을 마련, 업종별로 2022년을 결산하고 2023년 산업 전망을 조명하는 것은 물론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2022년 건설업은 ‘산전수전’의 해였다. 건설업은 신년 초부터 삐걱되며 출발했다. 1월 광주시 서구 화정동에서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여파로 인부 6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중대대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일어난 사고였지만 인명피해의 규모가 컸기에 건설업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더욱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도 ‘근로자 안전사고·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시민들은 여전히 차갑게 바라보고 있다.
동시에 강원도 레고랜드발 사태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전반의 부실화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보이며 지방자치단체 신용하락, 여신전문회사, 재무가 약한 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까지 우려가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의 장기화로 ‘건축 원자잿값’이 상승하고 있으며, 여기에 국내 ‘고금리 정책’까지 더해져 서민들의 부동산 매수심리는 꽁꽁 언 상태이다. 건설회사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지만 글로벌 위기 속에선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임인년 건설업은 정말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다”고 표현할 정도였다.매에 장사 없다고 맷집이 좋아서 버텼다만 총알이 부족한 중소건설사들은 정말 위기라는 말이 이미 증권가에 돌고 있는 상태다. 이름만대도 아는 건설사들은 벌써 ‘휘청’을 넘어 도산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022년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지난 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이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 2단지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일로 사고 당시 작업 중이던 인부 6명이 잔해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직후 현장 브리핑을 진행했던 조호익 재난대응과장은 “아파트 201동 상층부 38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붕괴가 진행되면서 23~38층까지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현장은 사고 이전부터 고정용 쇠막대나 합판 같은 자재들이 추락하고 지반이 침하되는 등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문제가 지적됐지만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후 진행방식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갔다. 최종적으로 201동 전체 철거 후 재건축이 확정된 상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재건축’ 결정을 통해 신뢰회복을 노력하고 있지만 보상, 철거, 여러 가지 수습비용 등의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중대재해처벌법 1월 시행 ‘효과는 글쎄?’
2022년 1~3분기 전국의 건설현장에서 61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크게 늘었는데, DL이앤씨의 경우 4분기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건설공사 안정관리 종합전보망(CSI)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1~3분기 전체 건설사고 사망자 가운데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는 18명이며, 전년 동기 대비 50%(6명) 늘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100대 건설사는 총 14곳이다. DL이앤씨와 대우건설, 계룡건설산업, 호반산업에서 각 2명씩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대엔지니어링, DL건설, 금호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10개 사에서도 각 1명씩 1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특히 DL이앤씨의 경우 4분기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1년 10월, 올해 3월, 4월, 8월 총 4건의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난 1년간 총 5명의 노동자가 숨을 거뒀다.
‘공공공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명 늘었으며, ‘민간공사’현장에서는 노동자 39명이 사망했다.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인허가 기관은 아산시이며, 지난 3분기에만 3명의 건설 노동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국토부는 올해 3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형 건설사와 관련 하도급사에 대해 연말까지 특별점검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며, 4분기 연속 사망사고를 낸 DL이앤씨 등 발생 빈도가 높은 업체에 대해서는 점검인력을 확대 투입하는 등 강도 높은 집중 정밀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이같이 산업재해는 줄지 않고 있다. 현재 노동계에서는 산업현장에서 법을 지킬 수 있도록 중대재해 예방 전문가 양성, 산업재해 분석기술, 재해예방 교육프로그램 등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레고랜드가 쏘아 올린 공’ 도대체 무엇인가
무리한 보증-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다
지난 9월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발생한 2050억원 규모의 ABCP(PF)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히며, 채권시장이 빠르게 경색되며 금융 시장에 대대적 혼란에 빠지게 됐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란 자금을 빌려줄 때 사업주의 신용, 물적담보에 두지 않고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에 두는 금융기법을 뜻한다. 즉 ‘프로젝트 수익성’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얻어지는 수익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지난 2020년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레고랜드 일대 기반 공사를 위한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 목적 법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했다. 2050억원의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발행하고 이때 강원도가 보증에 섰다.
다시 말해 투자 자금 2050억원은 ABCP라는 이름을 발행된 채권이며, 이때 강원도가 보증을 선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이때부터 모든 것이 시작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때 강원도는 신용평가사로부터 ‘A1등급’ 기업어음증권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 애초에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실적이 없었지만 강원도의 보증 때문에 채권발행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이후 어렵사리 ABCP 투자에 성공해 지난 5월 춘천 레고랜드 오픈을 하게 됐다.
그러나 생각보다 방문객은 적었으며, 위기의 그림자는 다가오고 있었다. 강원중도개발공사는ABCP 만기일인 지난 9월 29일까지 어음상환에 실패하면서 보증을 섰던 강원도가 지급 의무를 떠안게 됐다.
신용등급 폭락- ‘공기업·사기업’ 유찰·대출연장 실패…ing
지급 의무를 떠안게 된 강원도는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를 법원에 회생신청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며 레쏘공의 나비효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특수목적법인 아이원제일차가 발행한 2050억원은 최종 부도 처리됐으며, 무엇보다 가장 높은 신용 등급을 받았던 지차체가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나오자 금융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기업 할 것 없이 신용도는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채권 던지기를 시작했다. 회사채는 물론, 최상위 신용도를 가진 공사채마저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공사채-회사채의 유찰, 대출연장 실패 등의 문제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강원도는 오는 2023년 1월까지 전액 상황을 한다고 번복했지만, 이미 추락한 국내 채권의 신용도는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나비효과는 부동산 PF를 진행했던 건설사들까지 이어졌다. 분양~상환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출 연장이 막혀버리니 당장에 숨통이 조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몸집 큰 대형사들은 비교적 탄탄한 재무 구조와 여유 있는 현금을 끌어당겨 당장에 위기를 돌파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지난 9월 충남권 6위 종합건설업체 우석건설, 11월 창원 종합건설업체 동원건설산업이 PF 자금 시장 경색 등 유동성 위기를 끝내 극복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건설 원자잿값 ‘껑충’ 그리고 고금리
올해 건설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휘청였던 한 해이기도 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전 세계 원자재 공급이 불안정해지며 건설 현장의 주요 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상황이다.
실제로 공사 현장의 주요 자재 가격은 ‘껑충’ 뛰고 있다. 철근, 시멘트, 단열재, 석고보드 등 건설 자잿값이 전방위로 날뛰고 있으며, 전쟁이 장기화되며 원자잿값 급등 현상이 장기화되자 건설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문제는 타국의 전쟁에 우리 정부가 특별히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며, 종전이 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형건설사은 기본 맷집이 있어 버티지만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중견건설사들은 원자잿값 급등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처가 힘든 상황이다. 기존에 확보해 놓은 자재 물량도 비교적 적어 사태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죽하면 분양값도 낮추며, 다양한 혜택을 내놓고 있지만 극적인 변화도 없다. 美 금리 인상의 여파가 국내의 고금리로 이어지며 시민들의 매수심리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1600여 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말보다 두 배 이상 늘었으며, 문제는 이렇게 공가가 늘어날수록 자금 동원 능력이 부족한 지역의 중소 건설사들이 2023년 줄도산 부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23년 글로벌 꿀단지 ‘네옴시티’
“건설업의 꿀단지는 사우디에 있다.”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라아라비아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역내 북서부 홍해 인근 2만 6500㎢ 부지에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신도시 네옴시티를 짓는 사업이다. 투자액만 5000억 달러(약 710조원)로 오는 2025년 1차 완공, 2030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시는 길이 170㎞에 달하는 자급자족형 직선 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된다. 세계 최대 너비에 높이 500m에 이르는 쌍둥이 빌딩도 들어선다.
이러한 거대한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수주를 성공했다.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첨단 신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의 주요 인프라 공사( 3개의 조단위 프로젝트 중 1개)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위축된 우리 건설 경제에 동화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6월 양사는 그리스의 아키로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으며, 스페인 악시오나와 인도 라르센&투브로, 스페인 FCC건설, 중국 국영건설공사 등과 경쟁을 벌인 끝에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자급자족형 직선도시 더 라인 지하에 총 28㎞ 길이의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을 뚫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18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주는 거대한 파이의 일부라고 입을 모은다.
네옴시티의 도시에는 초고층 빌딩을 비롯해 다수의 주택·플랜트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며, 스마트 시티에 접목되는 인공지능·반도체·가전 사업 등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항공교통(UAM)과 수소차, 스마트 팜 등의 미래 산업에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현재 UAM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로봇 등 다양한 스마트 모빌리티는 4차 산업이며 추후 수주가 성공 시 국내 고전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힘이 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올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마나르 알모니프 사우디 네옴시티 최고투자책임자(CIO), 하이파 빈트 모하메드 알 사우드 사우디 공주를 각각 만나 비공개 면담을 하는 등 물밑 작업에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에 방한했다. 이날 ‘제1회 한-사우디 주택 협력포럼’을 통해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주택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첫 현실적인 첫 플랫폼을 만들었다.
원희룡 장관은 “이번 포럼을 주택 협력 뿐 아니라 네옴시티 같은 미래 스마트시티 구상을 함께해나가는 확장된 협력 플랫폼으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네옴시티에 활용될 모듈러 주택과 스마트시티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과 사우디 간 MOU가 체결돼 관심이 높은 분야다. 목이마른 우리 기업이 이번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을 제외한 다른 건설사들은 네옴시티 프로젝트 본 계약이 아닌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데 그치고 있어 더욱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힘들었던 아픔은 날려버리고 2023 계묘년에는 우리 건설기업이 더욱 힘차게 승승장구하기를 기대해 본다.
소비자경제신문 유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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