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비바리퍼블리카 설립…울라블라·다보트 시도
간편 결제 서비스 티저 홈페이지 개설…3년간 은행 펌뱅킹망 연동
정부의 핀테크 산업 육성 의지 확인…이어지는 사세 확장·투자 유치
토스대부, 고객 목소리 듣고 반영… 빠른 실험·실패 바탕 성공 일궈

문화상품권 같은 소마진 사업 40개 찾는다,‘다다다다 전략’
2018~19년 증권·보험 뛰어든 해…2021년 12년만 신규 증권업 인가
제3인터넷은행 인가 위해 주주에 “주식 상환권 떼 주세요”, “Okay”

비바리퍼블리카가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정식으로 세상에 내놓은 것은 2015년 2월이지만, 회사의 시작은 2013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간의 부러움을 사는 치과의사로 평탄한 삶이 보장된 것 같았던 이승건 대표가 다른 길의 가능성에 눈을 뜬 것은 그보다 더 전이다. 공중보건의 시절인지, 2010년 아이폰을 처음 만나 스티브 잡스 삶에 관심을 갖게 된 순간이었는 지 정확하지는 않다.

마음의 직관을 따르라는 스티브 잡스 말을 따른 이승건. 그는 앱 하나만 만들어보자, 병원 개원은 반년만 미루는 거야. 그에게는 “잘 안 되면 병원에서 근무한다”라는 안전 장치가 있었다.

이승건 대표는 공동창업자 이태양을 2011년 가을에 만나 함께 앱을 만들기 시작했고 2013년 4월 21일 박광수·김민주·이태양과 법인 비바리퍼블리카를 설립했다. 토스는 비바리퍼블리카의 9번째 작품이었고 그 앞 8번의 시도가 실패였다.

소비자경제신문은 토스 정경화 콘텐츠 매니저의 저서 ‘유난한 도전’을 통해 토스가 지난 11월 기준 기업가치 9조 1000원을 달성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조망해보고자 한다.

비바리퍼블리카 초창기 기업 로고[사진=연합뉴스]
비바리퍼블리카 초창기 기업 로고 [사진=연합뉴스]

간편 결제 전 8번의 실패… 밴사 포지티브 규제 펌뱅킹망 연동으로 대응

토스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아홉번째 제품이었고 그 앞 여덟 번의 시도는 실패였다. 첫 번째 실패는 오프라인 만남을 기록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울라블라였다. 사람들이 오프라인 만남을 앱에 기록하고 싶을 것이라는 첫 번째 가설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 1년 4개월 소요됐고 인건비 포함 이 앱에 2억 2000만원을 썼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울라블라와 두 번째 실패작 투표 모바일 앱 다보트를 겪고 난 뒤 서울 각지에 흩어져 한달 넘게 100개 가량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 아이디어를 수집해 5개 아이디어 중 3개는 시제품을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익스플로러 기반 액티브X를 기반으로 한 각종 보안 프로그램 설치로 송금과 결제가 불편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리라고 비바리퍼블리카 팀원들은 동의했다.

이전에는 1년 넘게 2억원을 써서 8명이 울라블라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단 이틀 만에 1만원으로 사람들은 간편한 송금 서비스를 원한다는 가설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2013년 연말 즈음 팀원들이 KSNet에 CMS(Cash Management System)을 신청하고 출금 기능을 구현해본 결과 출금 기능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 티저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사람들 반응을 살핀 뒤 앱을 만들어도 늦지 않다는 걸 비바리퍼블리카 팀은 지난 3년간 실패를 하며 깨달았다.

이 때 간편송금 서비스명을 ‘토스’로 정했고 홈페이지에 서비스 소개 문구는 ‘Toss 간편하고 안전한 계좌 이체 서비스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다운로드 링크를 문자로 보내드립니다. 전화번호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는 데에만 사용한 후 파기하며 저장하지 않습니다.’ 였다.

토스팀은 홈페이지를 열고 트위터에 링크를 올린 뒤 4시간 만에 1000번 넘게 재트윗, 3일간 서비스를 써보겠다며 전화번호 입력한 사람은 2000명에 이르렀다. 지난 3년간 한번도 보지 못한 수치였다.

토스팀이 발견한 CMS망은 원래 다달이 일정액을 송금하기 위해 자동이체 시스템으로 구축된 터라 사용자가 송금을 요청할 때마다 계좌에서 출금하는 게 불가능했다. 아무리 주기가 짧아도 일주일에 1번이었다.

엠파스와 네이버를 다닌 IT 분야 경력이 긴 제너럴리스트 성향 양주영 최고 운영책임자(COO)가 2014년 4월 1일부터 토스팀에 합류했다.

사용자가 송금 요청 시 가장 자주 돈을 보낼 수 있는 주기가 1주일에 1번이라는 문제는 SC제일은행이 토스에 입금 이체 펌뱅킹망을 열어준 덕분에 한 달 만에 해결됐다.

2014년 3월 개시한 간편송금 오픈 베타 서비스는 4월 중순이 되자 가입자 수 5000명, 매주 1400번 송금이 일어나 연말 즈음엔 가입자가 3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4월 21일 토스가 이용하는 밴사 KSNet 담당자가 토스에 CMS를 제공하지 말라는 당국의 연락을 받아 4월 23일 토스 서비스가 중단됐다.

밴(VAN)사는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결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이며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사업을 영위한다.

CMS망을 자동이체가 아닌 송금에 사용하면 안 된다는 조항도 없었으나 해도 된다는 법도 없었기에 국내 금융규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온 포지티브 규제에 발목을 잡혔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률·정책상으로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의 규제를 말한다. 법률·정책상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보다 규제 강도가 훨씬 세다.

당시 핀테크 바람이 불고 있었고 비바리퍼블리카 팀원 그 누구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토스에서 모든 은행 계좌의 송금이 가능해진 것은 2017년 2월로 밴사와 제휴가 안 되어 국내 모든 은행을 찾아다니며 출금 이체 펌뱅킹망을 여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이승건 대표는 1월 15일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금융당국 관계자를 대상으로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발표했다. [사진=비바리퍼블리카 유튜브]
이승건 대표는 1월 15일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금융당국 관계자를 대상으로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발표했다. [사진=비바리퍼블리카 유튜브]

정부의 핀테크 산업 활성화 호재…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 피벗

이승건 대표는 알토스벤처스 한 킴 대표를 2014년 5월 만나 1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2015년부터 알리페이 등 해외 핀테크 산업의 성장을 목도한 정부와 언론이 핀테크를 새로운 산업 동력의 하나로 조명하기 시작하면서 이승건의 이름도 덩달아 알려졌다.

이승건 대표는 1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 업무보고 당시 대통령과 금융당국 관계자 앞에서 3분간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피력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위원회에서 토스 서비스를 사실상 허용하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토스는 2월 23일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토스 앱을 열고 ▲첫 화면에 보낼 급액을 입력 ▲받을 사람의 계좌번호나 연락처 입력 ▲숫자 4자리와 영문 1자리로 된 비밀번호 누르면 송금 완료 됐다. 송금자가 수신자에게 돈 내면서 동시에 링크가 수신자에게 전달되면, 수신자는 앱 설치 없이도 메시지로 전달받은 링크로 은행과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돈을 입금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기업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세 곳만 토스를 통한 송금을 지원해 세 군데 은행 중에 계좌가 있어야 송금이 가능했다.

토스는 2015년 말까지 초기 세 은행을 비롯해 전북은행, 우체국, 광주은행, 새마을금고, NH농협은행, 신협, SC제일은행, DGB대구은행, 산업은행을 연동했다.

2015년 2억원을 써서 마케팅 회사 한 곳을 인수했고 2016년 3월 목표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토스는 2015년 7월 알토스벤처스와 KTB네트워크로부터 50억원 투자 자금을 수혈 받았고 8월 간편 송금 이후 두 번째 서비스인 토스결제 기능을 공개했다.

증권사에서 인수합병 및 투자업무를 했던 송호진 이사가 토스팀 문을 두드린 10월 이승건이 본격적으로 결제 가맹점제휴에 박차를 가하려던 찰나였다.

송호진 이사는 입사 3주 만에 당장의 결제 확대가 토스를 구원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5년말 기준 사용자 한 명이 한 번 송금할 때마다 토스가 은행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400~500원 안팎으로 1인당 송금 횟수는 월 6~7번 남짓이었다. 따라서 한 명당 손익은 매달 - 2700원이었다.

토스는 결제로 매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게 명확해지고 난 뒤 다음 투자유치를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내야 했고 토스가 디지털 금융 서비스(보험, 카드, 은행 등) 플랫폼이 되는 것으로 구체화했다. 첫 번째 공략 대상은 대출이었다.

초기 토스팀은 스웨덴 음원 스트리밍 회사 스포티파이의 애자일 모델을 잘 실천하고 있었다. 애자일 모델이란 단위조직을 스쿼드라고 명명한 뒤 이 단위조직을 프로덕트 오너와 서버 개발자, 프론트엔드 개발자, 프로덕트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등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6~12명을 하나의 스쿼드로 모으고 팀이 더 커지면 스쿼드 여럿이 모여 트라이브를 이뤘다.

빠르게 실험해 실패하고 또 실패한 끝에 성공을 만들어내는 것이 토스팀이 경험한 유일한 성공 방정식이었다.

토스팀은 제품의 목적에 따라 구성된 단위조직이 마치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독립성과 완결성을 가진다는 의미로 사일로라는 표현을 택했다.

이승건 대표는 시리즈D 투자를 받기 위해 홀로 해외 출장길에 올랐고 2017년 3월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기업가치는 약 1880억원을 인정받았고 굿워터캐피털, 베세머 벤처스, 알토스벤처스 그리고 페이팔 등이 총 5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페이팔이 한국 시장에 처음 투자하는 대상이 토스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 금융업계가 토스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사진=비바리퍼블리카]
[사진=비바리퍼블리카]

빠른 다다다다 전략 실험디자인 통일로 유저수∙만족도 ‘일타쌍피’

토스는 소액대출 서비스 사업을 이끌 PO로 2017년 1월 즈음 김유리 사업전략 담당을 채용, 자회사 토스대부를 맡긴다.

김유리 사업전략 담당이 토스대부를 맡아 소액대출 서비스를 운영한 지 반년 즈음 지났을 무렵 2017년 7월 부정적인 메시지가 하루 새 5100번 재트윗 되어 시간당 탈퇴자 수가 평소 10~20명 대비 최대 8~16배 치솟은 160명까지 치솟았다.

3일새 1만 5000명이 토스를 떠나면서 토스는 소액대출 서비스 중단을 공지했다. 중단 소식 또한 신속하게 리트윗됐고 토스에 대한 여론은 고객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빠르게 반영하는 회사로 반전됐다

토스팀이 상상한 대출비교 서비스는 사용자 개인이 어떤 은행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장 낮은 이자에 빌릴 수 있는 지 조회하는 온라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대출비교 서비스는 2017년 기준 ‘일사전속주의’라는 규제에 가로막혔다. 한국의 금융규제는 대출모집인 한 명이 금융회사 한 곳의 대출 상품만을 중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한 모집인이 여러 금융사의 대출을 취급하도록 허용했을 때,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이 아니라 자신에게 떨어지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먼저 추천하는 부작용을 막으려는 취지였다. 토스 앱이 여러 금융사의 상품을 한꺼번에 비교하려는 시도는 일사전속주의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담긴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2019년 4월 1일 실시되고 난 뒤 2020년 8월 금융위원회는 온라인 대출상품 비교플랫폼이 1사 전속주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된다고 공표했다.

이승건은 고객 1인당 평균이익(AMPU∙Average Margin Per User) 그래프를 습관처럼 들여다 봤고 토스 월간 AMPU는 -2000대를 유지했다. 그런데 문화상품권 판매 AMPU는 몇 달 째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었다. 2017년 초 기준, 토스에서 돈을 버는 유일한 비즈니스였다.

문화상품권 같은 사업 40개 찾으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다다다 전략’으로 소규모이나 수익 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행할 팀을 토스X로 부르기로 했고 토스X를 총괄하는 박재민 전 토스증권 대표가 2017년 토스에 입사했다.

토스X는 1년 동안 서비스 41개를 론칭했고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개는 얼마 못 가 문닫았다.

2017년 증권사 한 곳과 손 잡고 종합자산관리 계좌(CMA)가 하나 개설될 때마다 증권사가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3개월 간 토스를 통해 개설된 CMA 계좌가 21만 개에 달해 직전 1년간 국내 금융업권 전체에서 개설된 비대면 계좌를 모두 더한 것보다 40% 많았다.

증권사 계좌 1개 신규 개설이 아닌 토스머니 주계좌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고객은 토스에 돈을 예치함으로써 이자를 얻고 증권사는 실제 입출금이 되는 계좌가 생겨서 고객-토스-증권사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토스는 1년간 신규 계좌 57만개를 개설했다. 그 당시 토스에는 주계좌 개념이 있어서 토스머니를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서 최대 200만원까지 충전해 뒀다가 송금할 때 쓸 수 있었다.

토스는 대출맞춤추천 서비스를 출시했고 6개월만에 월 매출 1억원을 돌파했고 제휴 금융사 13곳, 상품 종류는 26종으로 늘었다. 2019년말 대출맞춤추천은 월매출 30억원을 달성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담긴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2019년 4월 1일 실시되고 나서 토스는 2년간 1사전속주의 규제의 예외를 적용 받아 ‘내게맞는대출찾기’ 서비스를 2019년 8월 출시했다. 토스 앱 내에서 은행별 대출한도와 금리를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게 되자 사용자 개인이 접하는 정보의 양과 선택의 폭이 확장됐다.

소액대출 서비스를 접은 김유리 사업전략 담당이 방향키를 쥔 뒤 6개월만에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 이용자는 300만 명을 돌파했다.

토스가 업계 최초로 2017년 2월 선보인 무료 신용조회 서비스가 성공하자 경쟁 핀테크 업체들도 이에 발맞춰 유사 서비스를 내놓았다

토스는 간편송금의 지속적인 성장, 다다다다 전략과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의 성공에 힘입어 2017년 말 토스 사용자 수는 600만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토스는 2017년 10월 10일, 11월 10일, 12월 10일 송금실패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뒤 시스템 최적화에 나섰고 2018년 여름 데이터 센터를 서초와 평촌으로 이중화했다. 이 때 즈음 토스 디자인 시스템(TDS)를 만들어 앱에 들어간 색과 디자인(톤앤 매너)를 통일했다.

토스는 2019년 10월 말 ‘친구에게 5000원 보내기’ 마케팅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월간활성이용자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서비스 론칭 이틀 만에 5000원 송금 지원금 받은 전화번호가 1000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5000원 보내기 마케팅에 6개월 간 쓰여진 돈은 400억원으로 2019년 토스팀 전체가 집행한 마케팅비 총액이 800억원이었으니 그 중 절반이 사용됐다.

토스는 2018년 6월 세콰이어 차이나와 GIC(싱가폴투자청) 두 곳으로부터 440억원 자금을 유치했고 토스 기업가치는 최종적으로 7890억원을 인정받았다.

2018년 12월 17일 토스는 기업가치 1조월을 돌파한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이 됐다. 클라이너퍼킨스, 리빗캐피털 등 글로벌 VC가 투자에 참여했고 기업가치는 1조 3810억원, 투자 금액은 900억원이었다. 7000억원 기업가치를 힘겹게 설득한 지 불과 반년만의 성과였다.

2021년 10월 5일 오전 10시 토스뱅크가 문을 열었다.[사진=비바리퍼블리카]
2021년 10월 5일 오전 10시 토스뱅크가 문을 열었다.[사진=비바리퍼블리카]

증권∙은행∙보험 진출, 이어지는 도전들

토스가 증권업 진출을 마음먹은 것은 2018년 여름이었다. 이승건 대표는 펀드 슈퍼마켓 운영사 펀드온라인코리아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난 뒤 아예 증권사를 처음부터 만드는 계획을 세우기 팀원들과 검토했다. 그 누구도 이승건 대표 손을 들어주지 않았으나 그는 금융위원장을 만나 토스증권 설립 담판을 짓고 위원장으로부터 공감을 끌어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토스는 증권업 인가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또한 토스증권 영업을 준비하는 가운데 제3인터넷은행이 누가 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였던 2019년 새해 벽두 이승건 대표는 팀원들에게 토스가 인터넷은행에 도전하면 어떻겠냐는 화두를 던진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1월 17일 발효되고 난 다음 회의에서 구성원들은 해봄 직 하다는 반응이었다.

토스는 증권, 은행, 결제, 그리고 보험까지 전통 금융분야에 2019년 뛰어들었다. 미니보험 서비스를 론칭하고 보험대리점(GA) 토스보험서비스를 설립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제3인터넷은행이 금융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만큼 토스의 은행업 도전 과정은 2019년 내내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2019년 5월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심사에서 탈락했다. 재도전 기회는 열려 있었다.

금융당국의 요구사항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에서 R을 떼라는 것이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일정한 조건 하에 투자자가 주식을 돌려줄 테니 투자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과 보통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전환권이 붙은 우선주다.

이승권 대표는 투자자들 설득에 나섰고 주주 전원이 가지고 있던 상환전환 우선주를 전환우선주로 변경하는데 동의했다. 상환권을 뗀 전환우선주는 국제회계기준상으로도 자본으로 인식됐다.

또 2019년 12월 LG유플러스와 비바리퍼블리카는 PG사업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 6월까지 엘지유플러스가 결제사업을 분할해 토스페이먼츠라는 이름의 법인을 신설하고 토스가 그 지분을 취득하기로 합의했다.

2019년 12월 16일, 토스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소식이 발표됐고 2020년 8월 토스페이먼츠가 출범했다. 토스는 토스앱 출시한 지 5년 2개월 만에 2020년 4월 BEP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이익 5000만원에 불과했으나, 축하할 일이었다.

또한 토스증권이 2021년 3월 15일 서비스 개시에 나서면서 지난 2008년 KTB투자증권이 증권업 인가를 받은 이래 12년 만에 신규 증권사가 탄생했다.

새로 문을 연 토스증권은 주식1주 선물받기 이벤트로 2021년 4월 14일 누적 계좌 개설 수 100만, 4월 16일 200만을 돌파했고 토스 가입자 수도 2000만명에 육박했다.

한편 토스는 2021년 6월 기업가치 74억달러(한화 약 9조 6600억원)에 4620억원을 투자 받았다. 2021년 8월에는 평생 무료 송금 정책을 전격 도입했다.

또 토스는 2021년 10월 토스뱅크 출범 기자 간담회에서 연 2% 준다는 토스뱅크 통장 서비스 시행을 발표했으나 석 달만 인 2022년 1월 예치금 1억원 초과 분에 대해서는 이자 0.1%만 지급하겠다고 서비스 사용자들에게 공지했다.

그 이유인즉슨 토스가 은행 서비스를 출범한 시점이 대출 빙하기여서 비용을 들여 사용자 확보 성장 전략이 불가능했기에 손실을 줄여서 우선 생존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토스에 따르면 1억원 이상 토스뱅크 계좌에 넣어둔 고객은 전체 가입자 1% 미만이었으나 매우 적은 수의 고액 자산가가 큰 금액을 예치했다.

2021년 10월 당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시중은행 가계 대출 증가율을 전년비 6% 이내로 억제해야 하는 노력에 토스도 동참해야 했는데, 토스가 연말까지 3개월간 대출할 수 있는 규모는 5000억원이었다. 그런데 토스뱅크 서비스 개시 9일만에 대출 실행액 5000억원을 돌파해 대출이 연말 까지 대출이 중단됐으나 2022년 새해부터 대출 실행액은 증가세를 보였다.

토스가 2013년 시작한 간편 결제가 디지털 뱅킹 변혁의 시발점이 되어 은행의 디지털화도 점차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끝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1994년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다(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이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가 말했듯 은행이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은행들은 점포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개인과 국가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사진=문재호 기자]
[사진=문재호 기자]

소비자경제신문 문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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