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
김삼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공정과 상식을 가치로 정권교체를 내세운 윤 당선인에게 48.6%의 유권자가 화답했다. 대선 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을 정도로 초박빙의 대결이었다.

윤 당선인은 본격적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상에 들어갔다. 새 정부의 국정 운영 기틀을 마련하고, 핵심 공약도 구체화할 것이다. ‘국민통합’을 위한 별도 위원회를 인수위 안에 설치할 것으로 확인됐다.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지역, 계층, 세대, 이념 간 갈등은 매우 심각하다. 윤 당선인이 51.4%의 지지하지 않은 국민을 포용해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다.

국가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대선 과정에서 심화된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데 진력하고 있지만, 소비자 권익향상을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대선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소비자 공약은 없었다. ‘GMO(유전자변형성분) 완전표시제’ 공약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MO완전표시제’는 유전자변형 원료성분이 들어간 모든 식품에 표시제를 도입해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도 식품업계와 소비자단체를 포함한 ‘GMO협의체’까지 꾸려 논의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된 바 있다. 식품업계의 반대를 무마시키고,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는 ‘집단소송제’ 도입과 기업이 고의나 중대 과실로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때 징벌적 의미의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가장 우려스럽다. 윤 당선인은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남소로 인해 기업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고,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소비자권익 향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의제인 만큼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입증책임 전환도 없다. 최근 자동차결함, 의료분쟁, 환경오염, 업무상 질병 등 소비자피해와 관련해 소비자가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하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이 대기업이나 국가를 상대로 피해구제를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원인제공자에게 입증책임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윤 당선인은 기업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는지, 개인소송-집단소송 간 제도 균형 등을 고려해 검토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정부의 디지털 혁신을 강화하고, 국민 개개인에 대한 고유계정을 부여해 행정데이터 ‘마이AI포털’ 서비스를 약속할 정도로 정보화에 적극적이지만, 늘어나는 개인정보 불법침해 대책은 없다. 정보주체의 동의절차 강화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식품과 생활제품의 유해물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표시제도의 중요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식품과 생활제품 표시제도 공약이 없었다. 식품에 함유된 위해 성분과 함유량을 정확히 표기토록 하고, 생활화학제품의 유해물질 표시를 의무화하고 안전등급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윤 당선인은 쓰레기 처리를 현행 매립과 소각 중심에서 열분해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시멘트 소성로를 통한 폐기물 처리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여진다. 최근 인분까지 섞인 폐기물 시멘트로 인해 논란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와는 역행하는 조치다. 시멘트 소성로를 통해 폐기물 처리를 확대하기 전에 시멘트 성분표시제를 도입하고, 투입되는 폐기물을 제한해 주택용과 산업용을 구분하는 등급제가 필요하다. 또한 ‘미세먼지·산성비 원인’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을 강하하고, 시멘트 산업을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포함시켜야 한다.

플라스틱 1회용품 및 포장재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겠다고 약속은 있지만,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대책은 없다. 미세플라스틱이 해양·토양·대기 등 일상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환경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심화 될 수밖에 없다. 차기 정부는 미세플라스틱의 사회적 우려를 해소하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소비자 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분야다. 소비자 보호와 예방, 분쟁 조정, 안전 등은 시민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제들이다. 윤 당선인은 사회경제적 강자와 기득권이 아닌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5년 뒤 소비자권익을 향상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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