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채안펀드 20조원, CP매입 16조원 등 지원
강원도 1월 29일까지 채무 2050억원 상환 예정
업계 “금융당국은 비본질적인 방편 내놓아”

춘천 레고랜드 리조트[사진=연합뉴스]
춘천 레고랜드 리조트[사진=연합뉴스]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정책은 임시방편에 그치는 대안일뿐 아니라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묶여있는 금융경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너무 늦은 대안이라며 ‘소잃고 외양간 고치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2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최근 회사채 시장·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에 ‘필요시 추가지원(+α)’ 규모로 확대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가동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주금공)’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으로 구성된다.

채안펀드는 1조 6000억원 규모 가용재원을 우선 활용해 24일부터 시공사 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ABCP 등 회사채·CP 매입을 다시 시작한다.

정부는 ‘펀드 자금 요청(캐피탈콜)’도 11월 초부터 실시하고 필요시 추가 조성을 추진한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매입한도는 기존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상향한다. 산업은행·기은의 매입 프로그램 잔여 매입여력은 5조 5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고 부동산 PF-ABCP 관련 시장 불안 안정을 위해 금융회사가 발행한 CP도 매입대상에 오른다.

신보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은 기존 미매입잔액 6000억원과 별개로 5조원 신규 여력을 확보하고 중소·중견기업 회사채를 중심으로 지원하되 시장 상황을 고려해 건설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 지원도 실행한다.

PF-ABCP 차환 어려움 등으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한국증권금융이 자체 재원을 활용해 이르면 이번 주부터 3조원 규모 유동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자금 공급은 증권사와의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증권담보대출 등 방식으로 진행한다.

다만 증권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시장금리 이상의 금리를 적용하고 위험노출액(익스포저)규모, ‘이미 발행된 채권을 새로 발행된 채권으로 상환(차환)’ 필요시기 등 증권사 여력과 자금 수요 긴급성을 따져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안정화시키기엔 역부족…너무 늦었다”

금융당국은 현재 지원규모는 추가로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은행 대출 등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국채 이외에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는 부동산 PF 시장 불안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자금 조달 애로를 덜 수 있도록 HUG·주금공 사업자 보증지원을 10조원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채권시장 안정펀드 지원정책이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24일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한국 증권금융에서 유동성 부족 증권사 대상으로 50조원 + @ 늘리는 게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데 충분하지 않아”면서 “레고랜드로 인해 유동성 문제가 터지는 이슈가 발생해 채권 시장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으나 이번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거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급격히 위축했던 투자 심리 위축은 어느 정도 누그러뜨려 줄 수 있는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발표가 난 대로 사업자 보증 지원을 주택금융공사와 50:50으로 나눠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2023년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와 각각 구분해서 사업자보증 지원을 각각 5조원씩 늘리는 정도면 괜찮다고 본다”며 “추가 지원이 더 필요한 지는 금융당국에서 회의를 통해 세부적인 것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기업과 국민이 연초부터 생활고에 투자난을 겪고 있는데, 지자체까지 위험에 처하니 이제 와서 대안책을 낸 것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 번째)과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장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 번째)과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장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원도, 별도 예산 편성해 변제키로

한편 강원도는 보증을 선 특수목적법인(SPC) ‘강원중도개발공사(GJC)’ 2050억원에 대해서 기업회생신청과는 별도로 도예산을 편성해 내년 1월 29일까지 변제한다고 밝혔으나 시장은 아직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레고랜드 사태는 김 지사가 지난 달 28일 춘천시 중도에 위치한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하겠다고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 GJC는 레고랜드 개발을 위해 2012년 8월 설립됐다. GJC는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세우고 ABCP 2050억 원 규모를 발행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섰다.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대로 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GJC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으며 만기가 다가오자 강원도는 GJC 회생 신청을 결정했다. 결국 ABCP 2050억원은 지난 6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어음이 부도가 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이다. 채무불이행 위험을 느낀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상황을 금융당국이 개입해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문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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