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경유차 4만381대 적발…“질소산화물 과다하게 배출”
벤츠 776억원, 닛산 9억원, 포르쉐 10억원 부과 ‘역대 최대’

환경부가 벤츠, 닛산, 포르쉐가 국내에 판매한 경유차량 14종 총 4만381대에서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인증 취소, 결함시정(리콜) 명령, 과징금 부과와 함께 형사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불법 조작 차량 일부. 사진=연합뉴스
환경부가 벤츠, 닛산, 포르쉐가 국내에 판매한 경유차량 14종 총 4만381대에서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인증 취소, 결함시정(리콜) 명령, 과징금 부과와 함께 형사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불법 조작 차량 일부. 사진=연합뉴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입차 ‘벤츠’가 배출가스를 불법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수많은 소송과 리콜에도 불구하고 매년 반복되는 수입자동차사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종 4만381대 과징금에 형사고발까지

환경부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주), 한국닛산(주), 포르쉐코리아(주)가 국내에 판매한 경유차량 14종 총 4만 381대에 대해 배출가스 불법조작(임의설정)으로 최종 판단하고, 7일 인증취소, 결함시정 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며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들 차량의 과징금이 벤츠는 776억원, 닛산은 9억원, 포르쉐는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구체적인 모델과 판매량은 벤츠의 경우 C200d(배출가스 인증번호에 따라 2종으로 계산), GLC220 d 4Matic, GLC250 d 4Matic, ML250 BlueTEC 4Matic, GLE250 d 4Matic, ML350 BlueTEC 4Matic, GLE350 d 4Matic, GLS350 d 4Matic, GLE350d 4Matic Coupe, S350 BlueTEC L, S350 BlueTEC 4Matic L 등 12종 3만7154대, 닛산은 캐시카이 1종 2293대, 포르쉐는 마칸S 디젤 1종 934대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된 이들 경유 차량에는 인증시험 때와는 다르게, 실제 운행 시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의 요소수 사용량이 줄어들고,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의 작동이 중단되는 등 불법조작 프로그램이 임의로 설정돼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벤츠 불법 조작’ 2018년 독일에서 먼저 제기

벤츠의 경유차량 불법조작 의혹은 2018년 6월 독일 교통부에서 먼저 제기된 이후, 환경부도 즉시 해당 차종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여 실도로조건 시험 등을 통해 불법 조작을 확인했다. 환경부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실내 인증시험 이외에 실도로 시험 등 다양한 조건에서 해당 차종의 배출가스를 측정하고, 전자제어장치 신호를 분석하는 등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벤츠의 유로6 경유차 12종은 차량 주행 시작 후 운행 기간이 증가하면 질소산화물 환원촉매 요소수 사용량을 감소시키거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장치 가동률을 저감하는 방식의 조작으로 실도로 주행 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 0.08g/㎞의 최대 13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닛산·포르쉐 유로5차량까지 확대 조사

닛산과 포르쉐의 경유차량 불법조작 의혹은 이미 불법조작으로 적발된 유로6 차량과 동일한 제어로직이 적용된 이들 회사의 유로5 차량까지 확대하여 조사한 결과 확인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자동차배출가스 결함확인검사를 통해 닛산과 포르쉐에 대한 불법 여부를 조사했다.

닛산 캐시카이는 엔진에 흡입되는 공기 온도가 35℃ 이상 되는 조건(외부온도 20℃에서 30분 정도 운전하는 것과 유사)에서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가동을 중단하는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었으며, 이는 2016년 5월에 적발된 유로 6차량과 동일한 프로그램이다. 이로 인해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보다 최대 10배 이상 배출됐다.

포르쉐 마칸S디젤은 엔진 시동 이후 20분이 경과한 시점부터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가동률을 감소시키는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었으며, 이는 2018년 4월에 적발된 유로 6차량과 동일한 프로그램이다. 이로 인해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보다 최대 1.5배 이상 배출됐다.

벤츠코리아, “현재 판매 중인 신차에 영향이 없다"

결함시정 명령을 받은 수입자동차사는 45일 이내에 환경부에 결함시정계획서를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야 하며, 해당 차량의 소유자는 계획서에 따라 차량의 결함시정 조치를 받게 된다. 이에 45일 이내 시정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벤츠코리아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6일 벤츠코리아는 입장문을 내고 "문제가 제기된 기능은 수백가지 기능들이 상호작용하는 통합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의 일부분"이라며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가 있어 사용한 것"이라고 환경부 발표에 반박했다.

이어 이 회사는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은 2018년 5월 모두 생산 중단된 유로6 배출가스 기준 차량만 해당하는 사안이라 현재 판매 중인 신차에 영향이 없다"며 "추후 환경부에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수입차 시장 위축될까봐 우려”

환경부의 발표로 수입차 업계는 또 다시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2년전 ‘BMW 520d 연쇄화재 사건’으로 약 2만여대의 리콜과 운행조치를 당한 것은 물론 아직도 피해자들과의 소송전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BMW는 유럽, 미국 등 해외에서도 화재 사건이 이어질 때는 적극적인 대응과 대대적인 리콜을 실시했으나 국내 소비자에게는 미온적인 조치를 취해 ‘국가적 차별’이라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벤츠까지 ‘배출가스 불법조작’ 적발이라는 직격탄을 맞자 수입차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벤츠가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불명예를 받아 앞으로 시장이 위축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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