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결함시정 명령하자 벤츠코리아 사장 도피성 해외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독일에서 과징금 수용, 한국에선 이의 제기”
“디젤차 배출가스 프로그램을 조작한 벤츠가 한국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벤츠코리아를 사기 혐의 등으로 고발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소비자감시팀장은 9일 “벤츠가 독일에서는 이의 없이 처벌을 받았는데 똑같은 문제인데도 한국에서는 불복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달 21일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대표 등을 사기와 위계에 의한 공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7일 벤츠와 포르쉐, 닛산 경유차 총 4만 381대를 대상으로 결함시정 명령을 내리면서 제조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음은 박순장 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배출가스를 불법조작했다가 검찰에 고발된 차종은 무엇인가?
“벤츠 GLC와 GLE 시리즈가 환경부 배출가스 조작 점검에 적발되었다. 독일 교통부가 적발해 과징금을 물렸던 차량과 같은 모델이다. 독일 교통부가 2018년 6월 경유차 불법조작 의혹을 발표하자 한국 환경부도 해당 차종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여 불법 조작을 확인했다."
▲벤츠가 환경부 조처에 불복했다고 들었다.
“벤츠가 우리나라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벤츠는 2018년 독일 교통부에 배기가스 불법조작이 적발됐을 때 이의 없이 과징금 등의 처벌을 받았다. 똑같은 문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불복했다. 벤츠는 레몬법과 에어백 리콜도 미국과 유럽에서 시행했지만 한국만 쏙 빼놓았다가 비판여론이 형성되면 나중에 조처했었다.”
미국 소비자보호법인 매그너슨 모스 보증법은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로 새 차를 사고 일정기간 안에 같은 하자가 되풀이될 때 소비자가 요청하면 차를 교환해주거나 환불해주는 제도이다. 달콤한 오렌지인 줄 알고 샀는데 신 레몬(불량품)이었다는 비유를 들어서 레몬법이라고도 불린다. 한국형 레몬법은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지만 벤츠는 2019년 6월에야 한국형 레몬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벤츠는 2010년부터 에어백 결함을 발견했다. 미국에서만 다카다 에어백 사고로 사망자 13명이 발생하자 벤츠는 2013년부터 다카다 에어백을 장착한 차량을 1억대 이상 리콜했다. 에어백 리콜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진행됐지만 한국에서만 리콜이 없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2017년 다카다 에어백에 대한 리콜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자 벤츠는 뒤늦게 리콜했다.
▲벤츠코리아 사장이 환경부 적발 이후 해외로 나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명백한 도피로 보인다. 검찰 수사를 의도했을 거라고 본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은 배출가스 불법조작 결과가 발표된 지 나흘만에 한국을 떠났다. 환경부가 1년 4개월 전부터 벤츠 등을 조사한 만큼 실라키스 사장도 미리 도피를 준비했을 것이다.”
벤츠코리아는 실라키스 사장이 출장 목적으로 미국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행을 꺼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으로 도피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
▲벤츠는 어떻게 배출가스를 조작했나?
“벤츠가 배출가스를 불법으로 조작한 경유차는 인증시험할 때와 달리 실제 운행할 때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의 요소수 사용량이 줄었다. 그리고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작동이 중단되는 등 프로그램이 조작돼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되었다. 결국 인증시험을 맡은 환경부 공무원으로 하여금 오판하게 하여 인증시험을 통과한 결과 벤츠 경유차는 인증기준의 최대 13배가 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고 알려졌다.”
▲벤츠에 자꾸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디까지나 이윤 문제다. 우선 배기가스 배출구를 작게 만드는데 이렇게 하면 출력이 줄고 연비 효율이 나빠져 차의 수명이 짧아진다. 최근 리콜 조치된 선루프 유리 패널과 어린이 보호 잠금장치 결함도 이윤을 많이 남기려고 가격이 싼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황당한 건 2015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터졌을 때 벤츠가 배출가스 불법조작을 감추고 자동차를 팔았다는 사실이다. 벤츠가 배출가스 기준을 비도덕적으로 농락했음에도 소비자는 벤츠라는 이미지에 현혹되어 구매한다. 즉 벤츠는 소비자와 정부를 기망한 채 광고하고 자동차를 판매하여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였으므로 이는 형법 347조 제 1항 사기죄에 해당된다. 우리가 벤츠를 고발을 한 이유도 이들이 자세한 정보를 숨기고 이익만을 취하기 위한 행동만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