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 성능 프로그램으로 조작…질소산화물 기준치 최대 14배 나와
공정위, 벤츠 측 주장 받아들이지 않아 “다소의 과장·허위 넘어서”
시민 단체들 ‘환영 의사’ 표해 …2차 디젤게이트 5개사 제재 완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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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수입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가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저감 성능을 광고로 속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소비자단체들은 대부분 환경하는 분위기이나 일부 단체에서는 과징금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8일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는 6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벤츠 코리아)와 독일 본사 메르세데스-벤츠 악티엔게젤샤프트 2개 사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총 202억 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향후 해당 행위의 금지와 과징금 부과 사실을 공표하도록 명령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벤츠 코리아가 수입·판매한 디젤 승용차 15개 차종에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인 ‘선택적촉매 환원장치(SCR)’ 등의 성능을 저하하는 불법 소프트웨어(SW)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SCR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변환시켜 공해를 줄이지만, 조사 대상 차량에 설치된 불법 소프트웨어가 가동될 경우 엔진 시동 후 약 20~30분 시점부터 요소수 분사량이 크게 감소해 질소산화물이 허용기준의 5.8∼14배까지 배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벤츠 코리아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에 출판된 메르세데스-벤츠 매거진, 카탈로그, 브로슈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사의 디젤 차량이 질소산화물을 90%까지 감소시키고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성능을 가졌다고 광고했다. 또 디젤 차량 내부의 배출 가스 표지판에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본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 및 소음진동관리법의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되었습니다’고 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벤츠의 과대 광고 사례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벤츠의 과대 광고 사례 [사진=연합뉴스]

벤츠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같은 결정에 “당사는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입장을 전달해 왔다”면서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인 서면 의결서를 받지 않아 당사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벤츠는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 국내 승용차 주행의 90% 이상이 주행 시작 후 30분 이내에 종료되므로 30분을 초과하는 주행을 일반적인 주행 조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가 “30분 이상 주행이 하루에 400만건이 넘는다”고 반박해 인정되지 않았다. 또 벤츠는 SCR이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줄인다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문구를 사용해 광고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펼쳤으나 이 역시 공정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벤츠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최고라는 인상을 주는 표현은 단순한 기술소개나 이미지 광고를 넘어서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과 신뢰감을 주게 되고, SCR 성능을 저하하는 SW를 의도적으로 설치해놓고 이를 숨기고 자사 차량이 SCR의 이론적 최대성능을 구현한다고 광고한 것은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를 넘어선 것이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추가로 벤츠가 불법 프로그램 설치를 금지하고 있는 대기환경보전법도 위반했으므로 ‘대기환경보전법에 적합하게 설치되었다’는 광고도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또 소비자가 법정 시험방법에 따른 인증내용과 사실이 다를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점과 벤츠가 가진 브랜드 신뢰도 등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가 충분이 오인할 수 있다고 보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2020년 메르세데스-벤츠 등 3개사를 배출가스 조작으로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2020년 메르세데스-벤츠 등 3개사를 배출가스 조작으로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은 이번 제재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2020년 벤츠 코리아 등 3개 브랜드를 고발했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은 “필요한 조치지만 과징금만이 문제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와 관련해 8일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감시팀장은 “벤츠가 7년 동안 프로그램을 조작해 대기환경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벤츠는 과징금뿐만 아니라 대기오염과 훼손된 국민건강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제 2차 디젤게이트로 적발된 수입차 5개 브랜드의 제재가 마무리됐다.  적발된 브랜드 모두 배출가스 저감 성능 부당 표시·광고 행위로 제재를 받았으며 이번 벤츠 외에는 아우디-폭스바겐 8억 3100만원, 스텔란티스 코리아 2억 3100만원, 한국 닛산 1억 7300만원의 과징금이 부여되었으며 포르쉐 코리아는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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